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다들 걱정하는 장은 거품이 아니다”

골드만삭스 “모두가 걱정하는 장은 거품이 아니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오래 이어질 수 있을지를 두고 시장의 걱정이 커지고 있지만, 이런 우려 자체가 지금 증시가 거품이 아니라는 분명한 신호라는 분석이 나왔다.
크리스티안 뮐러-글리스만 골드만삭스 자산배분 리서치 총괄은 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AI 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오히려 현재 증시가 거품 상태가 아니라는 신호라고 밝혔다.
“신중한 분위기, 거품장의 과도한 낙관과 달라”
뮐러-글리스만 총괄은 AI 관련 대규모 선행 투자(설비투자)가 실제 매출 증가와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기업 실적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신중한 분위기가 거품 시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과도한 낙관론이나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거품이 낀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따지기보다 상승장에서 뒤처질까 두려워 서둘러 뛰어드는 경향이 강하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이미 상당 부분 줄었다고 짚었다. 뮐러-글리스만 총괄에 따르면 MSCI 세계지수의 향후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올해 들어 20% 낮아졌다. 예상 PER은 현재 주가를 앞으로 12개월 동안 예상되는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기대 이익에 비해 주가가 덜 비싸다는 뜻이다.
최대 위험은 ‘매출보다 먼저 꺾이는 이익’
다만 그는 AI 투자에 따른 매출 증가가 본격화되기 전에 관련 기업들의 이익 성장세가 꺾이는 것을 가장 큰 위험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이번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기업들이 AI 도입으로 절감한 비용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는지, 아니면 별다른 성과 없이 비용만 늘어나고 있는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AI 관련 기업들의 이익 성장세는 대체로 여전히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픈AI 매출 논란에 흔들린 AI주
이번 발언은 AI 기업의 수익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진 가운데 나왔다. 지난 8일 오픈AI의 연환산 매출이 9월 말 기준 약 500억 달러로, 그동안 알려진 약 700억 달러보다 적다는 보도가 나오자 나스닥100지수는 1.39% 떨어지며 7주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4% 급락했고, 오라클은 5% 넘게, 엔비디아와 AMD는 각각 약 3%, 4% 내렸다.
오픈AI는 클라우드 파트너를 통한 매출을 전체 매출에 포함하는 앤트로픽과 집계 방식이 달라 생긴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오픈AI가 기업용 사업 성장에 힘입어 올해 말까지 연환산 매출 700억 달러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오픈AI는 투자 전 기업가치 1조4,000억 달러를 기준으로 3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픈AI의 연환산 매출은 지난해 말 약 200억 달러에서 8월 400억 달러를 넘어섰고, 기업 고객 매출은 7월 이후 두 배 넘게 늘었다. 클라우드 파트너 매출을 포함해 집계하는 앤트로픽의 연환산 매출은 7월 말 기준 650억 달러를 넘어섰다.
AI 관련주 약세는 이어졌다. 9일 S&P500지수는 0.59% 오른 7,811.54로 사상 최고치에 다가섰지만, 반도체 지수는 오픈AI의 연말 매출 전망 보도에도 부진했다. 마이크론은 8일 4.79% 떨어졌고, 오픈AI의 주요 투자자인 소프트뱅크그룹은 9일 도쿄 증시에서 3.92% 내렸다.
AI 투자를 위한 차입도 크게 늘고 있다. 브로드컴은 오픈AI와 함께 추진하는 맞춤형 AI 칩 사업 자금으로 5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하기 위해 금융사들과 협의하고 있고, 오라클도 칩 구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금융 구조를 논의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엔비디아 칩을 사기 위해 400억 달러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2,000억 달러어치의 투자등급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연간 발행액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모건스탠리는 2028년까지 AI 인프라 구축에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외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월가의 엇갈린 시각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는 “진짜 문제는 독립 프런티어 AI 연구소들의 사업 매력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쏟아지는 AI 관련 부채와 주식 발행에 시장이 거부 반응을 보이는 신호가 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밀러타박의 맷 말리도 “차입 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막대한 AI 투자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 수 있을지 투자자들이 다소 회의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벤저민 보울러는 지난 6일 “기술주에 대한 낙관론과 포모 심리가 거시경제와 정책 불확실성을 압도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반면 낙관론도 여전하다.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킷은 9일 “실적과 AI 투자는 여전히 성장주를 받쳐 주는 강력한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맷 머피 마벨 테크놀로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 설비투자가 해마다 약 35%씩 늘어 2030년 3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벨은 이날 2031 회계연도 매출 목표로 지난해의 약 10배인 700억~900억 달러를 제시했다. 광통신 부품업체 루멘텀은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으로 2029년 초까지 공급할 물량이 모두 팔렸다고 밝혔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도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메타 등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가 앤트로픽과 오픈AI 같은 AI 기업들의 상당한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AI 거품론을 일축했다.
다음 주 3분기 실적 시즌 본격 개막
시장의 눈은 다음 주 대형 은행들을 시작으로 본격화하는 3분기 실적 시즌으로 쏠리고 있다. 시장 집계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들의 3분기 이익이 1년 전보다 약 25%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P500지수는 실적 기대에 힘입어 지난 6일 7,818.93으로 8월 이후 처음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기도 했다.
다음 주에는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등이 실적을 발표하고, 14일에는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벤 스나이더는 지난 6일 “최근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S&P500 실적 전망치 상향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분기에도 대부분의 기업이 시장 예상을 웃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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