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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CEO “AI 설비투자에 자본 부족… GPU 증권화 시장 만들어야”

hef_admin 읽는 시간 약 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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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핑크 블랙록 CEO “AI 설비투자에 자본 부족…GPU 증권화 시장 만들어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경력 사상 처음으로 경제 전반에 ‘자본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전례 없는 설비투자(CAPEX) 수요로 기존 금융권의 대출 여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핑크 CEO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히며, 신용등급이 없는 스타트업도 값비싼 컴퓨팅 자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금융시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칩 수명·잔존가치로 신용등급 매겨 GPU 유동화

핑크 CEO에 따르면 블랙록은 주요 빅테크, 반도체 제조사들과 함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칩의 사용 가능 기간과 잔존가치에 관한 데이터를 모으는 금융 모델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칩의 잔존가치에 근거한 신용등급을 매기고, GPU를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지난 2주 동안 모든 반도체 제조사와 이 문제를 논의했다”며 AMD와 브로드컴을 언급했고,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 개발도 사례로 들었다. 핑크 CEO는 신용평가사들과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이 작업에 1년가량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구상의 목표는 투자자들이 대형 빅테크의 재무제표 밖에서도 컴퓨팅 자산에 자금을 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은 막대한 현금을 가진 소수 빅테크가 AI 인프라 투자를 주도하고 있지만, GPU가 담보 가치를 인정받으면 신용 이력이 짧은 기업도 자본시장에서 칩 구매 자금을 조달할 길이 열린다.

칩의 수명과 잔존가치는 AI 투자 회계에서 핵심 쟁점이기도 하다. 빅테크들은 서버 등 장비의 감가상각 기간을 5~6년으로 잡고 있지만, 빠르게 세대가 바뀌는 AI 칩이 실제로 얼마 동안 가치를 유지하는지를 놓고는 시장에서 논란이 이어져 왔다.

블랙록은 AI 인프라 투자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블랙록은 2024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 아랍에미리트(UAE) 투자회사 MGX, 자회사 글로벌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GIP)와 함께 ‘AI 인프라 파트너십(AIP)’을 출범시켰다. 지난해 10월에는 이 컨소시엄을 통해 미국 데이터센터 기업 얼라인드 데이터센터를 40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코어위브 회사채 부실 수준 급락한 날

핑크 CEO의 발언은 AI 인프라 금융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진 가운데 나왔다. 같은 날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2032년 만기 무담보 회사채는 액면가 1달러당 80센트 미만에 거래되며 통상 부실 신호로 여겨지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채권의 수익률은 15%를 넘었다. 코어위브는 그동안 엔비디아 GPU를 담보로 한 대출 등을 통해 데이터센터 확장 자금을 마련해 왔다.

오라클도 AI 클라우드 확장 비용과 불어나는 부채,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부담으로 이날 8.83% 급락했다. 예상보다 높은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까지 겹치며 S&P500지수는 1.11%, 나스닥100지수는 2.02% 하락했다.

앞서 혹 탄 브로드컴 CEO도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웨이퍼와 메모리 부족은 해소되고 있으며 자본이 AI 성장의 가장 큰 제약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같은 행사에서 탄수산 DBS CEO는 시장이 AI 투자 위험을 재평가하면서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과 엄격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를 “건전한 조정”이라고 평가했다.

“균열은 민간 신용보다 정부 부채 시장에서”

핑크 CEO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3%대까지 치솟은 환경에서 시장의 균열이 나타난다면, 손실률이 낮은 민간 신용보다는 프랑스 등 정부 부채 시장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정부 차입이 늘면서 자본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달 초 5.3%대까지 올라 2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75~4.00%로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10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7%가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6%까지 오르면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을 옮기겠다고 답했다.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하면 경기침체”

핑크 CEO는 40조달러에 이르는 미국 국가부채를 우려하면서도, 데이터센터 건립을 유예하는 것과 같은 규제가 생기면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 나라에서 어떤 형태로든 데이터센터 유예 조치가 나온다면 우리는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며 “우리 경제의 상당 부분이 이 설비투자 확대에 기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센터가 “문제가 아니다”라며, 데이터센터 건설이 전기공과 배관공, 용접공 등 인력이 부족한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에 대한 우려는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핑크 CEO는 사모자본을 풀어 연 3% 이상 성장하면 부채 부담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기존 견해를 고수했다. 그는 “미국 경제를 3% 성장시키려면 민간 자본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실업률이 4% 안팎인 현재 상황은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블랙록 운용자산 15조5,000억달러

블랙록은 같은 날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9월 말 기준 운용자산은 15조4,900억달러로 1년 전 13조4,600억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3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19% 증가했다. 운용보수와 증권대여 수익은 60억달러를 기록했고, 성과보수는 1년 전보다 22%, 전 분기보다는 두 배 넘게 늘었다. 기술 서비스·구독 매출은 14% 증가했다.

사모시장 부문은 3분기에 140억달러를 새로 모집했고, 300억달러를 투자에 집행했다. 블랙록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장중 2% 넘게 올랐다.

블랙록의 운용자산은 지난 6월 말 처음으로 15조달러를 넘어섰다. 상반기 순유입액은 3,210억달러에 달했고, 2분기 매출은 70억8,4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31% 늘었다. 핑크 CEO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성장에 대해 지금보다 더 낙관적이었던 적이 없다”고 밝혔다. 블랙록은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를 20억달러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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