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년물 국채 입찰금리 4.683% 기록

미국 10년물 국채 입찰금리 4.683% 기록
미국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10년 만기 국채 입찰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다. 인플레이션이 완만하게 둔화되고 있음에도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높은 국채 공급, 중동발 물가 불확실성이 장기금리를 쉽게 끌어내리지 못하고 있다.
미 재무부가 실시한 420억달러 규모의 10년물 국채 입찰에서 낙찰금리는 4.683%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 입찰금리로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입찰 직전 시장에서 형성돼 있던 발행 전 거래금리와 비교하면 낙찰금리는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시장 예상보다 아주 조금 높은 금리에서 물량이 소화됐지만 전체적인 투자 수요가 크게 부진했다고 볼 정도의 결과는 아니었다.
오히려 프라이머리 딜러가 가져간 물량 비중이 최근 입찰보다 낮아 최종 투자자들의 수요는 비교적 양호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국채를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 딜러에게 많은 물량이 남지 않았다는 것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해외 기관 등 실제 투자 목적의 수요가 상당 부분 유입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입찰금리와 시장금리는 다른 개념
국채 입찰 결과를 볼 때 낙찰금리와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4.683%는 이번에 새로 발행되는 국채를 투자자들이 어느 금리에서 받아갔는지를 보여주는 입찰 결과다.
반면 금융시장에서 매일 표시되는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미 발행된 국채가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형성되는 금리다. 두 금리는 서로 밀접하게 움직이지만 정확히 같은 개념은 아니다.
입찰을 앞두고는 발행될 국채의 예상 가격을 반영한 발행 전 거래가 이뤄진다. 실제 입찰금리가 이 예상금리보다 높게 나오면 투자자가 예상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수요가 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를 테일이 발생했다고 표현한다.
반대로 낙찰금리가 발행 전 거래금리보다 낮으면 예상보다 강한 수요가 들어온 것으로 해석한다. 이번 입찰은 두 금리의 차이가 극히 작아 전체적으로는 시장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과에 가까웠다.
2007년 이후 최고라는 의미
10년물 국채 입찰금리가 4.683%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미국 정부가 장기간 자금을 빌리는 비용이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높아졌다는 의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오랜 기간 저금리 환경을 유지했다.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는 동안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매우 낮게 유지했고 대규모 국채 매입까지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장기 국채 금리도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다시 중요한 경제 문제로 등장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기준금리 자체가 높아진 데다 투자자들이 장기간 돈을 빌려줄 때 요구하는 인플레이션 보상과 기간 프리미엄도 상승하면서 장기채 금리가 과거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10년물 금리는 미국 금융시장 전체에서 기준 역할을 한다.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기업대출을 비롯한 다양한 장기 금융상품의 금리가 미국 국채 수익률을 기반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높은 국채 금리는 정부의 이자비용뿐 아니라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비용에도 영향을 준다.
CPI 둔화에도 장기금리가 크게 내려가지 않은 이유
이번 입찰이 주목받은 이유는 같은 날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 예상에 부합했음에도 장기 국채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7월 미국 헤드라인 CPI는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5% 상승했다. 모두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근원 CPI의 연간 상승률은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최근 고용지표까지 약하게 나오면서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금리를 추가로 올려야 할 필요성도 이전보다 낮아졌다.
이에 시장이 반영하는 9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CPI 발표 전 약 50%에서 발표 후 40% 안팎으로 하락했다. 연준 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수익률도 내려갔다.
하지만 10년 이상의 장기채 금리는 단순히 다음 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지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향후 수년간의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률, 정부 재정상태, 국채 공급 규모, 투자자가 요구하는 기간 프리미엄 등이 함께 반영된다.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해서 금융시장이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도 아니다.
시장은 9월 인상 가능성을 40% 안팎으로 낮춰 반영하고 있지만 시계를 연말까지 넓히면 상황이 달라진다. 현재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12월까지 적어도 한 차례 0.25%포인트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반영되고 있다.
최근 7월 고용 부진과 소비자물가 둔화는 연준이 당장 움직이지 않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줬다. 반면 물가 상승률 자체는 여전히 연준 목표인 2%를 웃돌고 있고 중동 정세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위험도 남아 있다.
즉 시장의 예상은 추가 금리 인상이 사라졌다는 쪽보다는 시점이 9월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쪽에 가깝다. 향후 물가나 고용지표가 다시 강하게 나오면 9월 인상 가능성도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재정적자 확대가 장기채에 부담
장기 국채시장에서 인플레이션과 함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것은 미국의 재정적자다. 정부가 세금으로 들어오는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출하면 부족한 자금을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
미국의 7월 연방 재정적자는 4,320억달러로 확대됐다. 올해 회계연도 누적 적자도 1조7,990억달러 수준까지 증가하면서 지난해 전체 회계연도 적자를 이미 넘어섰다.
재정적자가 커질수록 미 재무부가 금융시장에 공급해야 하는 국채도 늘어난다. 채권 역시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공급이 크게 증가하면 투자자의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 부채가 증가하면서 이자 지출 자체가 다시 재정적자를 키우는 구조도 부담이다. 기존보다 높은 금리로 국채를 계속 차환하면 같은 규모의 부채를 유지하더라도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이 증가한다.
이 때문에 최근 채권시장은 연준의 정책금리뿐 아니라 미국 정부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장기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지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 위험도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7월 CPI가 예상에 부합했다는 사실은 채권시장에 긍정적이지만 물가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는 국제유가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중동 원유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유가는 배럴당 80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공급 차질이 다시 확대될 경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처음에는 헤드라인 물가에 직접 반영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운송과 생산비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7월 CPI에는 최근 중동 정세에 따른 에너지 가격 변화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채권 투자자들은 앞으로 발표될 8월과 9월 물가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
장기채를 매수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향후 10년 동안 받을 고정된 이자의 실질 가치가 중요하다. 장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면 투자자는 이를 보상받기 위해 더 높은 국채 수익률을 요구한다.
단기금리와 장기금리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채권시장을 이해할 때 중요한 부분은 단기금리와 장기금리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년물 국채는 가까운 미래의 연준 기준금리에 민감하다. CPI가 낮게 나오거나 고용이 약해지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줄어들면 2년물 수익률은 비교적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
반면 10년물과 30년물에는 장기적인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재정적자, 국채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추가된다. 연준이 9월에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정부 부채 증가와 장기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진다면 10년물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채권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도 이와 비슷하다. CPI 발표 후 단기적인 금리 인상 전망은 낮아졌지만 장기물에서는 재정과 인플레이션 프리미엄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30년물 국채 입찰이 다음 시험대
10년물 입찰을 소화한 채권시장은 이제 30년물 국채 입찰을 주목하고 있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투자자는 향후 인플레이션과 정부 재정에 더 오랫동안 노출되기 때문에 장기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30년물 입찰에서 충분한 투자 수요가 유입된다면 최근 높은 금리 수준이 장기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예상보다 높은 금리에서 국채가 낙찰되고 수요 지표까지 부진하면 미국 장기채에 대한 투자자의 부담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
특히 최근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5% 부근의 높은 수준에서 움직여왔다. 장기 국채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30년물 입찰 결과는 10년물보다 시장에 더 강한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물가와 고용이 연준의 다음 선택 결정
채권시장이 확인해야 할 변수는 국채 입찰만이 아니다. 앞으로 발표되는 생산자물가지수와 고용지표, 다음 CPI와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까지 이어지는 경제지표가 연준의 정책 기대를 계속 바꿀 전망이다.
7월 CPI만 놓고 보면 9월 금리 동결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 상황이다. 그러나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어 한두 차례의 경제지표만으로 정책 방향이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물가가 다시 강해지는 동시에 고용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이 나타날 경우 추가 인상 전망은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되고 고용 악화가 이어진다면 시장이 예상하는 금리 인상 시점은 더욱 뒤로 밀릴 수 있다.
잭슨홀에서 워시 의장의 메시지도 주목
이달 말에는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이 열린다. 올해 행사는 8월 27일부터 29일까지 예정돼 있다.
최근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과거보다 포워드 가이던스를 줄이고 실제 경제지표를 통해 시장이 정책 방향을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준의 공식적인 신호가 줄어든 만큼 물가와 고용지표, 국채시장 자체의 움직임이 통화정책 기대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잭슨홀에서 워시 의장이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9월 금리 결정에 어느 정도의 조건이 필요한지에 대한 단서가 나온다면 국채시장도 크게 반응할 수 있다.
현재 10년물 입찰금리 4.683%는 단순히 다음 달 연준이 금리를 올릴지에 대한 전망만을 보여주는 숫자가 아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급증하는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 수요, 장기 국채를 보유하는 데 필요한 추가 보상이 함께 반영된 결과다.
7월 CPI로 9월 인상 부담은 다소 낮아졌지만 장기채 시장이 요구하는 금리 수준은 여전히 높다. 앞으로 30년물 입찰과 추가 물가 및 고용지표, 잭슨홀에서 나오는 연준의 메시지를 통해 미국 장기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안정될지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hef_admin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