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센트 재무장관, 대이란 ‘경제적 고립 작전’ 개시…“모든 경제적 생명줄 끊겠다”

미 재무부 이란 경제적 고립 작전 공식 개시
미국 정부가 이란의 원유 수출과 국제 금융 거래, 제재 우회망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새로운 경제 압박 작전에 들어갔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24일 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란과 이란의 해외 지원망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경제적 고립 작전을 공식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미 재무부가 공식적으로 사용한 작전명은 오퍼레이션 이코노믹 아웃캐스트다. 베센트 장관은 이번 조치의 목표가 이란 정권을 지탱하는 모든 경제적 생명줄을 끊어 이란을 국제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서 고립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베센트 장관은 미국 정부가 이란의 원유 밀수와 제재 회피, 자금 조달 과정에 이용되는 네트워크와 중개업자, 금융 경로를 이미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무부와 다른 정부 기관들이 이란 정권과 이슬람혁명수비대로 유입되는 잠재적인 수익원을 차단하는 제로 리키지 전략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특정 기업과 개인을 추가 제재하는 기존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란과 거래를 지속하는 제3국 기업과 금융기관에 2차 제재를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란 거래국에 시정 기한 부여 이후 2차 제재 경고
미국은 이란과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와 기업에 즉각적인 전면 제재를 적용하지 않고 먼저 거래 중단을 요구하기로 했다. 미 재무부와 국무부 등 관계 기관은 각국 정부와 접촉해 미국이 파악한 이란 관련 활동을 중단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국가별로 일정한 시정 기한을 제시하고 있다.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각국 정상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란 정권과의 특정 거래와 관계를 중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정부가 접촉하고 있는 국가와 구체적인 요구 내용, 국가별 시정 기한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 재무부는 정해진 기간 내에 이란 관련 활동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자체 제재 권한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베센트 장관은 미국이 무한정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요구에 응하지 않는 국가와 기업은 빠르게 후속 조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즉시 가장 강력한 2차 제재를 집행하지 않은 것은 국제 금융시장에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고려한 조치다. 베센트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갑작스럽게 흔들 이유가 없다며 각국과 기업에 기존 행동을 수정할 수 있는 기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시정 기간이 종료된 이후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기업과 금융기관은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을 위한 자금세탁이나 제재 회피를 지원하는 기관 역시 미국 금융 시스템 접근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디지털 자산 기술 금 항공 해운까지 제재 범위 확대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날 행정명령에 따라 이란 경제의 5개 분야를 새롭게 부문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대상은 디지털 자산, 기술, 금, 항공, 해운이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는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인과 해외 기업에 대해서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했다. 기존 금융과 석유, 석유화학 부문에 더해 이란이 자금 확보와 제재 회피에 활용하고 있다고 미국 정부가 판단하는 분야를 추가로 포함한 것이다.
디지털 자산 부문에서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국제 자금 이동과 제재 회피 거래가 주요 대상이 된다. 미 재무부는 앞서 이란 관련 디지털 자산 거래소와 금융 네트워크를 여러 차례 제재한 바 있으며 이번 부문별 지정으로 관련 활동에 대한 2차 제재 적용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기술 분야에서는 이란의 미사일과 군사 프로그램에 활용될 수 있는 첨단 장비 및 기술 조달망이 대상이다. 금은 국제 금융 시스템을 우회한 자금 보관 및 거래 수단, 항공은 무기와 인력 및 현금 이동, 해운은 원유 수출과 무기 관련 물자 운송에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미 재무부의 설명이다.
OFAC 약 60개 개인 단체 선박 추가 제재
부문별 제재 범위 확대와 함께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란과 연결된 약 60개의 개인과 단체, 선박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번 지정 대상에는 이란의 핵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민감 기술 조달망, 이란 정보기관과 연계된 사이버 활동 조직, 원유 판매를 통한 수익 확보망 등이 포함됐다. 제재 대상은 이란뿐 아니라 중국과 홍콩,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 분포해 있다.
핵과 미사일 관련 조달망에서는 이란 국방군수부 산하 기관들이 사용할 민감 장비와 이중용도 기술을 확보하는 데 관여한 20개 이상의 개인과 기업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미 재무부는 이들이 동아시아 지역의 위장회사와 금융 중개망, 물류 업체를 이용해 실제 최종 사용자를 감추고 국제 수출 통제를 우회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사이버 분야에서도 이란 정보보안부가 지휘한 것으로 지목한 조직을 대상으로 조치를 확대했다. 미국 정부는 해당 조직이 미국 핵심 인프라 침해와 금전 목적의 사이버 절도 등에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국무부도 별도의 조치로 이란 국방 지도부 인사 7명과 관련 단체 2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와 함께 이란산 원유와 석유제품, 석유화학제품 거래에 관여한 해외 네트워크도 제재 범위에 포함했다.
일부 송금 허가 중단 호르무즈 해운 거래도 제재 경고
미 재무부는 기존 이란 제재의 일부 예외 조치도 축소했다.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란으로의 일부 송금을 허용했던 일반허가와 이란인의 미국 내 문화 및 학술 활동 접근과 관련된 일부 허가를 중단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하는 선박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제재 지침도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 측이 선박 통항 과정에서 요구하는 특정 비용이나 거래에 응할 경우 제재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추가 지침을 내놨다.
이는 미국 정부가 이란의 전통적인 원유 수출뿐 아니라 해운과 보험, 항만 서비스, 금융 중개, 디지털 자산 등 원유 수익을 실제 사용 가능한 자금으로 전환하는 전체 과정으로 제재 범위를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은행 즉각 제재에서는 제외
시장과 국제사회가 주목했던 중국의 주요 금융기관에 대한 즉각적인 제재는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은 수년간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었으며 미국은 중국 기업과 독립계 정유업체를 대상으로 이미 여러 차례 이란 관련 제재를 시행해 왔다.
베센트 장관은 중국 은행에 대한 질문에 특정 국가가 미국 제재의 범위 밖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중국 금융기관이라도 이란산 원유를 판매 가능한 자금으로 전환하는 거래망에 참여한다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날 발표된 약 60개 제재 대상에는 이란 원유 거래를 지원하는 것으로 의심받아 온 중국의 주요 금융기관이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은 우선 각국과 비공개 협의를 진행한 뒤 거래 중단 요구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2차 제재를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베센트 장관은 어떤 중국 은행을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제재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대신 모든 국가와 기업이 미국의 요구에 응해야 하며 이란의 원유 판매 수익을 금융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기관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금융기관 한 곳에 추가 대형 제재 예고
미국의 대이란 경제 압박은 이날 조치로 끝나지 않을 예정이다. 베센트 장관은 기자회견 직후부터 추가 제재가 연속적으로 발표될 것이라며 이번 주 말까지 금융기관 한 곳에 대한 주요 제재 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대상이 어느 금융기관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은행인지 다른 국가의 금융기관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공개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이란 관련 금융 거래에 대한 제재 집행 속도를 높이고 이번 주 안에 별도의 금융기관 제재를 발표할 계획이라는 베센트 장관의 발언이다.
베센트 장관은 이란 국영 멜리은행의 해외 영업망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유럽과 중동, 아시아 등에서 운영되는 멜리은행의 해외 지점이 모두 폐쇄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2025년 이후 미국 정부가 이란과 관련해 제재한 개인과 선박, 항공기 등은 1천 건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이란의 섀도 플리트와 해운보험, 무기 조달망, 해외 금융 중개업체, 디지털 자산 거래소 등이 연이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이란은 보복 경고 중국은 일방 제재 반대
이란은 미국의 새로운 경제 압박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리 마다니자데 이란 경제장관은 미국의 제재에 충분히 준비돼 있다며 이란도 자체적인 대응 수단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측도 자국의 기반시설이 위협받을 경우 미국의 핵심 이해관계와 에너지 요충지를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이란 고위 당국자들은 미국의 경제 압박에 주변국이 협조할 경우 걸프 지역의 원유 수출을 추가로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제재와 압박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발표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자재 운송은 크게 위축된 상태다. 24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주요 원자재 운송 선박은 2척으로 집계돼 5월 초 이후 가장 적은 일일 통항량을 기록했다. 전쟁 이전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공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던 핵심 에너지 수송로였다.
국채 바이백은 9월 9일 일정 유지
베센트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미 국채금리 상승과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발표된 정례 국채 발행 계획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 국채 발행 규모를 즉각 줄이는 방안보다는 기존 분기 국채 발행 계획을 유지하고 다음 분기 환급 계획 발표 때 다시 시장 상황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미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 확대 방침을 발표하면서 시장에서는 재무부가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실제 시장 매입에 빠르게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베센트 장관은 아직 단 한 건의 국채 바이백도 실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무부가 발표한 다음 장기 국채 바이백 일정은 9월 9일이다. 베센트 장관은 추가 매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다음 작업이 예정된 9월 9일에 상황을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이란 경제적 고립 작전과 국채시장 조치는 별도로 진행된다. 이란과 관련해서는 각국에 부여된 시정 기한과 이번 주 예고된 금융기관 추가 제재가 다음 단계이며, 국채시장에서는 9월 9일 예정된 바이백이 실제로 어떤 규모로 집행되는지가 다음 확인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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