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우디·예멘 분쟁 해결 지원 의사 표명

이란 “사우디·예멘 분쟁 해결 도울 준비”…후티 배후설은 부인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후티 반군 간 분쟁 해결을 돕겠다는 의사를 다시 밝혔다. 후티 반군의 사우디 공항·석유시설 공격이 잇따르고 사우디가 이란을 배후로 지목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텔레그램 게시물을 통해 이란은 사우디와 예멘 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분쟁 해결을 위해 언제나 최선의 노력을 다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양측이 요청하면 외교 역량 동원”
바가이 대변인은 사우디와 예멘 양측이 요청하면 이란이 외교적 영향력을 동원해 분쟁 해결을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해결의 전제 조건으로 예멘의 주권과 영토 보전 존중, 외부 세력의 내정 간섭 중단을 꼽았다. 특히 예멘에 대한 공중·해상 봉쇄 해제를 가장 중요한 조치로 제시했다.
그는 긴장 고조가 어느 쪽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10여 년 동안 외세 개입과 군사 공격, 봉쇄로는 예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예멘 작전 관여설 부인”
바가이 대변인은 이란이 예멘의 군사 작전에 관여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이란은 예멘 작전에서 이란이 역할을 했다는 어떠한 주장도 거부한다”며 “예멘군은 스스로의 이익과 판단에 따라 행동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우디 측 비난에 대한 반박이다. 라에드 크리믈리 사우디 외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은 15일 이란이 후티 반군의 확전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이 후티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고 훈련시키는 등 계속 지원하고 있다며,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베이징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합의는 사우디와 이란이 2023년 3월 중국의 중재로 맺은 관계 정상화 합의다. 양국은 2016년 단교 이후 7년 만에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서로의 주권을 존중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이달 들어 잇따라 중재 의사 표명
이란은 이달 들어 여러 차례 중재 의사를 밝혀 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1일 사우디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사우디와 예멘 간 대화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바가이 대변인도 12일 테헤란에서 열린 주례 브리핑에서 이란이 아라비아반도 상황을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교전이 계속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차관은 중동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사우디에 중재를 제안했지만 아직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이란에 중재를 요청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크리믈리 차관은 사우디가 후티 측과 직접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으며, 오만의 역할도 대화를 돕는 데 한정된다고 밝혔다.
후티, 사우디 공항·석유시설 연쇄 공격
후티 반군은 2014년 예멘 수도 사나를 장악했고, 사우디는 이듬해 3월 연합군을 이끌고 예멘 내전에 군사 개입했다. 2022년 유엔 중재로 휴전이 성사된 뒤 양측의 충돌은 대체로 잦아들었지만, 지난 7월 휴전이 사실상 무너지면서 다시 급격히 격화했다.
후티 반군은 7월 20일 사우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고 사우디 유조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후티 반군이 장악한 수도 사나와 서부 호데이다 등지에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사우디 본토를 겨냥한 공격이 잇따랐다. 지난 10일에는 미사일이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타격해 12명이 숨지고 309명이 다쳤다. 10여 년 만에 사우디에서 발생한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공격이다. 11일에도 공격이 이어져 1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남부 아브하 공항에서도 2명이 숨졌다.
13일에는 사우디 동부 다란에 있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본사 건물이 피격돼 소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후티 반군은 공격에 앞서 아람코 본사와 리야드 공항, 리야드 정유소 인근의 직원과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경고했다.
야히야 사레아 후티 반군 대변인은 사우디의 공항과 석유시설을 겨냥한 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투르키 알말리키 사우디 주도 연합군 대변인은 16일 남부와 리야드 지역 상공에서 드론 3기를, 홍해 상공에서 순항미사일 2발을 격추했으며, 서부 항구도시 얀부를 겨냥한 탄도미사일도 요격했다고 밝혔다.
리야드 공항 피격 이후 여러 항공사가 사우디 노선 운항을 취소했고, 테니스 대회 ‘식스 킹스 슬램’도 12월로 연기됐다. 사우디는 지난 8월 튀르키예, 파키스탄과 ‘메카 전략적 상호방위협정’을 맺었고, 이달 초 세 나라는 협정에 따라 사우디에 병력을 신속히 배치하기로 했다.
이라크 총리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에게 이라크 영토가 공격에 이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빈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내각은 자국 안보와 홍해 항행을 위협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예멘 서부 해안 전투도 격화
예멘 내부 전투도 거세지고 있다.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은 후티 반군이 최근 몇 주간 장악한 홍해 연안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 지역을 되찾기 위한 반격에 나섰다. 정부군은 타이즈주 일부 지역을 탈환하고 타이즈시 서쪽에서 후티 반군의 대규모 공격을 막아냈다고 밝혔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후티 반군에 포위된 타이즈에서는 밀가루 재고가 거의 바닥났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마리브와 타이즈, 홍해 연안의 최전선 병원에 무기에 다친 환자가 전례 없이 몰리고 있으며, 일부 병원에는 한 주에 700명 넘는 부상자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홍해 수출로 위협에 브렌트유 110달러 터치
후티 반군의 공격은 국제 원유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지난 2월 말 이후 사실상 막히면서 사우디는 홍해를 통한 원유 수출 의존도를 크게 높여 왔다. 동부 아브카이크에서 홍해 연안 얀부까지 약 1,200km를 잇는 동서 송유관으로 원유를 옮겨 얀부항에서 수출하는 방식이다. 이 송유관의 최대 수송 능력은 하루 약 700만 배럴이다.
16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3.72% 오른 배럴당 109.86달러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10달러를 찍으며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이 가격대에 도달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3.51% 오른 101.41달러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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