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미국산 700여 개 품목에 최대 50% 보복관세

캐나다 미국산 700여개 품목에 최대 50% 보복관세
캐나다가 미국의 추가 관세에 맞서 9월 8일부터 276억캐나다달러 규모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한다. 적용 세율은 품목별로 15%, 25%, 50%이며 철강과 알루미늄뿐 아니라 의류, 스마트폰, 모니터, 게임 콘솔 등 소비재와 전자제품까지 대상에 포함됐다.
캐나다 정부가 25일 발표한 대응안에 따르면 이번 보복관세 대상은 2024년 수입액 기준 276억캐나다달러, 미 달러로 약 199억달러 규모다. 미국에서 캐나다로 들어오는 상품 가운데 700여개 품목이 영향을 받는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지난 22일부터 같은 규모의 캐나다산 상품에 50% 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한 데 따른 대응이다. 캐나다는 미국이 적용한 관세를 금액과 세율 기준으로 맞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며, 미국이 15%, 25%, 50% 세율을 적용한 상품군을 중심으로 캐나다 측 관세 대상도 구성했다.
새 관세는 9월 8일 오전 0시 1분부터 시행된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산으로 인정되는 상품에 추가 관세를 적용하며 발효 당일 이미 캐나다로 운송 중인 상품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스마트폰과 게임 콘솔도 50% 관세 대상
가장 높은 50% 관세가 적용되는 품목에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이 대거 포함됐다. 기존에 25%의 보복관세가 적용됐던 일부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도 이번 조치로 세율이 50%까지 올라간다.
관세 대상은 산업용 소재에 그치지 않는다. 의류와 일부 가구를 비롯해 스마트폰, 특정 모니터, 비디오 게임 콘솔과 게임기 등도 50% 관세 목록에 포함됐다. 캐나다가 공개한 세부 품목표에는 스마트폰에 50%, 일부 모니터에 50%, 비디오 게임 콘솔과 기계에 50%의 세율이 각각 명시됐다.
25% 관세는 가전제품과 치즈 등 유제품, 생선과 해산물, 일부 철강 및 알루미늄 파생제품 등에 적용된다. 이 밖에도 농업 장비와 펄프 및 종이, 전자제품 등 여러 산업의 미국산 상품이 15% 또는 25%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캐나다 정부가 소비재까지 관세 범위를 넓히면서 이번 조치는 철강과 알루미늄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기존 보복 조치보다 적용 대상이 넓어졌다. 다만 모든 미국산 스마트폰이나 전자제품에 일괄적으로 같은 세율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관세율은 세관 품목분류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과 협상 결렬 뒤 동일 규모 대응
캐나다와 미국은 최근까지 관세 완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이 협상 막바지에 기존에 없던 조건을 추가했고 캐나다의 산업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해 협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필립 샹파뉴 캐나다 재무장관은 미국이 캐나다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내용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협상 결렬 이후 미국의 추가 관세에 대해 금액과 세율을 동일하게 맞추는 방식의 대응을 선택했다.
이번에 새로 부과되는 보복관세가 캐나다의 기존 대미 관세를 전부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를 포함해 이미 시행 중인 미국산 상품에 대한 기존 보복관세는 계속 유지된다.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기업이 관세 면제를 요청할 수 있는 기존 구제 절차도 유지된다.
양국의 자동차 관세 갈등도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캐나다산 승용차와 트럭,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2027년 1월 1일부터 50%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산업은 미국과 캐나다 생산시설 사이에서 부품과 완성차가 반복적으로 국경을 오가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어 양국 관세 갈등에서 주요 쟁점으로 남아 있다.
캐나다 정부 75억캐나다달러 추가 지원
캐나다 정부는 보복관세 시행과 함께 미국의 관세로 영향을 받는 기업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75억캐나다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책도 마련했다. 미국의 관세가 시작된 이후 이미 제공한 약 250억캐나다달러 규모의 지원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더하는 방식이다.
지역 관세 대응 프로그램에는 15억캐나다달러가 추가 투입된다. 지역개발기관을 통해 관세로 현금흐름 압박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 등에 자금을 공급하는 데 사용된다.
캐나다기업개발은행의 기업 지원 프로그램에는 5억캐나다달러의 신규 유동성 공급창구가 만들어진다. 관세 관련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의 최소 매출 기준도 100만캐나다달러로 낮춰 지원 대상 범위를 확대한다.
사업 다변화와 투자 지원에는 20억캐나다달러가 추가로 배정된다. 미국 관세의 영향을 받은 기업 가운데 생산시설 유지와 신규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을 대상으로 자금을 공급한다.
나머지 35억캐나다달러는 근로자와 고용주를 위한 긴급 지원에 투입된다. 한시적인 고용보험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직장 내 재교육과 새로운 일자리 전환을 지원하는 동시에 기업이 인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고용 유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9월 8일부터 미국산 수입품 가격에 직접 반영
이번 조치가 발효되면 대상 상품을 캐나다로 들여오는 수입업체는 기존 관세와 별도로 새로 책정된 보복관세를 부담하게 된다. 특히 50% 세율이 적용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의류, 일부 전자제품은 관세 인상 폭이 큰 만큼 수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크게 증가한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보복관세의 목적을 세수 확보보다 미국 관세로 피해를 보는 자국 기업의 경쟁 조건을 맞추는 데 두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산 제품의 캐나다 시장 가격에 추가 관세를 적용해 미국 관세를 부담하는 캐나다 생산업체와의 가격 격차를 줄이겠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연간 상품 교역 규모는 7천억달러를 넘으며 자동차와 철강, 알루미늄, 에너지, 농산물 등 주요 산업의 생산망이 양국에 걸쳐 연결돼 있다. 이번 관세 목록에는 산업용 소재와 기계뿐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전자제품과 의류도 포함돼 있어 9월 8일 이후 실제 수입 규모와 품목별 가격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가 무역협상을 다시 시작할 구체적인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다. 캐나다는 9월 8일 보복관세 시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앞서 발표한 대캐나다 관세와 자동차 관련 추가 관세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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