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국과 외교 재개, 불가능하지 않다”

이란 외무장관 미국과 외교 재개 가능성 열어둬
이란이 미국과의 외교를 다시 가동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미국이 대이란 제재와 해상 압박을 강화하며 현재 직접 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카타르가 테헤란에서 중재에 나서면서 이란 측에서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8일 카타르의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 겸 외무장관과의 회담 이후 미국과의 외교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번 회담을 창의적인 논의라고 표현했다. 다만 미국이 압박을 통해 이란의 입장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을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신뢰를 구축하고 이란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대화하며 이란의 권리를 인정하고 기존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이 새로운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한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미국이 현재 이란과 대화하고 있지 않으며 회담을 추진하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백악관 역시 이란이 의미 있는 협상에 나설 때까지 경제적 압박을 계속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 역시 즉각적인 직접 협상 재개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번 발언은 카타르의 중재 이후 아라그치 장관이 미국과의 외교 채널 복원에 필요한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카타르 총리 테헤란 방문해 이란 지도부 연쇄 회동
카타르는 최근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과 이란 사이의 외교를 다시 가동하기 위해 중재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알사니 총리는 27일 테헤란을 방문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아라그치 외무장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모센 레자이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등 이란의 주요 인사들을 잇달아 만났다.
카타르 총리가 이란을 찾은 것은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회담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대화 재개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카타르 측은 역내 긴장을 낮추고 주변국의 주권과 국제적인 항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아라그치 장관과 알사니 총리는 호르무즈 해협에 임시 공동 항로를 설치하는 방안과 기뢰 제거 작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앞서 이란과 오만은 선박의 이동 방향에 따라 양국 영해를 사용하는 임시 항행 체제를 마련하는 방안을 협의해 왔다.
카타르는 미국과 이란 양측에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협상 재개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다. 파키스탄과 오만도 별도의 중재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이란 호르무즈 재개방 조건 마련
이란의 최고 안보 책임자인 모센 레자이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미국이 일정한 조건을 이행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적인 선박 통항을 다시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레자이는 중재국들의 요청을 받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조건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구체적인 전체 조건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역 전쟁의 종식이 주요 요구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이란은 앞선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이란 항만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경제 제재를 철회하며 전쟁과 제재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했다.
레자이는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의 공동 항로 운영에 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 역시 오만과 선박 통항 및 관련 수익을 관리하는 방안을 협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세부 사항은 아직 양측 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던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지난 2월 충돌 이후 정상적인 상업 선박 통항량은 급격히 감소했다.
미국은 최근 해협에서 기뢰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상업 선박의 통항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에 따르면 미군의 지원을 받아 약 1500척의 선박이 해협을 통과했다. 그러나 전체 통항량은 전쟁 이전의 약 5%에서 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은 협상보다 경제 압박 유지
카타르가 외교 재개를 중재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협상 복귀보다 경제적 압박에 맞춰져 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번 주 이란의 글로벌 금융과 무역 연결망을 차단하는 경제적 고립 작전을 발표했다. 미국은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금융기관에 2차 제재를 적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디지털 자산과 기술, 금, 항공, 해운을 추가 제재 대상 분야로 지정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란의 핵과 미사일 관련 기술 조달, 사이버 활동, 원유 판매 등에 관여했다고 지목한 약 60개의 개인과 기업 및 선박을 별도로 제재했다.
미국은 즉각 모든 이란 거래국에 제재를 적용하지 않고 관련 거래를 정리할 기간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기한 안에 미국의 요구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해외 금융기관을 미국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하는 조치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27일 미국이 현재 이란과 협상하고 있지 않다고 확인했다. 미국은 지난 6월 마련됐던 기존 합의 조건으로 다시 돌아가는 방안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시 미국과 이란은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후속 협상을 위한 틀을 마련했지만 합의는 이후 무너졌다. 현재 이란은 당시 약속의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새로운 경제적 압박을 통해 다른 조건의 협상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아라그치 외교 노선에 이란 강경파 비판 지속
아라그치 장관은 지난 6월 미국과의 휴전 합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이란 정부 내 주요 협상 인사다. 당시에도 이란 내부에서는 미국과의 합의 조건을 둘러싸고 강경파의 반발이 이어졌다.
6월 합의가 마련되는 과정에서 테헤란에서는 아라그치 장관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을 비판하는 강경파 집회가 열렸다. 일부 의원과 강경 성향 인사들은 미국과의 합의가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이란의 협상 수단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아라그치 장관은 휴전 합의를 지지하며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유지했지만 이후 양측이 서로 합의 위반을 주장하면서 전투가 재개됐다.
이란 내부에서는 현재도 미국과의 외교를 다시 추진할 것인지, 경제 제재와 해상 봉쇄에 강경 대응을 계속할 것인지를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혁명수비대와 일부 안보 관계자들은 미국의 경제 압박에 대한 보복을 언급하는 반면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이 이란의 조건을 받아들일 경우 외교 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카타르와의 회담 이후 나온 아라그치 장관의 발언도 이러한 기존 입장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미국과의 외교 자체를 배제하지 않았지만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압박 정책을 바꾸고 신뢰 회복과 이란의 권리 인정, 기존 약속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레자이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조건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란의 외교 논의와 해협 통항 협상이 다시 연결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직접 협상을 부인하고 경제적 압박을 유지하고 있으며 카타르와 오만, 파키스탄은 양측 사이에서 중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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