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클래리티 법안 절차 표결 부결…

클래리티 법안 상원 절차 표결 통과 실패
미국의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규제 법안인 클래리티 법안이 상원의 핵심 절차 표결을 넘지 못했다. 미 상원은 15일 H.R.3633 디지털자산시장명확성법을 본회의에서 다루기 위한 절차인 토론종결 표결을 실시했지만, 법안 심의를 진전시키는 데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미 상원의 최종 기록에 따르면 토론종결안은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부결됐다. 이번 표결은 클래리티 법안 자체를 최종 가결하거나 부결하는 표결이 아니라, 법안을 본격적으로 심의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할지를 결정하는 표결이었다. 상원에서는 토론종결에 60표가 필요해 단순 과반을 확보하더라도 기준에 미달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클래리티 법안은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증권거래위원회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감독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나누고, 디지털자산 거래와 중개 사업자에 적용할 연방 차원의 규제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미 하원은 지난해 7월 이 법안을 찬성 294표, 반대 134표로 통과시킨 뒤 상원으로 넘겼다. 하원 보고서에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디지털상품에 대한 관할권을 부여하고, 디지털상품과 관련된 투자계약에 대한 증권거래위원회의 관할 범위를 명확히 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막판 수정안에도 60표 확보 실패
표결 직전까지 상원에서는 법안 수정을 위한 협상이 이어졌다. 공화당 측은 민주당 의원들이 요구해 온 내용을 반영해 126개의 실질적인 변경 사항을 새 법안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수정안에는 연방 공직자가 자신이 관련된 암호화폐 사업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을 제한하는 윤리 규정과 주 법무장관의 집행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 등이 추가됐다.
그러나 민주당 측에서는 공직자와 그 가족의 디지털자산 관련 이해관계를 제한하는 규정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은행권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보상과 관련한 조항이 은행 예금과 경쟁해 예금 유출과 대출 여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추가 수정을 요구했다. 법안 지지 측은 수정안에 민주당이 요구한 상당수 내용이 반영됐다고 주장했지만, 표결 결과 60표 확보에는 실패했다.
공화당에서도 반대표가 나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제리 모런, 수전 콜린스, 조시 홀리, 톰 틸리스 의원이 법안의 절차 진행에 반대했다. 틸리스 의원은 추후 재표결 가능성을 남겨두기 위한 절차상 조치로 찬성에서 반대로 표를 변경한 뒤 재심의 동의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이번 부결로 법안이 공식 폐기된 것은 아니며 상원이 다시 표결을 진행할 수 있는 절차적 가능성은 남아 있다.
암호화폐와 관련주 동반 하락
상원 표결이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암호화폐 시장과 관련 종목도 약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은 표결 결과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5% 넘게 하락했으며 미국 증시에 상장된 코인베이스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의 주가는 장중 최대 10% 안팎까지 떨어졌다.
코인베이스와 서클뿐 아니라 로빈후드 등 디지털자산 거래에 노출된 기업들의 주가도 함께 밀렸다. 표결 전부터 비트코인은 7만6000달러대까지 하락했고 로빈후드와 코인베이스, 서클 등 주요 암호화폐 관련 종목은 3% 이상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상원 표결 이후에도 암호화폐 관련주 전반의 약세가 이어졌다.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는 표결 이후 클래리티 법안이 상원에서 진전되지 못한 데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동시에 증권거래위원회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현행 권한 안에서도 보다 명확한 규정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안 처리 일정 다시 불투명
클래리티 법안은 미국 암호화폐 업계가 추진해 온 핵심 시장구조 법안 가운데 하나다. 디지털자산이 어떤 조건에서 증권 또는 상품으로 분류되는지, 거래소와 중개업체가 어느 기관의 감독을 받는지 등을 연방법에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표결 실패로 상원에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일정은 다시 불투명해졌다. 상원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향후 회기 일정이 제한돼 있으며, 틸리스 의원이 재심의 절차를 열어둔 만큼 지도부가 다시 표결을 추진할 가능성 자체는 남아 있다. 다만 다시 토론종결안을 통과시키려면 60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은 변하지 않는다.
의회에서 시장구조법 처리가 지연되는 동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기존 권한을 바탕으로 디지털자산 관련 규정 정비를 계속 진행하게 된다. 연방 차원의 포괄적인 시장구조 체계를 법률로 확정하려는 클래리티 법안은 이번 상원 절차 표결을 넘지 못하면서 추가 협상과 재표결 여부를 기다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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