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그리핀 “AI 혁명은 진짜지만 일부 시장에는 거품 존재”

켄 그리핀 “AI 혁명은 진짜지만 일부 시장엔 거품 거의 확실”
미국 헤지펀드 시타델의 창업자 켄 그리핀이 인공지능(AI) 시장 일부에 거품이 “거의 확실히”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AI 혁명 자체는 실재한다며, 거대한 기술 혁명에는 거품이 따르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그리핀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타델증권의 연례 ‘글로벌 시장의 미래’ 콘퍼런스에서 외신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리핀은 약 680억달러를 운용하는 헤지펀드 시타델과 시장조성업체 시타델증권을 이끌고 있다.
그는 최근 반도체와 AI 관련주의 조정을 단순히 헤지펀드의 디레버리징(차입 축소) 탓으로 돌리기보다, 투자자들이 ‘무차별 매수’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옥석을 가리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헤지펀드 디레버리징은 원인 목록에서 한참 아래에 둬야 한다고 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주 한 주 동안 11.4% 떨어지며 2025년 4월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반도체주는 지난 16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008년 10월 이후 가장 긴 연속 하락을 이어갔다. 같은 주 S&P500 정보기술 업종은 6% 넘게 떨어졌고, 골드만삭스 집계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이 기간 정보기술 업종을 대거 팔아치웠다. 반도체지수는 19일 1.6% 오르며 연속 하락을 끊었다.
증권사 BTIG는 반도체 약세가 2027년까지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닷컴버블과의 비교에 동의하지 않으며 S&P500 지수가 2027년 중반 8,40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GPU는 항공기 빈 좌석과 같다”
그리핀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항공기 좌석에 빗댔다. 그는 “GPU는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가동에 드는 한계비용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항공기 좌석은 20달러에 팔아도 이익이 남기 때문에 공급 능력이 수요를 넘어서는 순간 운임이 무너진다는 설명이다. GPU도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가격이 급락할 수 있고, 이 경우 현재 AI 인프라 투자의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그리핀은 2000년대 초 통신 버블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통신 기업들은 수요보다 훨씬 많은 광케이블을 깔았고, 결국 통신 가격이 폭락했다. 그는 지금 5~6년 된 GPU가 이례적으로 높은 가격에 임대되고 있지만, 이 칩들이 다시 5~6년이 지난 뒤에도 같은 수준의 임대료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GPU 임대 사업을 하는 AI 클라우드 기업들은 최근 자금 조달 부담으로 주목받았다. 하이일드 채권 시장에 크게 기대 온 코어위브는 지난주에만 주가가 25% 넘게 빠졌고, 총부채는 510억달러를 웃돈다. 코어위브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15일 장중 1,194.5bp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연간 설비투자 규모는 1조달러에 육박하며, 상당 부분이 부채로 조달되고 있다.
기업들, 오픈AI·앤트로픽 청구서 따지기 시작
그리핀은 AI 기업들이 수천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는 사이, 일반 기업들은 AI 투자 수익성을 따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기업 고객들은 오픈AI와 앤트로픽에 내는 비용을 점검하며 어떤 업무에 고가의 최첨단 모델이 필요한지 가려내고, 일부 업무는 더 저렴한 오픈소스 모델로 돌리고 있다. 그는 이런 흐름이 AI 개발사들의 대규모 지출과 긴장 관계에 있다는 데 동의했다.
그리핀은 결국 최첨단 AI 모델이 신약 개발 같은 난제를 풀어내 기업들이 ‘반드시 써야 하는 필수재’가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올해 미국의 AI 관련 데이터센터 투자는 5,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핀 자신은 지난 1년 사이 AI의 단기 영향에 대한 회의론에서 그 역량을 인정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그는 여러 단계의 작업을 스스로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 덕분에 시타델 내부의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시타델은 내부 AI 도구로 일부 고난도 금융 리서치에 걸리는 시간을 6~8주에서 2~3시간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닷컴처럼 거품 뒤 승자가 수십 년 주도”
그리핀은 AI 시장 일부에 거품이 거의 확실히 있다고 하면서도 붕괴를 예고하지는 않았다. 그는 철도나 닷컴버블처럼 거대한 기술 혁명에는 거품이 동반되기 마련이며, 거품을 지나 살아남은 기업들이 이후 수십 년 동안 시장을 이끌어 왔다고 설명했다. AI가 새로운 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춰 시장 전반에서 경쟁을 늘릴 수 있다며, 창업자들에게는 황금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 중간선거서 최소 한 곳 잃을 것”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가운데 최소 한 곳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이며, 이번 선거에서는 하원 435석 전체와 상원 100석 가운데 35석을 새로 뽑는다.
그리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 통제 강화는 높이 평가했다. 반면 이란 전쟁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고 이민 단속이 가혹했다고 비판했다. 동맹국을 겨냥한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인플레이션 압력과 공급망 혼란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40조달러 국가부채가 경고 신호”
그리핀은 팬데믹 당시의 막대한 재정 지출과 감세 연장이 재정 부담을 키웠다며, 약 40조달러에 이르는 국가부채와 높은 국채 금리가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인 해법은 AI와 로보틱스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에 있다며, 공교육과 연금 개혁, 해외 우수 인재 유치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2026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연방 재정적자는 1조9,900억달러로 전년보다 12% 늘었다. 국가부채는 9월 30일 기준 41조1,720억달러로, 이번 회계연도 중 처음으로 40조달러를 넘어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6.2%로 높아진 것으로 추산됐다.
국채 이자 지출은 1조3,60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사회보장연금과 메디케어·메디케이드를 합한 지출 다음으로 큰 항목이 됐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일 전날 같은 시간대 5.142%에서 5.111%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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