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제미나이 경쟁력 회복 위해 AI 조직 전면 개편

구글 제미나이 경쟁력 회복 위해 AI 조직 전면 개편
구글이 오픈AI와 앤트로픽에 다시 밀리고 있는 제미나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핵심 AI 조직인 구글 딥마인드의 운영 체계를 대폭 손질하고 있다. 연구조직의 독립성을 중시했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제미나이 개발과 상용화를 중심으로 의사결정 권한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재편하는 모습이다.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도 최근 수개월간 AI 개발 과정에 비공식적으로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브린은 핵심 AI 인력들에게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제미나이 개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조직 개편에 나선 직접적인 배경에는 차세대 제미나이 플래그십 모델의 출시 지연이 있다. 지난해 제미나이 3를 통해 한때 최첨단 AI 모델 경쟁에서 선두권으로 복귀했지만 이후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새로운 모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다시 추격하는 위치에 놓였다.
차세대 제미나이 출시 두 달가량 지연
구글의 차세대 플래그십 모델인 제미나이 3.5 프로는 당초 6월 공개가 예정돼 있었지만 내부 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출시가 늦어졌다. 8월까지 출시 일정이 약 두 달 밀렸으며 특히 기업용 AI 시장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코딩 분야에서 경쟁 모델보다 성능이 뒤처지는 문제가 지적됐다.
AI 코딩은 현재 생성형 AI 시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이 벌어지는 분야 중 하나다. 단순한 코드 자동완성을 넘어 대규모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분석하고 여러 파일을 수정하거나 테스트와 디버깅까지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모델의 코딩 능력이 기업 고객 확보와 직접 연결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제미나이 3를 공개하면서 경쟁사와의 성능 격차를 상당 부분 좁혔고 일부 영역에서는 선두권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새로운 모델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특히 코딩과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분야에서 경쟁사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구글 내부에서도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압력이 커졌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구글이 일부 AI 분야에서는 여전히 최첨단 수준에 있지만 코딩과 에이전트형 코딩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동시에 차세대 모델인 제미나이 4의 개발도 이미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모델 출시 주기를 크게 단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세르게이 브린 다시 AI 개발 전면에 등장
제미나이 개발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세르게이 브린의 역할도 다시 커지고 있다. 현재 공식 경영 직책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구글 공동 창업자로서 가진 영향력을 이용해 AI 모델 개발 방향과 자원 배분에 비공식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린은 지난 4월 수백 명의 딥마인드 직원을 대상으로 열린 회의에서 개발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당시 앤트로픽은 새로운 고성능 Claude 모델을 준비하면서 AI 모델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었고 구글 내부에서는 다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었다.
브린이 특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AI가 스스로 자신의 성능을 개선하는 재귀적 자기개선 기술이다. 인간이 모든 학습 과정을 직접 설계하지 않아도 AI가 자신의 성능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구조가 구현될 경우 모델 개발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브린이 AI 사업에 다시 깊게 관여하는 모습은 처음이 아니다. 2022년 오픈AI가 ChatGPT를 공개하면서 구글 검색 사업에 대한 위기론이 확산됐을 당시에도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AI 전략 논의에 다시 참여한 바 있다. 이번에는 단순히 챗봇 시장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최첨단 AI 모델 자체의 주도권을 되찾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딥마인드의 독립성 줄이고 구글 본사 통제 강화
이번 조직 개편에서 가장 큰 변화는 구글 딥마인드의 자율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딥마인드는 2014년 구글에 인수된 이후에도 상당한 연구 자율성을 유지해왔다. 단기적인 수익 창출보다 장기적인 AI 연구와 과학적 성과에 집중하는 문화가 강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구글의 검색과 클라우드, 광고, 업무용 소프트웨어까지 직접 연결되는 핵심 사업으로 성장하면서 연구와 상업화 사이의 균형도 달라지고 있다. 최첨단 모델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를 빠르게 구글 제품에 적용해 실제 매출로 연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조직 개편 과정에서는 딥마인드 내부의 일부 비기술 조직이 딥마인드에서 빠져나와 구글 본사의 보고 체계로 이동하는 조치도 진행되고 있다. 인사와 운영, 사업 지원 등 연구 자체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조직을 구글 본사 구조에 편입하면서 딥마인드의 독립적인 운영 범위를 줄이는 방향이다.
직원들에게는 일상적인 연구 업무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 전달됐지만 내부에서는 딥마인드가 구글 본사의 상업적 목표에 더욱 직접적으로 편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데미스 허사비스 경영에서 물러나 장기 연구 집중
조직 개편과 함께 구글 딥마인드를 이끌어온 데미스 허사비스의 역할도 크게 달라졌다. 허사비스는 딥마인드의 일상적인 경영에서 물러나 알파벳 수석과학자와 구글 딥마인드 의장을 맡게 됐다.
직접 관리해야 하는 조직 규모를 줄이고 범용인공지능과 AI가 과학과 사회에 미칠 장기적인 영향에 집중하는 역할이다. 딥마인드에서 분사한 AI 신약개발 기업 아이소모픽랩스에도 이전보다 많은 시간을 투입할 예정이다.
허사비스는 알파고와 알파폴드를 비롯한 장기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딥마인드를 세계적인 AI 연구소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과학적 연구를 중시하는 그의 경영 방식은 딥마인드의 핵심 정체성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생성형 AI 경쟁이 제품 출시 속도와 기업 매출 경쟁으로 이동하면서 구글 내부에서는 보다 상업화에 민감한 운영 구조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커졌다.
실제로 허사비스는 제미나이 개발 초기 이후 모델의 일상적인 관리에서 점차 거리를 두고 일부 책임을 부책임자들에게 넘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직 개편은 이미 진행되던 권한 이동을 공식적인 경영 체계로 굳힌 성격도 있다.
코라이 카부크추오글루에 제미나이 권한 집중
허사비스가 경영에서 물러난 자리는 코라이 카부크추오글루가 사실상 맡게 됐다. 그는 딥마인드 최고기술책임자를 거쳐 구글 수석 AI 아키텍트까지 맡아온 인물로 앞으로 딥마인드의 일상적인 운영과 제미나이 개발을 주도한다.
공식적으로 딥마인드 CEO라는 직함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석부사장으로 조직 운영을 담당하고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최종 권한도 갖게 됐다. 알파벳 수석 AI 아키텍트 역할도 그대로 유지한다.
카부크추오글루는 연구뿐 아니라 AI 기술의 상용화에도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전부터 딥마인드와 구글 클라우드 사이에서 주요 연결 역할을 담당했으며 제미나이를 검색과 클라우드 등 구글의 핵심 서비스에 적용하는 과정에도 깊게 관여해왔다.
2025년 구글 수석 AI 아키텍트에 임명된 이후에는 제미나이 관련 의사결정에서도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됐다. 일부 딥마인드 리더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동시에 카부크추오글루가 모델 개발 방향을 결정하는 중심 인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TPU 부족과 내부 자원 배분 갈등도 문제
구글 내부에서 제미나이 경쟁력이 약화된 원인으로는 모델 기술 자체뿐 아니라 컴퓨팅 자원의 부족과 조직 간 자원 배분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대형 AI 모델을 학습하려면 수만 개 이상의 고성능 AI 가속기를 장기간 사용해야 한다. 구글은 엔비디아 GPU와 함께 자체 개발한 TPU를 대규모로 사용하고 있지만 검색과 클라우드, 제미나이 학습, 기업 고객 서비스 등 여러 사업이 같은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하면서 공급이 빠듯해지고 있다.
딥마인드와 구글 클라우드 사이에서도 한정된 TPU를 어디에 우선 배정할지를 두고 긴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딥마인드는 차세대 모델 학습에 막대한 연산 자원이 필요하지만 구글 클라우드는 고객에게 AI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자원을 두고 서로 다른 사업적 요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구글 클라우드 경영진은 카부크추오글루가 딥마인드 운영을 직접 맡게 되면서 이러한 자원 배분 갈등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부크추오글루가 딥마인드와 구글 클라우드 모두와 긴밀하게 협력해온 만큼 모델 개발과 상용 서비스 사이에서 보다 빠르게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가 모델 개발 속도 늦춰
구글 내부에서는 컴퓨팅 자원뿐 아니라 복잡한 조직 구조도 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제미나이 프로젝트에는 여러 연구조직과 제품조직의 리더들이 동시에 참여하면서 중요한 기술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정된 연산 자원을 어떤 분야에 투입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프로젝트가 경쟁하면서 이후 핵심 분야로 떠오른 코딩 등에 충분한 자원이 배분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형 조직 특유의 관료적인 의사결정 방식 역시 문제로 거론된다. 앤트로픽이나 오픈AI처럼 AI 모델 개발 자체가 회사의 핵심 사업인 기업은 새로운 모델을 빠르게 실험하고 출시할 수 있지만 구글은 검색과 광고, 클라우드, 안드로이드, 유튜브 등 수많은 사업과 AI 전략을 조율해야 한다.
모델 출시 과정에서 안전성과 제품 적용, 기존 사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의사결정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AI 모델의 성능 변화가 불과 몇 달 사이에 시장 순위를 뒤집는 현재 환경에서는 이러한 속도 차이가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제프 딘과 오리올 빈얄스 등 핵심 인재도 이탈
조직 개편과 동시에 구글의 대표적인 AI 연구자들이 회사를 떠난 것도 부담이다. 제프 딘과 오리올 빈얄스, 산제이 게마왓, 쿽 레 등 오랫동안 구글의 AI와 컴퓨팅 연구를 이끌어온 핵심 인력들이 퇴사해 새로운 AI 기업 디스커버리 루프를 설립했다.
제프 딘은 구글의 핵심 컴퓨팅 인프라와 구글 브레인 구축을 주도한 인물이며 오리올 빈얄스는 제미나이 초기 기술 공동 책임자 가운데 한 명이다. 이들은 최근까지 제미나이 개발 방향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최근에는 이들 외에도 구글의 주요 AI 연구자들이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경쟁사로 이동했다. 구글이 세계 최대 수준의 AI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지만 최첨단 모델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잇달아 빠져나가면서 단기적인 조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구글은 퇴사한 연구자들이 세운 디스커버리 루프에 투자하고 구글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협력 관계를 맺었다. 핵심 인력이 회사를 떠난 뒤에도 기술과 클라우드 생태계에서는 연결 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연구 중심 딥마인드에서 상용화 중심으로 이동
이번 조직 개편의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구글은 딥마인드를 독립적인 최첨단 연구소로 운영하는 것보다 제미나이를 구글 전체 사업에 빠르게 적용하는 실행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구글 검색의 AI 기능부터 기업용 클라우드와 업무용 소프트웨어, 안드로이드, 유튜브까지 제미나이가 적용될 영역은 매우 넓다. 최첨단 모델 성능 경쟁에서 뒤처지는 문제뿐 아니라 개발한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수십억 명의 사용자와 기업 고객에게 배포할 수 있는지가 사업 경쟁력을 결정한다.
구글은 이미 저비용 모델인 제미나이 플래시 계열을 통해 가격 경쟁력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최고 성능 모델 하나에만 의존하기보다 고성능 플래그십 모델과 비용 효율적인 경량 모델을 동시에 공급해 기업용 AI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최상위 모델 경쟁에서 계속 뒤처질 경우 구글의 광범위한 제품 생태계라는 장점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기업들이 가장 중요한 코딩이나 AI 에이전트 업무에 경쟁사의 모델을 선택한다면 구글 클라우드와 AI 서비스의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제미나이 성능이 조직 개편의 첫 시험대
조직을 바꾸는 것만으로 AI 경쟁력이 즉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개편의 성과를 평가하는 가장 직접적인 기준은 출시가 지연된 차세대 제미나이와 이후 등장할 제미나이 4의 실제 성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코딩과 자율 에이전트, 추론 등 현재 AI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경쟁하는 분야에서 앤트로픽과 오픈AI의 최신 모델을 따라잡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모델 성능과 함께 출시 속도를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구글은 자체 TPU와 세계 최대 규모의 클라우드 인프라, 검색과 안드로이드 등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AI 기업과 차별화된 자산을 갖고 있다. 반면 막대한 조직 규모와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가 이러한 강점을 실제 제품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문제가 계속 지적돼왔다.
이번 개편은 연구와 상용화, 컴퓨팅 자원 배분, 모델 개발을 하나의 지휘 체계에 보다 가깝게 묶으려는 시도다. 카부크추오글루에게 권한을 집중하고 딥마인드 일부 조직을 구글 본사 체계로 옮긴 만큼 앞으로는 제미나이 개발 속도와 제품 적용에서 이전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AI 경쟁에서 다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결국 조직의 형태보다 차세대 제미나이가 실제 성능과 비용, 출시 속도에서 경쟁 모델을 얼마나 따라잡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조직 개편은 구글이 현재의 경쟁 상황을 단순한 일시적 모델 성능 문제로 보지 않고 AI 개발 체계 자체를 손봐야 할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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