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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50만명 생활비 시위 폭력 사태로 번져…하루 2,400명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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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50만명 생활비 시위 폭력 사태로 번져…하루 2,400명 체포

프랑스 전역에서 고물가와 열악한 교육·의료 환경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주말 사이 방화와 약탈로 번졌다. 최근 몇 년 사이 최악 수준의 폭력 사태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연설에 나섰고, 내년 선거를 앞둔 유럽 각국도 긴장하고 있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전국에서 약 2,400명이 체포됐다. 경찰과 헌병 약 1,000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7명은 중상을 입었다. 앞서 초기 집계에서는 체포 인원이 1,800명으로 파악됐다. 2018년 12월 ‘노란 조끼’ 시위 당시에는 하루 체포 인원이 2,000명에 가까웠다. 당국은 시위 참가 인원을 약 55만명으로 집계했고, 주최 측은 80만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파리 지역에서만 855명이 체포돼 557명이 구금됐다. 파리에서는 1명이 심장마비로 숨져 검찰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뮐루즈에서는 17세 소녀가 한쪽 눈을 잃었고, 생테티엔에서는 젊은 시위 참가자가 손을 잃어 각각 수사가 시작됐다.

리모주 시청 불타고 상점 수백 곳 약탈

중부 도시 리모주에서는 19세기에 지어진 시청 건물이 불에 타 지붕이 무너지고 내부가 크게 훼손됐다. 모리스 바라트 오트비엔 도지사는 “급진적인 난동꾼들”이 사람들이 안에 있는 상황에서 건물에 침입해 불을 질렀다고 밝혔다.

마르세유에서는 시위대가 한때 시청 로비까지 밀고 들어갔고, 복면을 쓴 무리가 경찰서를 파손했다. 리옹에서는 관광안내소 안에서 불이 났다. 파리와 마르세유, 리옹, 보르도 등에서 상점 수백 곳이 약탈당했고, 여러 도시에서 시청이 공격을 받았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는 최루탄이 터졌고, 보도블록이 뜯겨 나가고 상점 유리창이 깨졌다. 광장 중앙에 있는 마리안 동상의 받침대 일부도 훼손됐다. 에마뉘엘 그레구아르 파리 시장은 피해가 “막대하고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정당한 시위와 폭력은 구분해야”

마크롱 대통령은 관계 장관들과 긴급회의를 연 뒤 18일 저녁 8시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이번 폭력 사태가 전례 없고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다”며 정당한 요구를 가진 시위 참가자와 파괴·약탈에 가담한 사람들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폭력 사태의 배후로 “급진 극좌 단체의 반란 세력과 이에 가세한 다수의 범죄자”를 지목했다. 그는 파괴 행위 가담자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정부도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프랑스에 필요한 것은 사태 격화가 아니라 질서와 안정”이라고 덧붙였다.

총리 긴급회의…내무장관에 대응 과정 점검 지시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19일 긴급회의를 연다. 정부는 각 지역 시장들과 협력해 도시와 공공건물, 상점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고 피해 업체를 지원할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필요하면 지역 당국이 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사전 대비가 미흡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치안 당국의 대응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로랑 뉘네즈 내무장관에게 정보 수집과 사전 대비 과정의 문제점을 점검해 명확한 답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뉘네즈 장관은 시위할 권리는 기본권이지만 폭력으로 의도적으로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파리와 마르세유, 리옹 시장은 총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대선 앞두고 르펜·멜랑숑 책임 공방

이번 시위는 마크롱 대통령의 임기 종료와 내년 4월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터졌다.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은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를 이끄는 장뤼크 멜랑숑 측의 발언이 폭력 사태를 부추겼다고 비난했다. 르펜은 중도 성향의 정부가 “지치고 방향을 잃었다”고도 비판했다.

17일 파리 행진에 직접 참여한 멜랑숑은 르코르뉘 총리가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자신의 운동에 함께하는 사람들은 약탈이나 파괴에 가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에는 노동조합과 학생 단체, 2018년 노란 조끼 운동의 부활을 바라는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시위대는 생활비와 연료비 상승, 학교의 열악한 환경 등을 문제 삼았다. 유로존의 9월 물가 상승률은 3.8%를 기록했고, 브렌트유는 16일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연 2.65%로 인상했다.

재정 지출 요구와 불어나는 국가부채 충돌

프랑스의 정치·경제적 위기는 재정 지출을 늘리라는 요구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부채 문제가 충돌하면서 깊어지고 있다.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2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19%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를 GDP의 5.4%로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사상 최대인 3,400억유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채권시장 불안도 겹쳤다. 이달 초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독일 국채와의 금리 차는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고, 유로화 가치는 5일 달러 대비 1.116달러 안팎까지 밀려 17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롤랑 레스퀴르 재무장관은 국채 이자 비용이 2030년 무렵 연간 1,00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프랑스는 2024년부터 유럽연합(EU)의 과다재정적자 시정 절차를 밟고 있다.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르코르뉘 정부는 공공부문 임금 동결 등 540억유로 규모의 재정 건전화 방안을 담은 내년 예산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표결은 11월 17일로 잡혀 있다.

이탈리아·벨기에·포르투갈에서도 시위

시위는 프랑스 밖으로도 번졌다. 이탈리아에서도 약탈과 경찰과의 충돌이 벌어졌고, 벨기에와 포르투갈 등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내년 최소 6개국에서 선거를 앞둔 유럽 각국은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생활비 부담과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커진 가운데 경제 성장도 부진한 상황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폭력 사태를 국가적 수치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피해 복구에는 수억 유로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노조 5곳은 11월 5일 파업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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