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총선 앞두고 여당 지지율 4년 최저…유가 반사이익도 “일시적”

러시아 총선 전쟁 장기화 속 경제 부담 시험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처음으로 국가두마 총선을 치른다. 투표는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며 450석의 하원 의석을 새로 구성한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식 선거일을 20일로 지정하고 18일부터 사흘간 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선거는 4년 반 넘게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제적·사회적 비용이 러시아 국내에 점차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시점에 치러진다. CNBC는 선거 결과 자체보다 투표율과 집권 통합러시아당에 대한 지지 수준이 장기전에 대한 국민 피로와 경제적 불만을 가늠하는 지표로 관찰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성장 정체와 세금 인상, 재정적자 확대에 더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정유시설과 물류 인프라가 잇따라 타격을 받으면서 전쟁의 영향이 일상생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통합러시아당은 국가두마에서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2021년 총선에서는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공개 여론조사상 다른 정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기관 VCIOM의 9월 6일 기준 7일 이동평균 조사에서 통합러시아당 지지율은 37.4%였고 공산당은 13.1%, 자유민주당은 9.9%, 새로운사람들은 10.4%였다. VCIOM은 매일 전국 80개 이상 지역의 성인 6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하며 조사 시점과 질문 방식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CNBC는 별도의 최근 여론 흐름을 인용해 통합러시아당의 지지도가 4년 만의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전국적인 연료 부족과 반복되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 장기전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배경으로 거론됐다. 다만 조사기관과 조사 시점에 따라 지지율 수준에는 차이가 있어 단일 수치만으로 전체 유권자의 움직임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정유시설 드론 공격 이어지며 연료난 재확산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은 러시아 내 체감 경기와 생활 여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공격이 정유시설에 집중되면서 러시아 주요 정유공장의 생산 차질이 반복됐고 국내 휘발유와 디젤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9월 들어 러시아의 주요 디젤 생산 정유시설 가운데 절반이 드론 공격으로 생산량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했다. 시즈란과 사라토프 정유공장도 최근 공격으로 가동을 멈췄다. 러시아 정부는 국내 공급을 안정시키기 위해 휘발유와 디젤, 항공유 등의 수출을 제한했다.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가 8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3분의 2가 최근 한 달 동안 모바일 인터넷 장애, 메신저 접속 문제 또는 휘발유 부족 가운데 하나 이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전쟁 초기에는 전선과 떨어져 있던 지역 주민들이 충돌의 영향을 직접 체감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드론 공격과 연료 부족, 물류 차질이 러시아 국내 생활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9월 총선을 앞두고 전쟁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는 러시아의 여러 도시에서 드론 공격 위험에 대비한 창문 보호필름과 관련 보험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으며 추가 병력 동원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에서도 사회적 불안 수준이 2022년 부분 동원령 당시와 비슷하게 높게 유지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성장 둔화와 재정적자 전쟁 비용 부담 확대
경제 상황도 총선을 둘러싼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전쟁 초기 군수 생산과 정부 지출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유지했던 러시아 경제는 최근 성장 동력이 약화됐다. 2025년 경제성장률은 약 1%로 둔화됐고 2026년 1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연간 성장률 역시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총선을 일주일 앞둔 11일 기준금리를 14%로 동결했다. 경기 정체에도 정유시설 공격과 연료 공급 부족이 물가를 자극하면서 금리를 빠르게 낮추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기업들은 높은 차입비용이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재정 부담도 커졌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러시아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의 약 2.8%까지 확대됐으며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연간 목표 1.6%를 웃돌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국가부채가 낮기 때문에 적자를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전쟁 비용과 세금 인상, 정부 차입 확대가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
CNBC와 인터뷰한 러시아 경제학자 세르게이 구리예프는 러시아인들이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점점 더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 성장이 멈추고 정부가 세금을 올렸음에도 상당한 재정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전쟁 비용이 크다는 인식이 사회뿐 아니라 일부 엘리트층으로도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으로 재정 숨통 트였지만 지속성은 제한
최근 국제유가 급등은 러시아 재정에 단기적인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중동의 공급 차질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러시아의 원유 수출 수입에도 긍정적인 가격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104달러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높은 유가가 구조적인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경제는 군사비 지출과 높은 금리, 투자 부진, 노동력 부족, 서방 제재가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는 앞서 유가 상승으로 단기적인 재정 여건이 개선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 정체를 해소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구리예프 역시 최근 유가 상승에 따른 추가 수입을 일시적인 효과로 평가했다.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재정지출 압력이 누적되고 있어 원유 가격 상승만으로 중장기적인 재정 부담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엘리트 내부에서도 장기전 비용 문제 제기
전쟁 비용에 대한 공개적인 문제 제기도 일부 러시아 경제계와 엘리트층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CNBC는 구리예프를 인용해 전쟁의 비용이 커졌다는 인식이 러시아 사회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으며 푸틴 대통령 주변 엘리트 가운데서도 전쟁을 끝낼 필요성을 언급하는 인사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 개발은행 VEB.R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안드레이 클레파흐도 장기적인 소모전의 경제적 비용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의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의 흐름이 지속될 경우 사회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의 게르만 그레프 최고경영자 역시 경기침체 위험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다만 러시아 정부는 경제와 재정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재정적자 확대에도 러시아의 국가부채 수준이 낮다며 경제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를 부인했다.
총선 이후 추가 동원설에 크렘린은 부인
선거를 앞두고 러시아 안팎에서는 총선 이후 새로운 병력 동원령이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장기전이 지속되면서 병력 수요가 이어지고 있고 2022년 부분 동원령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던 만큼 총선 이후 추가 동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크렘린은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9월 2일 총선 이후 새로운 동원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완전한 허튼소리”라고 말하며 추가 동원 계획이 있다는 주장을 부정했다. 크렘린도 올해 3월 추가 군사 동원은 의제에 올라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의 국가두마 선거는 18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다. 장기전과 성장 둔화, 연료난, 재정 부담이 동시에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투표 결과에서는 정당별 득표율과 함께 투표율의 변화가 러시아 국내 여론을 파악하는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hef_admin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