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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과 러시아산 경유 대규모 공급 합의

hef_admin 읽는 시간 약 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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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과 러시아산 경유 대규모 공급 합의”…제재 일부 완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뒤 러시아가 미국과 세계 시장에 대규모로 경유(디젤)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산 경유가 세계 시장에 풀릴 수 있도록 대러 에너지 제재 일부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방금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매우 성공적인 논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즉시 미국과 세계 시장에 30만 톤 이상의 경유를 공급하고, 11월 한 달 동안 추가로 50만 톤, 그 직후 100만 톤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경유 정유시설의 상태를 바탕으로 단기간 안에 300만 톤의 경유를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유 1톤은 약 7.5배럴에 해당한다. 즉시 공급되는 30만 톤은 약 220만 배럴, 추가로 공급될 300만 톤은 약 2,200만 배럴 규모다.

“경유 가격 기록적으로, 빠르게 떨어질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로 경유 가격이 크게 내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완전한 통제와 러시아 에너지에 관한 이 훌륭한 발표 사이에서, 미국인과 전 세계의 경유 가격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그리고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특히 훌륭한 농부와 목장주, 트럭 운전사들을 위해 미국인들이 낮은 가격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나의 최우선 과제”라며 “이것은 매우 크고 중요한 발표”라고 했다. 그는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 4월 13일부터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을 막는 해상 봉쇄를 이어 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하룻밤 사이 2,200만 배럴의 원유가 흘러나왔지만 이란을 드나든 원유는 단 한 배럴도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란과 생산적인 논의를 이어 가고 있다며 11월 3일 중간선거 전까지는 이란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도 미국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며칠 안에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원유 수송로도 복구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6일 드론 공격으로 멈췄던 동서 송유관의 수송량이 하루 580만 배럴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 러시아산 경유 한시 허용

미 재무부는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러시아산 경유를 세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한시적 일반 면허를 즉시 발급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에 대한 일부 에너지 제재를 풀어 주는 조치다. 일반 면허는 개별 허가 신청 없이도 정해진 조건에 맞는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왔다. 지난해 10월에는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유럽연합(EU)도 2023년 2월부터 러시아산 경유 등 석유제품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 하루 약 100만 배럴의 경유를 수출하던 세계 최대 해상 경유 수출국이었다.

크렘린궁은 이번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위기와 세계 에너지 시장 문제가 논의됐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국과 세계 시장에 원유와 석유제품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직접투자기금(RDIF) 대표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통령 특사도 양국의 에너지 협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푸틴에게 주는 선물”

우크라이나는 즉각 반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번 조치를 푸틴 대통령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속적인 긴장 완화 합의 없이 제재를 풀어 주는 것은 약함의 신호라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미국 특사인 재러드 쿠슈너, 스티브 위트코프에게 상호 긴장 완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 공격을 멈추면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우크라이나와 유럽 외교관들이 전쟁 종식 협상을 위해 미국 마이애미에 도착한 가운데 나왔다.

세계 정제 능력 최대 10% 감소…경유 공급난

세계 경유 시장은 심각한 공급난을 겪고 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올여름 러시아의 가용 정제 능력은 최대 60%까지 줄었다.

중동 정유시설 가동 중단과 해상 운송 차질, 러시아 정유시설 피해, 중국의 정제량 감소가 겹치면서 늦봄 이후 세계 정제 능력은 하루 600만~800만 배럴 줄었다. 전 세계 정제 능력의 최대 10%에 이르는 규모다.

조지프 웹스터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경유 부족의 근본 원인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 있다며, 러시아에서 들어올 물량은 부족분을 메우기에는 규모가 작다고 지적했다.

뉴욕증시 장중 고점…브렌트유 105달러

발표 직후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장중 고점을 찍었다. S&P500지수는 이날 0.59% 오른 7,811.54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에 다가섰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83% 오른 51,654.95, 나스닥100지수는 0.51% 오른 30,883.15로 장을 마쳤다. 금값은 온스당 4,158.3달러에서 4,220.3달러로 올랐다.

다만 러시아산 경유의 대규모 공급 가능성과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엇갈리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105달러 부근에서 거래를 마쳤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같은 시간대 91.17달러에서 91.66달러로 올랐다.

에너지 가격은 미국의 물가와 통화정책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달 2023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 8일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고,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앞으로 6~9개월 동안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9일 발표된 미시간대 조사에서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4.7%로 전월(4.6%)보다 높아졌다.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킷은 “높은 장기 금리와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위험, 좁은 시장 폭 때문에 실망을 감당할 여유는 줄었다”고 말했다.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는 “최근 시장은 이란을 둘러싼 투자 심리가 계속 바뀌면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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