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정적자 2조 달러 육박…전년 대비 12% 증가

미국 재정적자 2조달러 육박…관세 환급에 전년 대비 12% 증가
미국의 2026 회계연도 연방 재정적자가 2조달러에 육박했다. 연방대법원 판결에 따른 관세 환급과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국채 이자 비용이 적자 확대를 이끌었다.
미국 재무부는 16일(현지시간) 지난달 끝난 2026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연방 재정적자가 1조9,900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5 회계연도 1조7,800억달러보다 약 2,170억달러, 12% 늘어난 규모다.
2021 회계연도(2조7,700억달러) 이후 최대이자 역대 세 번째로 큰 적자로, 4년 연속 2조달러 안팎의 적자가 이어졌다. 역대 최대 적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규모 재정 지출이 이뤄진 2020 회계연도의 3조1,300억달러다.
세입은 5조4,000억달러로 1년 전보다 1,690억달러(3%)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세출은 이보다 빠르게 늘어 7조4,000억달러로 3,860억달러(6%) 증가했다. 재무부 관계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지난해 5.8%에서 올해 6.2%로 높아진 것으로 추산했다.
이로써 미국의 부채 부담은 향후 몇 년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국가부채는 이번 회계연도 중 처음으로 40조달러를 넘어섰고, 9월 30일 기준 41조1,720억달러를 기록했다.
베센트 “관세 환급금이 적자 확대 주원인”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앞서 2025 회계연도에는 적자 축소를 성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자 확대의 주원인으로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 대부분을 무효화하면서 발생한 관세 환급금 지급을 지목했다.
재무부 집계에 따르면 회계연도 동안 지급된 관세 환급금은 1,450억달러에 이른다. 이에 따라 순관세 수입은 1년 전보다 11% 줄어든 약 1,730억달러에 그쳤다. 의회예산국(CBO)은 회계연도 중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 환급액을 약 1,300억달러로 추산했다. 베센트 장관은 재무부가 관세 환급금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대법원, IEEPA 근거 관세 무효화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20일 찬성 6명, 반대 3명으로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쓴 다수의견은 관세 부과 권한이 “오직 의회에만” 있다고 밝혔다. 닐 고서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등이 다수의견에 섰고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얼리토,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반대했다.
이 판결로 대부분의 교역 상대국에 부과된 상호관세와 함께,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을 이유로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매긴 관세가 효력을 잃었다.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부과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는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IEEPA 관세 명령을 철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2월 24일부터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최대 150일간 적용되는 임시 수입 부과금을 시행했다. 부과율은 10%에서 출발해 15%로 높이기로 했다. 무역대표부(USTR)도 무역법 301조에 따른 교역 상대국 조사를 앞당겨 진행하기로 했다. 행정부는 대체 입법을 통해 새로운 관세 체계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판결 직전 IEEPA 관세로 거둬들인 금액은 1,600억~1,750억달러로 추산됐다. 베센트 장관은 판결 직후 122조와 232조, 301조 관세를 조합하면 2026년 관세 수입이 사실상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채 이자 1조3,600억달러…사상 최대
국채 이자 비용도 적자를 키웠다. 국채 이자 지출은 1조3,600억달러로 1년 전보다 1,440억달러(12%)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자 비용은 이제 사회보장연금,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합한 지출 다음으로 큰 항목이 됐다. CBO 집계 기준 순이자 비용도 1조1,430억달러로 11% 늘었다.
부채 규모가 커진 데다 장기 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해 10월 4% 아래에서 올해 9월 말 5.2%를 웃도는 수준까지 올랐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75~4.00%로 조정했다. 10년물 금리는 16일에도 5.08% 안팎에서 움직였다.
의무 지출도 늘었다. CBO에 따르면 사회보장연금 지출은 1조6,540억달러로 5%, 메디케어는 1조690억달러로 8%, 메디케이드는 7,230억달러로 8% 증가했다. 국방부 군사 지출도 9,160억달러로 5% 늘었다.
교육부 지출은 학자금 대출 비용 추정치 변화로 410억달러 늘었고, 보훈부 지출도 390억달러(10%) 증가했다. 반면 환경보호청(EPA) 지출은 200억달러 줄었다.
개인소득세 늘고 법인세는 16% 감소
세입 측면에서는 개인소득세가 1,880억달러(7%), 급여세가 670억달러(4%) 늘었다. 개인소득세 수입은 2조8,800억달러에 달했다. 원천징수 세금은 5%, 원천징수 외 납부액은 9% 늘었다. 반면 법인세 수입은 700억달러(16%) 줄었다. 지난해 통과된 감세 법안이 일부 투자에 대해 더 큰 공제를 허용한 영향이다.
지난해 적자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 데에는 회계 처리 요인도 있었다. 감세 법안이 학자금 대출 한도를 강화하면서 재무부가 이를 2025 회계연도 지출 감소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9월 270억달러 적자로 전환
회계연도 마지막 달인 9월에는 27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1,980억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CBO에 따르면 9월 관세 수입은 환급 영향으로 1년 전보다 83% 급감했다. 반면 법인세 수입은 39% 늘었다.
9월 세입은 5,580억달러로 3% 늘어난 반면, 세출은 5,850억달러로 69% 급증했다. 지난해 9월 교육부 지출이 일회성으로 크게 줄었던 영향이 컸다.
베센트 “성장으로 부채 문제 해결”
마야 맥기니스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 회장은 “다음 위기가 닥칠 때 미국은 거의 확실히 역사상 가장 많은 부채를 안은 채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센트 장관은 지난 8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성장을 통해 늘어나는 부채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맹국과 교역 상대국에 보내는 메시지는 세계 경제 성장이 이 산더미 같은 부채를 해결하는 길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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