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채권 금리 급등…인플레·금리 인상 우려 재점화

글로벌 국채 매도 확산 수익률 2008년 이후 최고
국제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 주요국의 대규모 재정 지출이 겹치면서 세계 국채시장의 매도세가 한층 거세졌다. 미국에서는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잭슨홀 발언 이후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고 일본과 호주, 독일, 영국 등에서도 장기 국채 수익률이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글로벌 국채 지수의 수익률은 4거래일 연속 상승해 3.72%에 도달했다. 이는 2008년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채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최근 움직임은 주요국 채권 가격이 광범위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매도세는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과 일본을 시작으로 호주와 유럽까지 동시에 확산됐다. 미국과 이란이 약 한 달 만에 다시 군사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91달러를 넘어섰고, 에너지 가격 상승이 각국 물가에 다시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시장에 영향을 줬다.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츠의 이단나 아피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단기 정책금리가 이전보다 높은 경로를 유지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중립금리 수준 자체를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 10년물 4.78% 워시 발언 이후 금리 인상 베팅 확대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아시아 거래시간에 4.78%까지 상승해 2025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날 뉴욕시장에서도 4.75%를 넘어선 데 이어 추가 상승했다.
미 국채시장은 지난주 금요일 워시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 방향이 달라졌다. 워시는 최근 PCE와 CPI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왔지만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목표를 향해 충분한 속도로 내려가고 있다고 확신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연설 전 블룸버그가 스왑시장에서 집계한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약 34%였지만 이후 60%를 넘어섰고 1일 거래에서는 65% 안팎까지 반영됐다. 집계 시점에 따라 70%를 웃돈 구간도 나타났다.
연준의 현재 기준금리는 3.50%에서 3.75%다. 워시는 9월 인상을 직접 예고하지 않았지만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명확하게 둔화하지 않는다면 연준에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중동의 군사 충돌 재개도 이 같은 금리 움직임에 더해졌다. 브렌트유는 1일 배럴당 91달러를 웃돌았고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졌다.
일본 10년물 3% 돌파 1996년 이후 처음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은 일본 국채시장에서 나타났다.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일 장중 3%를 기록했다. 일본의 10년물 금리가 3%에 도달한 것은 1996년 9월 이후 약 30년 만에 처음이다.
단기와 중기 금리도 함께 뛰었다. 일본 5년물 국채 수익률은 2.26%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2년물 수익률은 1.795%로 31년 만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일본에서는 국제유가에 따른 물가 압력과 함께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가 동시에 국채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는 반도체와 AI를 비롯한 전략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성장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각 부처의 다음 회계연도 예산 요구액도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의 200%를 웃도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정부의 이자비용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 일본 정부가 2026년도 예산을 편성할 당시 적용한 장기금리 가정도 약 3% 수준이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마사히코 루 수석 채권전략가는 국채 발행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요가 같은 투자자금을 놓고 경쟁하면서 투자자들이 장기 채권 보유에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채권시장이 성장률보다 인플레이션과 채권 공급량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와 유럽도 수년 만의 최고 금리
일본에서 시작된 아시아 채권 매도는 호주로도 번졌다. 호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하루 상승폭으로 약 5개월 만에 가장 크게 뛰면서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일본 국채 자체의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을 매입할 유인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호주 채권시장에 영향을 줬다. 일본 기관투자자는 호주를 포함한 글로벌 채권시장의 주요 투자자 가운데 하나다.
유럽에서도 장기금리가 동반 상승했다. 유로존의 기준 역할을 하는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34%까지 올라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 30년물 수익률도 3.83%로 같은 기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프랑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19%, 30년물은 4.96%까지 올라 각각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시장은 월요일 공휴일 이후 거래가 재개되자 글로벌 채권 매도 흐름을 한꺼번에 반영했다. 영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약 5.23%까지 상승해 2008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30년물 수익률은 5.8%대를 나타냈다.
영국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연말까지 영란은행이 약 30bp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가격에 반영됐다.
정부와 AI 기업 자금조달 수요도 채권시장에 겹쳐
최근 국채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통화정책 전망만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 영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정부 지출과 이에 따른 국채 발행 규모가 증가하면서 장기 채권 공급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는 최근 40조달러를 넘어섰다. 일본에서는 정부 부처들의 예산 요구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국방과 에너지, 산업정책 관련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기업의 채권 발행도 증가하고 있다. 대형 기술기업과 AI 인프라 사업자들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시설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회사채와 대출시장 조달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가 인용한 시장 관계자들은 하이퍼스케일러의 공격적인 AI 투자 자금조달이 국채와 동일한 투자자금을 놓고 경쟁하면서 전체 채권시장의 공급 부담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가 올해 약 8000억달러에서 2027년 약 1조300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규모가 확대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장기 자금조달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향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뿐 아니라 장기간 채권을 보유하는 데 요구되는 기간 프리미엄도 함께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유가 상승과 주요국 통화긴축 전망 동시 반영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은 글로벌 통화정책 전망에도 직접 반영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다시 군사 공격을 주고받은 뒤 브렌트유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고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수년 만의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일본에서는 일본은행의 9월 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시장은 향후 정책금리 상승 가능성을 다시 반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워시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 9월 FOMC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동결 가능성을 넘어섰다.
바렌조이의 앤드루 릴리 수석 금리전략가는 세계 채권시장의 최근 움직임 가운데 상당 부분이 미국 연준의 정책 전망을 다시 평가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 같은 핵심 채권시장의 매도세가 다른 국가의 금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국채 수익률을 보여주는 블룸버그 지표가 3.72%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한 가운데 미국 10년물은 4.78%, 일본 10년물은 3%, 독일 10년물은 3.34%, 영국 10년물은 5.2%를 넘어섰다. 주요국 금리가 동시에 수년에서 수십 년 만의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글로벌 채권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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