삼성·SK하이닉스, 중국 낸드 공장 첨단 공정 전환 추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 낸드 공장 첨단 공정 전환 추진…YMTC 추격에 대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을 한국 공장 수준의 첨단 낸드플래시 생산 시설로 바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성장하는 중국 양쯔메모리(YMTC)와의 경쟁에 대응하고, AI 데이터센터용 저장장치 수요 증가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외신은 21일 관계자 4명을 인용해 두 회사가 중국 공장의 낸드 공정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사는 중국 공장의 공정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생산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 시안 공장, 286단 전환 ‘모나미’ 프로젝트
삼성전자는 전체 낸드 생산량의 약 40%를 담당하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기존 약 200단 제품을 286단 9세대 V낸드(V9)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모나미’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계획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 12월 웨이퍼 기준 월 5,000장 규모로 286단 제품 생산을 시작해 2027년 12월까지 월 4만장으로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공정 전환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의 수출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전환이 공장 전체의 생산능력 확대나 신규 공장 건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24년 4월 286단 V9 양산에 들어갔으며, 중국 밖에서는 최대 286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00단대를 건너뛰고 400단대 10세대(V10) 낸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생산 거점이다. 2014년 1공장이 첫 웨이퍼를 생산했고, 2017년 8월 발표한 70억달러 투자에 따라 2공장이 2020년 3월 가동에 들어갔다. 당시 2공장은 90단 이상 5세대 V낸드를 생산했다.
SK하이닉스 다롄, 192단에서 240단 이상으로
SK하이닉스도 다롄 공장에서 생산하는 낸드를 기존 192단에서 240단 이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한 소식통은 240단까지의 생산은 허용된 상태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미국 내 생산 가능성에 대비해 다롄에서 300단 이상 기술을 연구개발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에 허가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다롄 공장에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미국 내 신규 낸드 공장 건설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다롄 공장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을 9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넘겨받은 시설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12월 1차 거래 종결로 다롄 공장을 인수했고, 지난해 3월 약 19억달러를 지급하는 2차 거래 종결로 인수를 마무리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29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321단 낸드가 자사 낸드 생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한국 낸드 생산능력의 약 50%를 321단 제품에 배정할 계획이며, 고객 수요가 공급 능력을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낸드 시장 1위 YMTC, 점유율 38.5%
두 회사가 중국 공장 고도화에 나선 배경에는 YMTC의 빠른 추격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 낸드 시장에서 YMTC의 점유율은 38.5%로, 지난해 연간 28%에서 크게 높아지며 삼성전자(33.5%)를 앞질렀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36%에서 낮아졌고, SK하이닉스는 20%에서 17%로 떨어졌다.
YMTC의 주력 제품은 160단과 232단 낸드이며, 294단 제품도 소량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YMTC는 2022년 12월 미국 상무부의 수출 통제 대상 명단(엔티티 리스트)에 올랐다.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낸드 가격도 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낸드 고정거래가격이 전 분기 대비 15~20%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기업용 SSD는 메모리 제품 가운데 유일하게 직전 분기보다 상승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AI 추론 인프라를 확대하면서 올해 기업용 SSD 비트 수요가 전년보다 80% 넘게 늘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산 장비 반입은 매년 허가 필요
미국은 2022년부터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시작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해 8월 2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 내 외국계 반도체 공장이 개별 허가 없이 미국산 장비를 들여올 수 있도록 한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지위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BIS는 당시 기존 공장의 가동 유지를 위한 허가는 내줄 수 있지만, 생산능력 확대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허가는 승인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VEU 지위는 지난해 12월 31일 효력을 잃었고, 두 회사는 이제 중국 공장에 미국산 장비를 설치하려면 매년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VEU 만료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30일께 삼성전자 시안 낸드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 D램·다롄 낸드 공장에 대한 2026년 연간 장비 반입 허가를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허가는 증설이 아닌 공장 가동과 유지보수를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가장 민감한 장비는 기존 VEU 체제에서도 반입이 금지돼 있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들은 강화된 허가 체계가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램리서치, KLA 등 미국 장비 업체의 매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BIS는 개별 허가와 관련한 질의에 지난해 발표한 입장을 다시 제시했다. 첨단 공정 전환에 필요한 장비의 반입 허가가 어느 수준까지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도가 나온 21일 삼성전자 주가는 5.67% 오른 22만3,500원, SK하이닉스는 5.81% 오른 129만4,000원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3.29% 상승한 5,735.66으로 장을 마쳤다.
22일에는 중동 긴장과 AI 인프라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 전날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겹치면서 삼성전자가 4.03%, SK하이닉스가 5.49% 하락했다. 코스피는 3.52% 내린 5,533.77로 마감했고,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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