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의장, “AI는 단기적으로 수요 확대,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

워시 연준 의장 “AI, 단기적으론 수요 확대…장기적으론 생산성 향상”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인공지능(AI)이 단기적으로는 총수요를 자극하지만, 중기적으로는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공급 충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금리 결정과 관련해서는 앞으로의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미리 예단하지 않겠다며 구체적인 신호를 주지 않았다.
워시 의장은 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와 대담을 나눴다. 이날은 워시 의장이 취임한 지 148일째 되는 날이었다.
“장기 침체론과 달리 지금은 구조적 성장”
워시 의장은 20년 전 논의되던 장기 침체론과 달리, 지금은 좋은 정책에 힘입어 구조적 성장과 대규모 투자 확대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에서 이런 흐름이 두드러진다고 짚었다. 그는 AI가 일부 이끄는 구조적 투자 급증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AI를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중대한 경제 변화로 규정했다. AI가 공급을 늘리기 전에 먼저 수요를 끌어올리겠지만, 공급 측면의 효과가 나타나면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가 더 생산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12~18개월 고용 영향 불확실…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
다만 워시 의장은 앞으로 12~18개월간 AI가 고용에 미칠 영향과 시장 구조, 누가 수익을 가져갈지 등이 불확실해 그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AI가 데이터 분석을 개선해 통화정책 운영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데이터에 대한 확신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금융안정 위험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의 물가 영향에 대한 연준 내부의 시각도 비슷하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 13일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국채 금리와 현재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공급을 늘려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효과는 몇 년 뒤에나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같은 날 “AI가 가장 면밀히 지켜보고 있는 물가 요인”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AI가 경제에 미치는 변화를 연구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태스크포스 5개를 꾸렸다. 이 가운데 생산성·고용 패널은 다음 달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첫 현장 청문회를 연다.
“앞으로 회의 결정 예단하지 않아…10월·12월이 판단 시점”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각국의 공통 과제라고 지적했다. 연준은 한 달 전쯤 통화완화 수준을 일부 줄였지만, 앞으로의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리 예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75~4.00%로 조정했다. 2023년 7월 이후 첫 인상이었다.
그는 남은 올해 회의에서 무엇을 할지 미리 말하는 것을 믿지 않는다며, 연준은 “더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생산과 고용, 물가에 관한 실시간 데이터를 확인하는 이른바 “창밖을 내다보는” 방식으로 회의마다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과거 데이터와 장기 예측 모델에 대한 의존도는 낮추겠다는 뜻이다.
워시 의장은 10월과 12월 회의를 생산과 고용, 물가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시점’으로 꼽았다. 또 9월 회의 이후 세계 경제는 대체로 연준의 예상대로 움직였다며, 연준은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오는 27~28일 열린다.
9월 CPI·PPI 예상 웃돌아…연내 인상 가능성 50% 반영
이번 발언은 미국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직후 나왔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생산자물가지수(PPI)는 6.3% 올라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시장은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50% 가까이 반영하고 있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부회장은 워시 의장이 10월 금리 인상을 시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CPI와 PPI 결과를 반영한 시장 추정치에 따르면 9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월 대비 0.32~0.34% 올라 올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을 기록할 수 있다. TD증권은 연준이 10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하고 12월에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현재 통화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인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유가도 변수다. 이란 전쟁과 맞물린 연료 가격 상승은 물가의 가장 큰 상승 위험으로 꼽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5일 배럴당 97달러대로 올랐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5일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5.08% 안팎으로 내려왔다.
“연준의 힘은 신뢰에서 나와…100일간 조직 전반 점검”
워시 의장은 연준의 힘이 신뢰에서 나온다며, 앞으로 100일 동안 조직 전반에 고르게 관심을 기울이고 기존 관행도 원점에서 다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연준 직원의 약 75%가 은행 감독과 규제, 결제 시스템, 소비자·지역사회 업무 등 통화정책 외 업무를 맡고 있다며, 의회가 맡긴 이들 업무에도 통화정책과 같은 수준의 관심을 쏟겠다고 했다. 물가 안정과 제도적 신뢰가 연준의 최우선 과제라는 설명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에도 상당수 주요 20개국(G20)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했고, 각국 중앙은행이 최근 몇 달간 물가 안정을 위해 동시에 긴축에 나선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워시 의장과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전 세계적으로 끈질기게 이어지는 인플레이션 문제도 함께 논의했다. 워시 의장은 연준의 정책이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다른 나라의 정책도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고 짚었다.
워시 의장은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됐고, 5월 13일 상원에서 찬성 54표, 반대 45표로 인준을 받은 뒤 5월 22일 취임했다. 그는 2006년 35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연준 이사에 올라 2011년까지 재직했으며, 이후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객원연구원과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강사로 활동했다.
앞서 모건스탠리 인수합병(M&A) 부문에서 일했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정책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연준 이사로서 월가와의 소통을 맡았다. 의장 취임 전부터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와 연준 운영 방식의 대대적인 변화를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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