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이란이 우위에 있을 때 전쟁 끝내야”

페제시키안 지금이 전쟁을 끝낼 시점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미국과의 전쟁을 지금 끝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란이 현재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이란이 밀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군사적 긴장이 다시 확대되기 전에 현재의 힘을 바탕으로 종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1일 테헤란에서 의료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힘과 존엄을 갖고 있는 지금 전쟁을 끝내는 것이 낫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세계가 이란의 승리를 인정하고 있으며 미국이 이란의 학교와 병원, 기반시설을 공격해 국제 규범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이란의 승리가 국제적으로 공식 인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과 이란 가운데 어느 쪽이 전쟁에서 우위를 확보했는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평가가 나온 상태도 아니다. 페제시키안이 현재의 군사·외교 상황을 이란에 유리하다고 규정하며 국내외에 제시한 정치적 평가에 가깝다.
다만 이란 최고위급에서 종전 필요성이 이처럼 직접적으로 제기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최근 이란 군부에서는 미국의 추가 압박에 대해 공세적인 군사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발언이 잇따랐던 만큼 대통령의 발언은 테헤란 내부에서도 현재의 우위를 활용해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6월 MOU 높게 평가하며 항복은 아니었다고 강조
페제시키안은 지난 6월 미국과 체결했던 임시 양해각서에 대해서도 “명예롭고 가치 있는 합의”였다고 평가했다. 해당 합의에 이란의 항복으로 볼 만한 내용은 없었으며 이란이 이행해야 할 의무보다 미국 측이 실행해야 할 조건이 남아 있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은 6월 18일 전쟁의 최종 종식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60일의 기간을 설정했지만 핵심 쟁점에서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와 정상 통항, 미국의 해상 봉쇄와 대이란 제재, 동결 자산, 양국의 군사행동 중단 등이 계속 충돌했다.
60일 협상 기간은 이번 주 종료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재 이란과 진행 중인 협상이나 예정된 공식 협상이 없다고 밝혔으며 해상 봉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후에는 언젠가 협상에 다시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미국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페제시키안의 이번 발언은 이런 시점에서 나왔다. 협상 기한이 지나고 미국이 경제 압박을 크게 강화하려는 상황에서 이란이 다시 종전 협상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그는 6월 합의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의 지지를 받았으며 협상 결과 자체를 이란의 중요한 성과로 평가했다. 동시에 미국이 다시 공격할 경우 이란이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종전을 원하지만 미국의 압박을 받아 조건 없이 물러나는 형태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같은 날 이란 군부는 파괴적 대응 경고
페제시키안의 종전 발언과 동시에 이란 군부에서는 정반대 방향으로 보일 수 있는 강경 메시지도 나왔다.
알리 압돌라히 이란군 참모총장은 미국의 새로운 위협에 대해 지상과 해상, 공중, 방공, 사이버 영역에서 압도적이고 파괴적인 대응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이란 최고지도부가 군 지휘부를 재편하고 공세적 작전 능력을 강화하라고 주문한 데 이어 군부가 다시 대응 태세를 강조한 것이다.
이는 이란이 당장 일방적인 휴전이나 군사적 후퇴를 제안하고 있는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확보한 협상력을 활용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군은 추가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군사적 억지력을 계속 유지하는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테헤란이 협상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핵심 카드 가운데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전쟁 이전 세계 원유 교역의 상당 부분이 통과했던 해협의 선박 운항은 아직 정상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미국은 자신들이 해협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으며 원유 선박의 통항이 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란은 미국이 요구 조건을 이행하기 전까지 해협이 정상적으로 개방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 입장에서는 해협을 둘러싼 압박이 국제유가와 미국의 물가, 세계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 자체가 중요한 협상력이다. 반면 미국은 해상 봉쇄와 금융제재를 통해 이란이 장기간 현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종전 협상보다 경제 압박 강화
페제시키안의 발언이 나온 시점에 미국은 오히려 이란에 대한 경제 압박을 한 단계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 기회를 놓쳤다며 전례 없는 수준의 경제 작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이란에 자금과 무역,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제3국의 기업과 금융기관까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도 이란을 상대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수준의 경제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제재 방안은 다음 주 공개될 예정으로, 미국은 이란 원유의 우회 수출과 통화스와프, 현금 이동, 환전소, 선박 등록, 위장회사 등 기존 제재 회피망을 집중적으로 겨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제3국 금융기관까지 본격적으로 압박할 경우 이란의 가장 중요한 외화 수입원인 원유 거래에도 영향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이란이 대응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더 강하게 제한하거나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이면 국제유가가 다시 뛰면서 미국에도 물가와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
결국 양측이 서로 다른 압박 수단을 갖고 버티는 구조다. 미국은 금융과 원유 수출을 조이는 경제력을 활용하고 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과 미사일·드론 전력 등을 협상력으로 유지하고 있다.
페제시키안이 “우위에 있을 때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 상황을 장기간 지속하는 것보다 현재 확보했다고 판단하는 협상력을 실제 합의로 전환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전쟁과 해상 봉쇄, 제재가 길어질수록 이란 내부 경제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 역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미국과 이란 사이에 공식 협상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경제제재를 예고하고 이란 군부도 강경 대응을 경고한 상태여서 페제시키안의 발언이 곧바로 새로운 종전 협상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21일 발언으로 확인된 것은 적어도 이란 대통령이 현 상태를 무기한 끌고 가기보다 지금을 협상을 끝낼 수 있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추가 제재가 실제로 시행되기 전에 중재국을 통한 접촉이 다시 시작되는지, 그리고 이란 최고지도부와 군부가 페제시키안의 종전론에 어느 정도 힘을 실어주는지가 다음 흐름을 가를 변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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