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트럼프가 항복 압박”…푸틴은 우크라이나 뺀 미·중·러 회담 제안

젤렌스키 “트럼프가 항복 압박”…푸틴은 우크라이나 뺀 미·중·러 회담 제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에 대한 항복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요격미사일을 추가로 지원하면 러시아 정유시설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제안도 내놨다. 같은 시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뺀 채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종전을 논의하는 3자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트리엇 미사일 주면 러시아 경유 안 노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 경유를 겨냥하지 않고, 미국은 우리 시설을 지킬 패트리엇 미사일을 주는 것”이라며 거래를 제안했다. 그는 미국이 “그저 우리가 경유 시설 공격을 멈추길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이 에너지 가격, 특히 경유 가격을 끌어올린다며 공격 중단을 요구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시설 공격을 멈추면 정유시설 공격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탄도미사일 방어용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인도를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현재 한 달에 약 12발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공급하고 있는데,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4분의 1 수준이다. 바이든 행정부 때는 군사 원조로 무상 제공됐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판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 우선 요구 목록(PURL)’ 프로그램을 통해 대탄도미사일 요격탄 대금을 치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부 물량은 승인됐지만 나머지는 승인되지 않았다”며 “이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항복시키려는 조치 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항복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조치들이 취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것이 파트너들이 추구하는 목표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에 대해서는 “선거를 앞두고 위험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선거가 끝나도 삶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페이스X가 우크라이나 내 스타링크 속도를 제한했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시속 100마일(약 161㎞)이 넘으면 연결이 끊기도록 했다는 주장으로, 러시아 드론은 시속 약 400㎞로 비행한다. 누가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소식통을 근거로 “당국, 백악관”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그는 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지 않고, 아마 처음부터 그랬을 것”이라며 “2년 전에 지금보다 더 나은 거래를 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는 이 전쟁이 끝나길 원한다!”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평화 협상에서 멀어지게 하고 싶지 않아 러시아산 경유 거래와 제재 유예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경유 거래보다 훨씬 많은 것이 걸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지난 7월 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만난 바 있다.
경유 거래·제재법 유예 놓고 갈등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미국이 대러 제재를 더 강화하지 않는 대신 러시아가 제한된 물량의 경유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는 거래를 맺었다.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산 경유의 판매와 운송, 미국 내 수입을 내년 4월까지 허용하는 일반 허가를 발급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러시아산 원유 5대 구매국에 최대 100%,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품에 최대 500%의 관세를 매기도록 한 대러 제재법 ‘그레이엄법’의 핵심 조항 적용을 유예해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경유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을 이란 전쟁으로 보고 있으며, 러시아산 공급 물량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휴전’을 발표하자 우크라이나는 며칠간 공격을 멈췄다가 재개했다. 러시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석유 터미널 등에서 난 화재를 진압했다. 우크라이나는 주말 사이 러시아가 변전소를 공격해 수만 가구의 전기가 끊겼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16일 밤에도 탄도·순항미사일과 샤헤드형 드론 332대를 동원해 우크라이나의 핵심 발전·송전 시설 15곳을 타격했다.
겨울을 앞둔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은 몇 시간씩 이어지는 정전에 더해 난방과 수도, 하수 공급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18일 밤에는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키이우에서 최소 1명이 숨졌고, 미사일 한 발은 의료시설을 타격했다. 한 소식통은 미국이 이번에도 사전 경보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푸틴, 11월 선전 APEC 계기 3자 회담 제안
미국 언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을 제외한 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하는 3자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러시아는 다음 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을 여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국은 올해 APEC 의장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됐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 구상을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산 경유 거래도 이 통화에서 나왔다.
이번 구상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하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직접 종전 문제를 논의해 러시아에 유리한 협상 구도를 만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회담이 열릴지, 어떤 내용을 다룰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하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 당국자들은 3자 회담이 APEC 정상회의를 가리고 유럽과의 경제 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회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계속 연락하고 있다. 이들은 이르면 이번 주 후반 다시 만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세 사람은 지난 9월 초 키이우에서 마지막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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