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9월 CPI 3.7% 상승…휘발유 가격 급등에 물가 압력 확대

미국 9월 CPI 3.7% 상승…휘발유 가격 급등에 물가 압력 확대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휘발유 가격 급등에 힘입어 3.7%로 높아졌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6% 올라 8월(0.4%)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7% 상승해 8월(3.4%)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연간 상승률은 시장 예상치(3.6%)를 0.1%포인트 웃돌았으며, 지난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9월 CPI 지수는 336.940을 기록했다.
휘발유 9.1% 급등…월간 상승분의 절반 넘어
이번 물가 상승은 휘발유 가격이 주도했다.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9.1% 올라 전체 CPI 월간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8월에는 휘발유가 월간 상승분의 3분의 1 남짓을 차지했다. 휘발유 가격은 1년 전보다 34.2% 높은 수준이다. 일부 주에서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했지만 가격 급등을 막지 못했다.
에너지 지수는 전월 대비 5.2%, 전년 대비 20.4% 상승했다. 난방유는 한 달 새 15.3% 뛰어 1년 전보다 74.2% 높아졌다. 반면 전기요금은 0.2% 오르는 데 그쳤고, 도시가스 요금은 0.3% 내렸다. 전기요금은 1년 전보다 4.4% 높다.
호르무즈 해협이 지난 2월 말 이후 사실상 막히면서 국제유가가 오른 데다 경유 가격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경유 가격 상승은 대부분의 상품 운송 비용을 끌어올린다. 유조선 부족과 보험료 상승, 파나마 운하 가뭄까지 겹치며 운송비가 올라 그 영향이 시차를 두고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품 가격은 보합
식품 가격은 전월과 같았다. 가정에서 소비하는 식료품 가격은 육류와 유제품을 중심으로 0.1% 내렸고, 외식 물가는 0.2% 올랐다. 식품 가격은 1년 전보다 2.5% 높다. 가정용 식료품은 1.8%, 외식은 3.5% 올랐다. 유통업체들이 관세 환급금을 할인 재원으로 쓰면서 식료품 가격이 내렸지만, 약 500만 명에 영향을 미친 저소득층 식비 지원 프로그램(SNAP) 축소가 효과를 제한하고 있다.
근원 CPI 2.6%…주거비 상승 폭 확대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올라 8월(0.3%)과 같은 상승률을 보였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2.6% 올라 8월(2.4%)보다 오름폭이 커졌고, 시장 예상치(2.5%)도 소폭 웃돌았다. 근원 CPI 상승률은 주거비와 의료비의 가중치 차이 등으로 11개월 연속 연준이 중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을 밑돌고 있다.
근원 물가에서 비중이 가장 큰 주거비는 전월 대비 0.4% 올라 8월(0.3%)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주거비는 1년 전보다 3.2% 높다.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3.1% 올랐다. 항공료는 한 달 새 1.2% 오르며 1년 전보다 22.4% 비싸졌다. 운송 서비스 물가도 전월 대비 0.6% 올랐다. 주거비를 뺀 핵심 서비스 물가인 이른바 ‘슈퍼코어’는 전년 대비 3.2% 올라 지난 5월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 밖에 레저(0.5%)와 중고차(0.7%), 교육(0.6%), 의료(0.1%), 의류(0.3%) 가격이 올랐다. 신차 가격도 0.2%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신차는 0.6% 올랐고 중고차는 1.5% 내렸다. 반면 통신비는 0.2% 내렸다.
의약품 가격은 0.7% 하락했다. 의료 서비스 물가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5% 올랐으며, 이 가운데 병원 서비스와 외래 진료비는 1년 전보다 각각 5.6%, 6.9% 뛰었다. 의료 인력 부족과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이 원인으로 꼽힌다.
장난감 가격 사상 최대폭 상승
상품 물가도 들썩였다. 회계·컨설팅 기업 KPMG에 따르면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가격은 0.3% 올라 2025년 1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 폭을 기록했다. 장난감 가격은 한 달 새 4.2% 올라 사상 최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고, 1년 전보다 6.6% 올라 1988년 이후 가장 큰 연간 상승 폭을 나타냈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여러 아동용품에 대한 관세가 철회됐지만, 운송비 상승이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데이터센터 관련 부품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컴퓨터와 휴대전화 가격도 0.9% 올랐다. 반면 처방약 가격은 한 달 새 1.2%, 1년 전보다 4.5% 내려 1948년 이후 가장 큰 연간 하락 폭을 기록했다.
실질임금 감소…내년 사회보장 연금 3.6% 인상
물가가 임금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줄었다. 9월 실질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0.7% 감소했다. 생산직과 비관리직 근로자의 실질 시간당 임금은 전월 대비와 전년 대비 모두 0.6% 줄었다.
9월 CPI를 바탕으로 정해지는 2027년 사회보장 연금 생계비 조정률은 3.6%로, 올해 2.8%보다 높아졌다.
노동시장은 둔화하고 있다. 9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2만9,000명 늘어 예상치 9만 명을 크게 밑돌았고, 실업률은 4.2%로 높아졌다. 소비자들의 물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9월 소비자기대조사에서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3.9%로 올랐다.
“연준이 넘길 수 없는 보고서”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9월 CPI에 대해 “연준이 그냥 넘길 수 있는 보고서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에너지가 물가 상승을 촉발했고, 끈적한 서비스와 주거비, 상품 가격이 물가를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노동시장이 약해지는 시기에 물가가 임금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짚었다. 스웡크는 연준이 이달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12월부터 최소 두 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 지표가 나오면서 이날 뉴욕증시는 하락했다. S&P500지수는 1.11%, 나스닥100지수는 2.02% 내렸다. 연준은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75~4.00%로 조정했으며,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오는 27~28일 열린다. 앞서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올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여전히 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5일, 10월 CPI는 다음 달 10일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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