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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엔비디아, 로봇 사업 협력 본격화

hef_admin 읽는 시간 약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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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엔비디아와 로봇 사업 협력 본격화

LG전자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로봇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 수십 년 동안 제조와 물류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기술과 결합해 로봇을 지속적으로 학습시키는 데이터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휴머노이드와 가정용 로봇을 포함한 차세대 로봇 사업의 핵심 기반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서울 양재 R&D 캠퍼스에 건설 중인 데이터 팩토리를 중심으로 엔비디아와 로봇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8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엔비디아 본사에서 미래 사업을 위한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불과 나흘 뒤 양재 데이터 팩토리에서 주요 경영진이 다시 만나 로봇 사업의 구체적인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단순히 엔비디아의 GPU를 도입하는 데 있지 않다. LG가 실제 제조공장과 물류시설, 가전제품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방대한 현실 데이터를 엔비디아의 로봇 개발 플랫폼과 결합해 로봇 학습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생산하고 다시 제품 성능 개선에 활용하는 데이터 플라이휠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데이터 팩토리가 로봇 학습의 중심 역할

LG전자가 양재 R&D 캠퍼스에 조성하고 있는 데이터 팩토리는 지하 1층과 지상 3층 등 총 4개 층, 약 1만㎡ 규모로 구축된다. 올해 말까지 전면 가동하는 것이 목표이며 수백 대의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작업하면서 데이터를 생성하게 된다.

일반적인 AI 모델은 인터넷 문서와 이미지, 영상처럼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해 학습할 수 있다. 하지만 로봇은 현실 공간에서 물체를 잡고 이동하거나 조립하고 청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인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같은 컵을 잡는 작업이라도 컵의 위치와 크기, 조명, 로봇 팔의 각도, 주변 장애물에 따라 행동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LG는 이런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 팩토리 내부에 실제 생활공간과 제조현장을 재현하고 있다. 가정 환경에서는 자체 개발한 LG CLOiD 홈 로봇이 청소 등의 작업을 반복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제조 공간에서는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을 본뜬 환경에서 부품을 이동하고 쌓거나 조립하는 훈련을 진행한다.

LG CNS의 물류 자동화 솔루션과 LG이노텍의 로봇핸드 학습 환경에서도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하나의 연구실에서 제한된 움직임만 반복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정과 공장, 물류 등 서로 다른 환경에서 데이터를 확보해 범용적인 로봇 능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말까지 로봇 학습 데이터 10만시간 확보

LG전자는 올해 말까지 데이터 팩토리에서 직접 수집한 데이터와 엔비디아 기술을 이용해 생성한 합성 데이터를 합쳐 약 10만시간의 로봇 학습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단순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12년 동안 쉬지 않고 데이터를 축적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수백 대의 로봇을 동시에 활용하면 사람이 한 대의 로봇을 오랫동안 테스트하는 방식보다 훨씬 빠르게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각 로봇이 서로 다른 조건에서 작업하면 동일한 시간에도 다양한 상황과 실패 사례를 확보할 수 있다.

로봇 AI에서는 성공한 동작만큼 실패한 동작도 중요하다. 로봇이 물체를 잘못 잡거나 장애물을 피하지 못한 상황을 학습하면 이후 비슷한 환경에서 행동 방식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규모가 커질수록 로봇이 처음 접하는 환경에서도 적절하게 대응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 데이터에 합성 데이터를 더하는 구조

현실에서 로봇 데이터를 직접 확보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수백 대의 로봇을 동시에 가동하더라도 세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실제 환경에서 재현하기는 어렵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필요하다.

LG와 엔비디아는 이 문제를 합성 데이터로 보완한다. 현실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의 환경과 상황을 생성하고 이를 다시 로봇의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기술 가운데 Cosmos 오픈 월드 모델은 다양한 현실 환경과 움직임을 생성하고 확장하는 데 활용된다. 여기에 Omniverse 라이브러리와 Isaac 로봇 개발 플랫폼을 연결해 데이터 생성부터 시뮬레이션, 학습, 실제 로봇 배포까지 하나의 개발 흐름으로 구성한다.

예를 들어 실제 제조라인에서 확보한 부품 이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조명과 물체 위치, 작업 조건을 바꾸면 현실에서는 직접 수천 번 실험해야 하는 상황을 소프트웨어 안에서 대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합성 데이터는 실제 데이터 자체를 대신하기보다 현실 데이터의 범위를 넓히는 역할을 한다. 실제 로봇이 경험하기 어려운 희귀 상황이나 위험한 조건까지 가상으로 만들어 학습시키면 로봇의 대응 능력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성능 높아지는 데이터 플라이휠

LG가 이번 협력에서 강조하는 개념은 데이터 플라이휠이다. 로봇을 배치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데이터를 AI 모델 학습에 사용해 로봇을 개선한 뒤, 개선된 로봇을 다시 현장에 투입해 더 많은 데이터를 얻는 선순환 구조를 의미한다.

로봇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데이터가 증가하고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로봇의 성능이 높아지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후발 업체가 단순히 비슷한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만으로 경쟁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LG는 가전제품 제조와 글로벌 생산시설 운영, 물류 자동화 과정에서 오랜 기간 데이터를 축적해왔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제조 경험이 없는 AI 스타트업이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실제 작업 데이터를 로봇 학습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의 기존 사업도 데이터 공급원이 될 수 있다. 가전제품이 실제 가정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어떤 물건과 환경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경험을 홈 로봇 개발과 연결할 수 있다면 제조공장 데이터와 가정 데이터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고도화에 활용

LG전자는 데이터 팩토리에서 확보한 약 10만시간의 학습 데이터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RFM 고도화에 사용할 계획이다. RFM은 특정 작업 하나만 수행하도록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환경과 작업을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로봇의 기본 능력을 학습시키는 AI 모델이다.

대형언어모델이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한 뒤 번역과 요약, 코딩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처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은 물체와 공간, 움직임에 관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여러 행동의 기반을 만든다.

휴머노이드 로봇에서는 이 능력이 특히 중요하다. 공장에서 한 가지 작업만 반복하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휴머노이드는 문을 열고 물건을 옮기거나 도구를 사용하고 주변 사람과 장애물을 피하는 등 수많은 작업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업 하나마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으로는 범용 휴머노이드의 개발 속도를 높이기 어렵다. 충분한 데이터를 학습한 하나의 기반 모델에서 여러 작업 능력을 확장하는 방식이 로봇 산업에서도 중요해지는 이유다.

엔비디아 피지컬 AI 플랫폼과 결합

엔비디아는 생성형 AI용 GPU를 넘어 로봇 분야에서도 플랫폼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로봇 시뮬레이션과 학습을 위한 Isaac, 현실 환경을 생성하는 Cosmos,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는 Omniverse 등을 하나의 피지컬 AI 생태계로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미 엔비디아의 Isaac GR00T 계열 모델을 휴머노이드 개발에 활용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올해 들어 양사의 협력이 그룹 차원의 AI 팩토리와 로봇 데이터 구축으로 확대되면서 단순 기술 도입보다 공동 생태계 구축에 가까운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LG는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로봇 AI는 실제 물리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대규모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제조공장과 물류망, 가전사업을 동시에 보유한 기업과의 협력이 플랫폼 확대에 도움이 된다.

LG그룹과 엔비디아 협력도 AI 전반으로 확대

LG와 엔비디아의 협력은 로봇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양사는 앞서 LG그룹의 로봇과 자율주행, 데이터센터 기술, GPU 클라우드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AI 팩토리 구축 계획을 공개했다.

AI 팩토리는 대규모 GPU를 단순히 설치하는 데이터센터보다 넓은 개념이다.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AI 모델 학습에 투입하고 모델을 개발한 뒤 실제 사업과 제품에 적용하는 전체 과정을 하나의 인프라에서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이번 데이터 팩토리는 그 가운데 로봇 분야에 특화된 데이터 생산 거점 역할을 맡는다. 그룹 전체의 AI 컴퓨팅 인프라와 로봇 현장의 실제 데이터를 연결하면 모델 개발부터 현장 검증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LG전자 올해를 로봇 사업 확장의 원년으로 설정

LG전자는 2026년을 로봇 사업 확대의 출발점으로 삼고 조직 구조도 바꾸고 있다. 지난달 CEO 직속 로봇사업센터를 신설해 회사 안에 분산돼 있던 로봇 관련 사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로봇사업센터는 기술 개발만 담당하는 연구조직이 아니라 전사 로봇 사업을 총괄하면서 제품 개발과 사업화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AI 기술 개발과 실제 제품 판매 사이의 간격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기존 LG전자의 로봇 사업은 공장과 물류시설, 식음료 매장 등 산업과 상업용 시장이 중심이었다. 앞으로는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가정용 로봇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용에서 홈 로봇으로 사업 영역 확대

LG가 홈 로봇 시장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기존 사업과 연결할 수 있는 영역이 넓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TV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이미 가정에 공급하고 있다.

향후 홈 로봇이 이들 기기와 연결되면 단순 이동형 기기를 넘어 가정 전체를 관리하는 AI 에이전트 역할까지 맡을 가능성이 있다. 로봇이 집 안을 이동하면서 가전제품을 제어하거나 물건을 옮기고 간단한 가사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는 가정 내부의 복잡한 환경을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공장처럼 물체 위치와 작업 동선이 일정하지 않고 사람과 반려동물, 가구가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훨씬 많은 학습 데이터가 필요하다.

양재 데이터 팩토리에 실제 가정을 재현한 훈련 공간을 만든 것도 이러한 홈 로봇 사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확보하는 전략

LG전자가 목표로 하는 방향은 완성 로봇 한 종류를 판매하는 회사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제공하는 종합 로봇 솔루션 기업에 가깝다.

LG는 이미 모터와 액추에이터 등 로봇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핵심 부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제조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실제 로봇 제품과 데이터 팩토리,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연결하면 부품에서 AI 소프트웨어까지 하나의 구조로 묶을 수 있다.

로봇 산업에서는 하드웨어 성능만큼 소프트웨어와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모터와 센서 성능이 비슷해지더라도 어떤 AI 모델을 사용하고 얼마나 다양한 현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에 따라 실제 작업 능력에서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LG가 데이터 플라이휠을 핵심 경쟁력으로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와 연결된다. 로봇 판매량이 증가하면 더 많은 현장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 데이터를 다시 AI 모델 개선에 사용해 다음 로봇의 성능을 높이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제조업 데이터가 피지컬 AI 경쟁력으로 전환

생성형 AI 경쟁에서는 인터넷에서 확보할 수 있는 텍스트와 이미지 데이터가 중요한 자산이었다. 피지컬 AI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로봇이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행동 데이터는 인터넷 검색만으로 대규모 확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자동차와 전자제품, 물류, 제조공장을 직접 운영하는 기업의 가치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축적한 생산 노하우와 현장 데이터가 로봇을 학습시키는 새로운 AI 자산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엔비디아와의 협력에서 가장 앞세우는 것도 자신들이 보유한 제조와 물류 데이터다. 엔비디아가 AI 모델과 시뮬레이션, 컴퓨팅 플랫폼을 제공하고 LG가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으면 두 기업이 서로 부족한 영역을 보완할 수 있다.

로봇 경쟁의 핵심이 데이터 확보 속도로 이동

휴머노이드와 범용 로봇 시장이 커지면서 앞으로 기업 간 경쟁에서 중요한 기준은 로봇을 몇 대 생산할 수 있는지만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고품질 행동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와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시뮬레이션과 실제 로봇 데이터를 결합하는 이유도 같다. 실제 환경에서 모든 상황을 테스트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기 때문에 현실 데이터와 합성 데이터를 함께 활용해야 학습 속도를 높일 수 있다.

LG전자의 데이터 팩토리는 이런 구조를 자체적으로 구축하려는 시도다. 수백 대의 로봇에서 동시에 실제 데이터를 확보하고 엔비디아 Cosmos 등을 이용해 데이터를 증강한 뒤 다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에 투입하는 순환 구조가 완성되면 로봇 개발 과정 자체가 지속적인 데이터 생산 시스템으로 바뀐다.

올해 말까지 목표로 한 10만시간 규모의 데이터가 실제 RFM 성능 개선과 제품 개발로 연결되는지가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후 산업과 물류 현장에서 확보한 기술이 가정용 로봇으로 확대될 경우 LG의 기존 가전 생태계와 로봇 사업이 결합되는 새로운 사업 구조도 만들어질 수 있다.

LG전자와 엔비디아의 이번 협력은 AI 반도체 공급 계약보다 로봇 산업에서 데이터와 모델, 하드웨어를 하나의 순환 구조로 연결하려는 데 의미가 있다. 생성형 AI 경쟁이 모델의 크기와 컴퓨팅 성능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피지컬 AI에서는 실제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얼마나 빠르게 로봇의 행동 능력으로 전환하는지가 경쟁력을 결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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