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캐나다 무역협상 결렬…미국 50% 관세, 캐나다 보복 예고

미국과 캐나다 무역협상 막판 결렬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협상이 막판에 결렬되면서 양국이 다시 관세 보복 국면으로 들어갔다. 미국은 캐나다산 제품 약 200억달러어치에 50%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는 협상을 중단한 뒤 미국의 조치와 동일한 규모로 맞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1일 밤 미국과의 협상에서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캐나다 협상단을 오타와로 복귀시키고 추가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이 막판에 제시한 조건들이 앞서 논의된 내용에서 후퇴했으며 캐나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정반대 설명을 내놓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캐나다가 이번 주 초 합의했던 조건에서 다시 물러나고 새로운 요구를 추가하면서 협상의 균형을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주요 교역국 가운데 가장 우호적인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캐나다가 합의를 마무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측은 당초 관세 발효 직전까지 협상을 이어가며 합의 가능성을 높였고 미국은 협상을 위해 50% 관세 시행도 사흘 연기했다. 그러나 마지막 시한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유예됐던 고율 관세가 결국 현실화됐다.
캐나다산 약 200억달러 제품에 50% 관세
이번 조치로 미국이 50% 추가 관세를 적용하는 캐나다산 제품은 약 200억달러 규모다. 합판을 비롯한 목재 제품과 주류, 전기장비, 시멘트, 일부 의료용품과 하키용품 등 다양한 품목이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의 전체 캐나다산 수입과 비교하면 직접적인 관세 대상은 일부에 해당하지만 세율 자체가 50%에 달하는 만큼 해당 품목을 거래하는 기업에는 상당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은 이번 관세의 근거로 1930년 관세법 338조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캐나다가 미국산 주류 판매를 제한하고 낙농제품과 자동차 등에서 미국 기업에 불리한 시장 접근 조건을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캐나다는 이러한 미국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이미 합의에 접근했던 조건까지 막판에 변경했다고 반발했다.
이번 협상에서는 미국산 주류의 캐나다 판매 재개와 철강·알루미늄 및 자동차 관련 관세 문제, 캐나다의 농산물 시장 접근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이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불과 며칠 전까지 나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렬의 충격도 커졌다.
카니 달러 대 달러 보복 선언
캐나다는 미국의 관세에 즉각적인 보복 방침을 밝혔다. 카니 총리는 미국이 캐나다산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와 같은 규모로 미국산 제품에 대응 관세를 적용하는 달러 대 달러 방식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가 실제 보복 대상 품목과 시행 시점을 확정하면 미국산 농산물과 소비재, 공산품 등이 다시 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캐나다는 올해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이미 미국산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거나 주류 판매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사용해왔다. 이번에는 미국이 적용한 약 200억달러 규모의 관세와 맞먹는 규모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무역 갈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도 캐나다가 보복에 나설 경우 추가 대응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의 관세 부과에 다시 미국이 관세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양국 간 보복 규모가 단계적으로 커질 수 있다.
현재 새로운 협상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최종 합의가 임박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협상단이 철수하면서 당분간 정치적 공방과 관세 시행이 먼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간 9000억달러 교역 관계에 다시 불확실성
미국과 캐나다의 갈등이 시장에서 크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두 나라의 교역 규모 때문이다. 지난해 양국의 상품과 서비스 교역액은 약 9,000억달러에 달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자동차와 에너지, 철강, 농산물, 소비재 공급망이 서로 깊게 연결돼 있어 특정 품목의 관세가 다른 산업으로 빠르게 번질 수 있다.
특히 북미 제조업은 완제품이 국경을 한 번만 넘는 구조가 아니다. 자동차와 기계, 전기장비 등에서는 부품이 생산 과정에서 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여러 차례 오가기도 한다. 중간재에 높은 관세가 붙으면 완성품을 생산하는 미국 기업의 비용까지 증가할 수 있다.
관세 대상이 현재 캐나다 전체 수출의 일부에 머문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보복 조치의 확대다. 양국이 서로 새로운 품목을 추가하기 시작하면 현재 200억달러 수준의 직접 영향이 훨씬 넓은 무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충돌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의 향후 운영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미국은 올해 USMCA를 장기간 자동 연장하는 대신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별도의 문제를 해결한 뒤 협정을 계속 검토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캐나다와의 임시 무역합의가 결렬되면서 자동차와 농업, 원산지 규정 등 더 큰 쟁점을 다뤄야 하는 향후 협상도 한층 어려워질 가능성이 생겼다.
멕시코 역시 미국과 별도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멕시코 정부는 앞서 미국과 캐나다가 합의에 접근하자 자신들도 비슷한 수준의 결과를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캐나다 협상이 무너지면서 북미 전체 무역협상의 불확실성도 다시 높아졌다.
협상 결렬 책임 놓고 양국 정면 충돌
이번 사태는 관세 규모만큼 양국의 정치적 관계 악화가 눈에 띈다.
카니 총리는 미국의 막판 요구를 불공정하고 경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으로 규정했다. 협상을 계속하는 것보다 일단 중단하고 캐나다의 산업과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응에 들어가는 편을 선택했다.
반면 미국은 캐나다가 이미 합의된 사항을 되돌렸다고 주장한다. 미국 측은 자국이 캐나다에 상당한 양보를 제공했지만 오타와가 추가 요구를 내놓으면서 최종 합의를 스스로 무산시켰다는 입장이다.
양국이 협상 내용뿐 아니라 결렬 책임까지 상대방에 돌리고 있어 단기간에 다시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건은 캐나다가 예고한 달러 대 달러 보복관세의 구체적인 대상이다. 캐나다가 미국 정치권에 영향력이 큰 농업지역이나 제조업 지역의 수출품을 집중적으로 겨냥할 경우 워싱턴의 추가 대응 가능성도 높아진다.
반대로 실제 보복 규모를 제한하면서 다시 협상 여지를 남긴다면 이번 50% 관세가 새로운 장기 무역전쟁으로 확산되기 전에 타협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50% 관세가 시행되고 캐나다가 동일 규모의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합의가 임박했던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관계가 다시 관세 대 관세 구도로 돌아서면서 다음 시장의 관심은 캐나다의 보복 품목 발표와 미국의 추가 대응 여부에 쏠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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