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도 액티브 펀드는 지수를 따라가지 못했다

AI 시대에도 액티브 펀드는 지수를 따라가지 못했다
인공지능 확산과 높은 금리, 기업별 실적 차별화로 미국 증시가 종목 선별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월가의 전망과 달리 실제 액티브 펀드의 성적은 여전히 패시브 전략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모닝스타가 2026년 6월 말까지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미국 대형주 액티브 펀드 가운데 최근 1년 동안 수수료를 차감한 뒤 패시브 경쟁상품을 앞선 비율은 27%에 불과했다. 액티브 펀드 네 개 가운데 약 세 개가 같은 시장에 투자하는 패시브 상품보다 낮은 성과를 기록한 셈이다.
장기 성과에서는 격차가 더 커졌다. 최근 10년 동안 살아남으면서 패시브 상품을 앞선 미국 대형주 액티브 펀드는 전체의 13%에 그쳤다. 단기적인 운용 성과가 부진한 것을 넘어 장기간 시장을 지속적으로 이기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월가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됐던 전망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금리가 제로 수준에서 벗어나고 AI 혁명이 산업별로 서로 다른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모든 종목이 함께 움직이던 시장이 끝나고 기업을 제대로 골라내는 액티브 매니저의 가치가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실제로 종목별 수익률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문제는 종목 간 차이가 커졌다고 해서 액티브 매니저가 그 차이를 정확하게 맞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종목별 수익률 격차는 오히려 크게 벌어졌다
액티브 운용이 유리하다는 주장의 논리는 단순하다. 모든 주식이 비슷하게 움직이면 좋은 기업을 골라내더라도 시장을 크게 앞서기 어렵지만 기업별 수익률 격차가 확대되면 잘 고른 종목에서 높은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증시는 실제로 이런 조건에 가까워지고 있다. AI 투자에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반도체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기업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반면 기존 사업이 AI 경쟁에 위협받는 기업은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금리 역시 기업별 차이를 확대한다. 현금이 풍부하고 부채가 적은 대형 기술기업은 높은 금리를 상대적으로 쉽게 견딜 수 있지만 차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이자비용 증가가 실적을 직접 압박한다.
소비시장에서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비 흐름이 달라지고 업종별 수요 차이가 커지면서 기업 실적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액티브 매니저가 종목을 골라 초과수익을 내기에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실제 성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종목별 수익률 격차가 커진 것보다 훨씬 강력한 변수가 미국 대형주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수 초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구조
액티브 펀드가 S&P 500을 이기기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미국 증시의 극심한 시가총액 집중이다.
S&P 500 상위 10개 기업이 전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어선 수준까지 높아졌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소수 초대형 기술기업의 주가 움직임이 사실상 지수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구조다.
시가총액 가중 방식의 패시브 펀드는 주가가 상승하면서 시가총액이 커진 기업의 비중을 자동으로 높인다. 엔비디아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 별도의 판단 없이도 지수에서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한다.
반면 액티브 매니저는 특정 종목에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집중하는 것을 위험하게 보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기업이나 업종에 포트폴리오가 과도하게 노출되면 해당 기업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체 펀드가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형 기술주 비중을 지수보다 낮게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바로 그 대형 기술주들이 계속 시장 상승을 주도하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취했던 분산 전략이 오히려 벤치마크 대비 부진의 원인이 된다.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액티브 펀드가 시장을 이기려면 단순히 좋은 기업을 보유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벤치마크보다 해당 종목을 더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해도 액티브 펀드가 엔비디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지수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S&P 500에서 엔비디아의 비중이 8%인데 액티브 펀드에서는 4%만 보유하고 있다면 실제로는 엔비디아를 지수 대비 절반만큼만 가지고 있는 셈이다.
엔비디아가 시장을 크게 앞서면 이 펀드는 해당 종목을 보유했음에도 벤치마크 대비 성과에서는 손해를 본다.
반대로 지수 비중보다 더 많이 보유하려면 특정 초대형주에 매우 높은 비중을 투자해야 한다. 여러 종목에 분산해야 하는 일반적인 공모형 액티브 펀드에는 부담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
결국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의 숫자가 적을수록 액티브 운용사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한다. 지수와 비슷하게 초대형주를 많이 보유하면 액티브 운용의 의미가 줄어들고, 분산을 강화하면 상승장에서 지수에 뒤처질 가능성이 커진다.
AI가 액티브 운용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현실에서는 복잡하다
AI 산업은 기업별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액티브 운용에 유리한 시장으로 평가받아왔다.
실제로 같은 AI 산업에 포함돼 있어도 기업별 상황은 크게 다르다. GPU를 공급하는 기업과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 AI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회사, 막대한 AI 투자를 해야 하지만 아직 직접적인 매출을 만들지 못한 기업의 수익 구조는 전혀 다르다.
그러나 AI 산업의 방향을 맞히는 것과 어떤 기업이 최종적으로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할지를 맞히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새로운 모델이나 반도체가 등장할 때마다 경쟁 구도가 빠르게 바뀌고 기업 실적 발표 한 번으로 주가가 두 자릿수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 좋은 기업을 찾아내더라도 시장이 이미 그 성장성을 주가에 얼마나 반영했는지까지 판단해야 한다.
AI가 기업 간 실적 차이를 키우면서 종목 선별 기회를 늘려주는 동시에 투자자가 실수할 수 있는 선택지도 함께 늘리고 있는 셈이다.
수수료 차이는 장기간 누적된다
액티브 펀드가 극복해야 하는 또 다른 장벽은 비용이다. 모닝스타의 액티브 패시브 비교는 단순한 지수 수익률이 아니라 실제 투자 가능한 패시브 펀드의 수수료 차감 후 성과와 비교한다.
즉 패시브 상품에도 실제 운용비용이 포함된 상태에서 액티브 펀드가 뒤처지고 있다는 의미다.
액티브 펀드는 기업 분석을 위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리서치 시스템 등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인덱스 펀드보다 비용이 높다. 포트폴리오를 자주 교체하면 거래비용도 증가할 수 있다.
한 해의 비용 차이는 작아 보여도 10년 이상 복리로 누적되면 최종 수익률에 상당한 차이를 만든다. 액티브 운용사는 먼저 높은 수수료를 상쇄할 만큼 초과수익을 만든 뒤에야 패시브 투자자를 실제로 앞설 수 있다.
모닝스타 분석에서도 비용이 낮은 액티브 펀드의 성공 확률이 비용이 높은 상품보다 높게 나타났다. 최근 10년 기준 각 유형에서 수수료가 가장 낮은 20%에 속하는 액티브 펀드의 성공률은 33%였던 반면 가장 비싼 20%의 성공률은 20%에 그쳤다.
패시브 펀드로 투자자 자금 이동 지속
장기간 이어진 성과 격차는 실제 자금 흐름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미국 주식형 액티브 펀드는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대규모 자금 유출을 경험해왔다. 반면 인덱스 펀드와 ETF에는 꾸준히 신규 자금이 유입됐다.
최근에도 같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주식형 펀드 전체로 자금이 유입되는 달에도 액티브 전략에서는 돈이 빠지고 패시브 상품으로 들어온 자금이 이를 상쇄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패시브 펀드가 보유한 자산 규모는 현재 액티브 펀드의 거의 두 배 수준까지 확대됐다. 미국 상장 ETF 시장의 자금 유입도 사상 최고 속도를 기록하면서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 다시 새로운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TF는 일반적으로 운용보수가 낮고 매매가 간편하며 미국 투자자에게는 세금 측면에서도 기존 액티브 뮤추얼펀드보다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장기간 지수보다 낮은 성과를 내면서 비용까지 높았던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 투자자가 이탈하는 흐름이 구조적으로 이어지는 배경이다.
패시브의 성공이 다시 시장 집중을 강화할 수도 있다
패시브 투자 확대는 또 다른 시장 구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S&P 500을 추종하는 자금이 증가하면 신규 자금은 지수 구성 비중에 따라 자동으로 주식에 배분된다.
시가총액이 큰 기업에는 더 많은 자금이 들어가고 작은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이 배분된다. 대형 기술주 주가가 상승해 지수 비중이 높아지면 이후 패시브 자금에서도 더 많은 금액이 해당 기업으로 들어가는 구조다.
이 때문에 패시브 투자 증가 자체가 초대형주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반대로 액티브 매니저가 가치가 낮다고 판단하는 종목을 줄이고 저평가된 기업을 매수하는 과정은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에 기여한다. 패시브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지수 편입 여부와 시가총액에 의해 자금이 움직일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현재까지의 실제 투자 성과만 놓고 보면 이러한 구조적 논쟁과 별개로 저비용 패시브 전략이 미국 대형주 액티브 펀드보다 높은 성공률을 보여온 것은 분명하다.
중소형주에서는 액티브 성적이 상대적으로 개선
모든 주식시장에서 액티브 운용 성과가 같은 것은 아니다. 미국 대형주에서는 성공률이 27%에 그쳤지만 중형주와 소형주에서는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았다.
최근 1년 기준 미국 중형주 액티브 펀드의 성공률은 47%, 소형주는 약 49%까지 올라왔다.
대형주보다 시장의 관심이 적고 애널리스트의 분석 범위가 좁은 기업에서는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는 속도가 느릴 수 있다. 이런 시장에서는 전문적인 리서치를 통해 저평가 기업을 찾아낼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커진다.
다만 장기 성과에서는 여전히 절반 이상의 액티브 펀드가 패시브를 이기지 못했다. 소형주라고 해서 액티브 전략이 자동으로 우월해지는 것은 아니며 대형주보다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채권에서는 액티브 운용이 다른 결과
주식과 달리 채권시장에서는 액티브 펀드의 성과가 상당히 개선됐다. 최근 1년 동안 미국 중기 핵심 채권 액티브 펀드 가운데 66%가 패시브 경쟁상품을 앞섰다.
회사채 액티브 펀드의 성공률도 전년 4%에서 34%까지 높아졌고 하이일드 채권 펀드는 45%를 기록했다. 모닝스타가 분석한 세 가지 채권 유형 전체의 액티브 성공률은 52%로 상승했다.
10년 기준으로도 채권 액티브 전략의 성공률은 45%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채권시장은 주식보다 구조가 복잡하다. 같은 기업이 발행한 채권도 만기와 금리, 신용등급, 조기상환 조건 등에 따라 수많은 종류가 존재하고 거래 빈도가 낮은 채권도 많다.
이 때문에 신용위험과 듀레이션, 채권별 가격 차이를 분석해 추가 수익을 만들 수 있는 영역이 상대적으로 넓다.
액티브 채권은 신용위험을 더 활용하기도 한다
액티브 채권 펀드가 높은 성과를 기록한 데는 운용 능력뿐 아니라 포트폴리오에서 더 많은 신용위험을 부담한 영향도 있다.
패시브 채권지수는 발행 규모가 큰 채권의 비중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다. 액티브 매니저는 기업 재무상태와 경기 전망을 분석한 뒤 국채보다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회사채를 적극적으로 편입할 수 있다.
최근 신용스프레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이러한 전략이 좋은 성과로 연결됐다.
따라서 채권 액티브 펀드가 패시브를 이겼다는 사실을 단순히 매니저의 종목 선택 능력만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어떤 위험을 추가로 부담해 수익을 만들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대형주와 채권에서 다른 접근이 나오는 이유
최근 데이터를 근거로 투자업계에서는 모든 자산을 액티브나 패시브 한 가지 방식으로 선택하기보다 시장 특성에 따라 운용 방식을 나누는 접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대형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가가 분석하는 시장이다. 새로운 정보가 매우 빠르게 주가에 반영되고 초대형 기술주가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어 액티브 매니저가 수수료를 차감한 뒤 지속적인 초과수익을 만들기 어렵다.
이 때문에 미국 대형주 시장에서는 낮은 비용으로 시장 전체 수익률을 확보하는 인덱스 펀드나 ETF의 장점이 상대적으로 크다.
반면 채권과 일부 중소형주, 신흥시장처럼 가격 발견이 상대적으로 덜 효율적이고 개별 증권의 특성 차이가 큰 시장에서는 액티브 운용사가 분석을 통해 추가 수익을 만들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로 모닝스타의 최근 결과에서도 미국 대형주 액티브 성공률은 27%에 불과했지만 중기 핵심 채권은 66%, 신흥시장 액티브 펀드는 70%까지 올라가는 등 자산군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렸다.
AI 시대에도 가장 어려운 것은 승자를 미리 찾는 일
AI 확산이 기업 간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과 액티브 펀드가 시장을 이기기 쉬워졌다는 주장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AI가 어떤 산업을 바꿀지 예상하는 것은 가능해도 어떤 기업의 이익이 시장 기대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지, 그 성장성이 현재 주가에 얼마나 반영돼 있는지, 경쟁사의 새로운 기술이 언제 등장할지까지 지속적으로 맞혀야 실제 초과수익으로 연결된다.
여기에 S&P 500의 소수 초대형주 집중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분산투자를 중시하는 액티브 매니저에게는 오히려 더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현재 데이터가 보여주는 차이는 액티브 운용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보다 어느 시장에서 액티브 운용을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데 가깝다. 미국 대형주처럼 정보 효율성이 높고 초대형주 집중도가 높은 시장에서는 패시브의 우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채권과 일부 비효율적인 시장에서는 액티브 운용의 성과가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
AI와 금리 변화로 종목별 주가 차이는 과거보다 커졌지만 그 차이를 사전에 정확히 찾아내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최근 10년 동안 미국 대형주 액티브 펀드 가운데 13%만 패시브를 이겼다는 결과는 시장 환경이 아무리 달라져도 높은 수수료를 넘어 지속적인 초과수익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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