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연준 의장, 금요일 잭슨홀 주요 연설… 관전 포인트는?

워시 첫 잭슨홀 연설 앞두고 월가 시선 집중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 나선다. 취임 이후 구체적인 금리 경로나 경제 전망을 거의 제시하지 않았던 만큼 이번 연설에서도 기존의 제한적인 소통 방식을 유지할지,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에 대한 판단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워시 의장은 28일 미국 동부시간 오전 10시, 한국시간 오후 11시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올해 심포지엄의 공식 주제는 금융 혁신과 지급결제 및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연설의 초점이 연준의 통화정책 운영과 워시 체제의 정책 프레임워크에 맞춰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과거 연준 의장들은 잭슨홀 연설을 중장기 통화정책 방향과 정책 체계 변화를 설명하는 자리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워시는 지난 5월 취임한 이후 이전 의장들과 다른 소통 방식을 택했다. 연준이 시장에 향후 정책 방향을 미리 제시하기보다 경제지표와 시장 움직임을 참가자들이 직접 해석하도록 두는 방식을 선호해 왔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고, 연준이 어떤 조건에서 금리를 인상하거나 동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연준 5개 태스크포스 설명에 집중할 가능성
M&T은행과 윌밍턴트러스트의 루크 틸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워시가 이번 연설에서 구체적인 경기 판단이나 금리 전망보다 현재 연준이 진행하고 있는 5개 태스크포스의 작업과 연준 운영 방향을 큰 틀에서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워시 의장은 취임 후 통화정책 운영 체계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한다는 방침 아래 5개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연준의 대외 소통 방식, 대차대조표 정책, 경제 데이터 활용, 생산성과 고용, 인플레이션 분석 체계가 각각 검토 대상이다.
소통 태스크포스는 정책 결정 과정과 불확실성을 시장에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를 다루고 있으며 대차대조표 태스크포스는 현재의 충분한 지급준비금 체계와 연준의 자산 구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데이터 관련 태스크포스는 정책 결정에 활용되는 경제정보의 정확성과 적시성을 높이는 작업을 맡았다. 생산성과 고용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새로운 범용 기술이 미국 경제의 생산능력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다. 인플레이션 태스크포스는 물가 상승 원인을 기존 모델과 다른 관점까지 포함해 다시 분석하고 있다.
워시는 지난 7월 의회 증언에서도 이들 태스크포스가 현재 연준의 정책 수단과 분석 방법, 경제모델을 다시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 결과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전망보다 반응 함수 공개 여부에 관심
월가가 이번 연설에서 구체적인 기준금리 숫자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워시가 어떤 경제지표를 기준으로 정책을 바꿀 것인지 설명하는 이른바 반응 함수를 제시할지가 중요한 관전 요소로 꼽힌다.
7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고 근원 PCE 가격지수도 3.3%를 기록했다. 연준의 장기 물가 목표인 2%를 계속 웃돌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연준 인사들 사이에서도 현재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현재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다고 밝혔고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물가 압력을 낮추기 위한 추가 행동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현재 정책금리를 완만하게 제약적인 수준으로 평가했다.
CNBC가 인용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크 카바나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워시가 인플레이션 둔화가 계속되지 않을 경우 다시 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예상했다.
워시가 직접적인 금리 전망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어떤 물가지표와 고용지표, 금융시장 상황을 정책 변경 조건으로 보는지를 설명할 경우 취임 이후 제시하지 않았던 정책 판단 기준이 처음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장기 국채금리 급등 이후 잭슨홀 중요성 커져
이번 잭슨홀 연설이 이전보다 큰 관심을 받게 된 배경에는 최근 미국 장기 국채시장의 급격한 움직임도 있다.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달 장중 5.337%까지 상승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정부 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증가, 인플레이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자금 수요 등이 동시에 채권시장에 반영됐다.
워시는 취임 이후 장기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돼야 하며 연준이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 이를 직접 통제하는 역할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나타내 왔다. 연준의 자산 매입 역시 시장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워시가 강조해 온 방향이다.
그러나 미 재무부는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자 기존 국채 바이백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장기 국채의 정례 바이백 규모를 기존 회당 약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두 배 늘리기로 했으며 확대된 프로그램은 9월 9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BNY는 재무부의 발표 직후 30년물 금리가 5.31%에서 5.19%까지 내려갔지만 이후 다시 5.2%를 넘어섰다고 집계했다.
RSM의 조지프 브루수엘라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채권시장 움직임과 워시 의장의 취임 초기 소통 과정으로 인해 이번 잭슨홀 연설의 중요성이 연준이 원했을 수준보다 커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무부가 장기금리에 직접 영향을 주기 위한 조치를 취하면서 시장 중심의 금리 결정을 강조해 온 워시의 기존 입장과 서로 다른 방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모호한 메시지면 30년물 5.5% 가능성 제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워시가 이번 연설에서 통화정책보다 생산성이나 인구구조 같은 장기적인 구조 문제에만 집중할 경우 채권시장이 이를 비둘기파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카바나 전략가는 이 경우 장기 국채에서 매도세가 나타나 30년물 수익률이 5.5%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최근 수준보다 0.3%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며 21세기 초 이후 보기 어려웠던 금리대다.
반대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워시가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둔화하지 않을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할 것으로 예상했다.
CNBC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한 경제학자와 전략가, 투자자 31명 가운데 80%가 워시가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향후 금리 경로를 직접 언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으며 45%는 이번에도 구체적인 금리 가이던스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AI와 생산성에 대한 워시의 판단도 주목
워시가 최근 반복적으로 언급해 온 인공지능과 생산성도 이번 연설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는 주제다.
워시는 AI를 자신의 성인기 동안 미국 경제와 기업, 가계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으며 생산성 향상이 장기적으로 물가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이 같은 시각은 워시가 인플레이션을 단순히 실업률이나 수요 증가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생산성과 공급능력, 기술 발전 등 공급 측면의 변화를 함께 보는 기존 접근과도 연결돼 있다.
연준이 출범시킨 생산성과 고용 태스크포스도 AI와 같은 범용 기술이 미국의 생산능력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 워시가 잭슨홀에서 해당 작업의 진행 상황을 설명할 경우 AI 투자 확대를 연준의 물가 및 고용 판단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도 일부 공개될 수 있다.
워시 의장의 연설은 한국시간 28일 오후 11시에 시작된다. 같은 시간에는 미국의 8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와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 수정치도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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