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 백신 개발 국가 차원에서 추진… 7~10년 내 상용화 목표

미국, 암 백신 개발 국가 프로젝트 추진…”7~10년 안에 병원 치료 목표”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때처럼 민관이 힘을 합쳐 암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민관 협력을 통해 암 환자를 위한 맞춤형 치료 백신의 개발과 임상시험을 앞당기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암에 걸린 환자의 치료를 위한 백신으로, 암을 미리 막는 예방 백신과는 다르다.
맞춤형 암 백신은 환자의 면역체계가 몸속의 암세포를 찾아내 공격하도록 돕는다. 상당수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종양에만 있는 비정상 단백질을 겨냥한다. 환자의 종양 조직을 유전체 분석해 암세포에만 나타나는 신생항원을 찾아낸 뒤, 이를 바탕으로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맞는 백신을 만드는 방식이다. 모더나와 머크의 맞춤형 암 치료제는 신생항원을 최대 34개까지 담는다.
12월 출범…췌장암·간암·대장암 우선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오는 12월 시작될 예정이다. 우선 췌장암과 간암, 대장암, 그리고 일부 소아 종양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모두 미국에서 사망자가 많은 암이다. 미국암학회(ACS)는 올해 미국에서 약 211만4,850명이 새로 암 진단을 받고 약 62만6,140명이 암으로 숨질 것으로 추산했다. 하루 5,800명꼴로 새로 암 진단을 받는 셈이다.
올해 암 사망 원인 가운데 대장암은 2위, 췌장암은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췌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3%에 머물러 있고, 간암의 5년 생존율은 1990년대 중반 7%에서 22%로 높아졌다.
스테이시 애덤 NIH 재단(FNIH) 수석 임상 책임자는 프로그램이 12월에 출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를 끌어올렸던 협력 방식을 암 백신에서도 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에는 NIH와 NIH 재단을 비롯해 연구자, 제약·바이오 기업, 환자 단체와 비영리 단체, 환자들이 함께 참여한다.
NIH가 본보기로 삼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2020년 5월 출범한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통해 이뤄졌다. 정부가 개발과 생산 비용을 지원하고 임상과 허가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같은 해 12월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의 mRNA 백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통상 10년 넘게 걸리던 백신 개발 기간을 1년 안쪽으로 줄인 것이다.
1단계 3년·2단계 최소 4년…7~10년 내 상용화
NIH는 프로젝트를 두 단계로 나눠 진행할 계획이다. 1단계 소규모 연구에는 약 3년, 2단계 대규모 임상시험에는 최소 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7~10년 안에 암 환자들이 병원에서 백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프로젝트는 NIH 재단과 미 국립암연구소(NCI)가 함께 추진하는 ‘치료용 암 백신 이니셔티브(TCVI)’를 바탕으로 한다. 초기 투자 규모는 3년간 2억 달러로, 연방 정부가 1억 달러를, 기업과 자선단체 등이 나머지 1억 달러를 댄다. 환자에게 백신을 바로 공급하는 사업이 아니라, 치료용 암 백신 개발에 필요한 임상과 연구 기반을 함께 갖추는 사업이다.
첫 3년 동안은 임상시험 네트워크와 데이터,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고 실증 연구를 진행하는 데 집중한다. 이후 단계에서는 연구를 확대하고 확증 임상시험과 허가 절차를 밟는다. 장기적으로는 2035년까지 치료용 암 백신을 더 많은 환자가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은 2024년 국민보건서비스(NHS)와 유전체 분석 기관 지노믹스 잉글랜드 주도로 ‘암 백신 런치패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맞춤형 암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환자를 찾아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영국 정부는 2023년 바이오엔테크와 협약을 맺고 2030년까지 최대 1만 명의 환자에게 맞춤형 암 치료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앞서 미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이 지원하던 22건, 약 5억 달러 규모의 mRNA 백신 개발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노바백스·모더나 등 백신주 급등
프로젝트 소식이 전해지자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백신 관련주가 일제히 뛰었다. 장중 한때 노바백스는 16.89% 오른 12.87달러, 모더나는 12.15% 오른 220.94달러에 거래됐다. 백시테는 8.41%, 바이오엔테크는 5.16% 올랐고, 머크와 화이자도 각각 2.65%, 1.31% 상승했다.
노바백스는 단백질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회사로, 2024년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최대 12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백신 공동 상업화 계약을 맺었다.
모더나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225달러까지 오르며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더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600% 넘게 올랐다. 시장에서는 mRNA 기반 암 치료 분야를 이끌고 있는 모더나가 이번 프로젝트의 수혜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
모더나는 머크와 함께 개발 중인 mRNA 기반 맞춤형 암 치료제 ‘인티스메란 오토젠’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 8월 인티스메란을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함께 투여한 임상 3상에서 고위험 흑색종 환자의 재발이나 전이를 늦추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모더나 주가는 당시에도 급등했다.
임상 3상에는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한 2B~4기 흑색종 환자 1,137명이 참여했다. 인티스메란과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한 환자군은 키트루다만 투여한 환자군보다 무재발 생존 기간과 원격 전이 없는 생존 기간이 모두 길었다. 개인 맞춤형 신생항원 치료제와 mRNA 기반 암 치료제 가운데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상 책임연구자인 조지나 롱 호주 흑색종연구소 교수는 “인티스메란과 키트루다 병용 요법은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세울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진행된 임상 2b상의 5년 추적 결과에서는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49%, 원격 전이 또는 사망 위험이 59% 낮아졌다.
바이오엔테크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양성 종양을 겨냥한 ‘BNT113’, 폐암 백신 ‘BNT116’, 제넨텍과 함께 개발하는 맞춤형 암 백신 ‘오토젠 세부메란’ 등 여러 암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오토젠 세부메란은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에서 백신에 면역 반응을 보인 환자들의 재발이 늦어지는 결과를 보여 주목받았고, 현재 후속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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