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국,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위한 7개 조건 중 일부 수용”

이란 레자이 “미국, 호르무즈 재개방 7개 조건 중 일부 수용…답변은 불충분”
이란의 최고 안보 당국자인 모센 레자이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해 이란이 제시한 7가지 요구 조건 가운데 일부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다만 나머지 조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남아 있다며 미국의 답변은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란 관영 매체에 따르면 레자이 사무총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의 7개 조건 가운데 일부를 수용했지만, 나머지 조건에는 모호한 부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부분을 해소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도 미국의 답변이 “불충분하다”며 이란의 외교 방식이 바뀌었고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파키스탄·카타르·이라크 통해 미국 제안 전달받아”
레자이 사무총장은 미국이 지난 두 달 동안 파키스탄과 카타르, 이라크를 통해 간접적으로 여러 제안을 전달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세 차례의 협상에서 미국이 매번 협상을 마무리하지 않은 채 이란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외교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앞서 미국과의 협상이 결론 없이 이어지면 중동 지역의 해저 케이블과 AI 데이터센터를 공격 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6일에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대이란 경제 압박 성과 주장을 ‘선전’이라고 일축하며 “호르무즈는 위협이나 압박으로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1981년부터 1997년까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을 지냈고, 지난 8월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임명으로 SNSC 사무총장에 올랐다.
이란 7개 조건은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 기반
7개 조건은 이란의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지난 4일 공개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에 바탕을 둔 우리의 7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과정을 질질 끌고 일방적인 요구를 강요하던 시기는 끝났다”고 말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조건에는 이란 항구와 선박에 대한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이란산 원유 수출 금지 해제, 동결된 이란 자산 반환, 대이란 제재 전면 해제, 이란과 레바논 헤즈볼라 등 역내 동맹 세력에 대한 모든 군사 행동 중단 등이 담겼다.
이란 당국자들은 지난 6월 미국과 맺은 14개 항목의 양해각서 이행을 거듭 요구해 왔다. 양해각서에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제재 완화, 동결 자산 접근, 3,000억 달러 규모의 재건·경제 개발 계획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은 앞서 4월 초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항을 조건으로 2주간 휴전에 합의한 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협상을 이어 왔다.
아락치 “7일 계획”…미국은 역제안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8일 미국과의 간접 협상이 이어지고 있으며, 중재국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내놓은 ‘7일 계획’에 대한 미국 측 견해를 검토하고 있으며 며칠 안에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이란이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내놓은 7일 계획은 미국이 계획을 받아들이는 시점부터 7일이 시작되는 구조다. 미국이 4~5일에 걸쳐 필요한 조치를 마치면 6일째에 해협을 다시 열고, 7일째에 협상을 재개한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후 핵 관련 양보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역제안을 내놨고, 카타르 중재단이 이에 대한 이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아락치 장관은 11일 테헤란 기자회견에서는 이란과 가자지구, 레바논에 대한 공격이 역내 환경에 여러 세대에 걸쳐 피해를 남길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책임을 촉구했다.
트럼프 “중간선거 전 공격 없다”…봉쇄는 유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이란과 생산적인 논의를 이어 가고 있다며 11월 3일 중간선거 전까지 이란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이 경제적, 군사적으로 매우 나쁜 상태라며 해상 봉쇄는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는 앞서 지난 5일에는 이란과 직접 대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미국 언론은 미 국방부가 중부사령부에 이란에 대한 대규모 전투 작전 재개 준비를 마무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작전이 재개되면 이란의 에너지 시설과 기반시설, 핵 관련 목표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란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경제적 추방 작전’도 이어 가고 있다. 베센트 장관은 이란 리알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란이 지난달 유조선에 원유를 단 한 건도 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란 공식 통계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89.8% 올랐다. 갈리바프 의장은 미국 경제도 에너지 비용과 국채 금리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며 베센트 장관을 조롱하기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이후 사실상 막혀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통행료를 물리고 이를 가상자산으로 걷어 왔다. 걸프 산유국들은 우회 송유관과 대체 항구를 통해 원유를 수출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6일 홍해로 이어지는 동서 송유관의 수송량이 하루 580만 배럴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4월 13일부터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을 막는 해상 봉쇄를 시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하룻밤 사이 2,200만 배럴의 원유가 흘러나왔지만 이란을 드나든 원유는 단 한 배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9일 호르무즈 해협 남쪽의 ‘불법 항로’를 이용하려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을 공격했다고 밝히며,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은 역내 어디서든 추적해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역내 긴장도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은 10일 미사일 공격으로 12명이 숨진 데 이어 11일에도 공격을 받아 파키스탄인 1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예멘 후티 반군은 공항 공격을 자신들이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국제유가도 높은 수준을 이어 가고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 9일 배럴당 105달러 부근에서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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