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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 장기채 바이백 확대·엔화 개입까지…베선트의 적극적 시장 개입

hef_admin 읽는 시간 약 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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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선트 재무부 장기금리 급등에 직접 대응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국채와 외환시장을 잇달아 건드리며 금융시장 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10년물에서 30년물까지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최소 두 배 확대했고, 앞서 일본과 함께 엔화 매입에 나선 데 이어 향후 장기 국채 발행량을 조절할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표면적으로는 국채시장 유동성 관리와 환율 안정이라는 각각의 목적이 있지만 최근 조치를 한데 놓고 보면 방향은 분명하다. 장기금리가 빠르게 올라 미국의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차입 비용, 정부 이자 부담까지 압박하는 상황을 재무부가 시장에만 맡겨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10년에서 30년 만기 국채를 대상으로 하는 유동성 지원 목적 바이백을 회당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불과 2주 전 이번 분기 국채 조달계획을 발표한 뒤 나온 수정 조치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더 컸다.

발표 직전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3%를 넘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고 10년물도 4.7%대를 기록했다. 바이백 확대 소식이 전해진 뒤 30년물 금리는 10bp 안팎 급락했고 10년물도 4.6%대로 내려왔다. 최근 채권시장의 매도 압력이 워낙 강했던 만큼 실제 바이백 규모보다 재무부가 장기금리 상승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신호가 더 크게 작용했다.

장기채를 줄이고 단기채를 늘리는 방향도 거론

베선트가 장기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금리 상승의 파급력이 국채시장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장기 국채금리와 밀접하게 움직인다.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면 이미 둔화 조짐을 보이는 주택시장에 추가 부담이 되고 기업의 회사채 발행 비용도 함께 올라간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대형 기술기업의 자금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기업은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회사채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장기자금을 놓고 경쟁이 심해졌다. 반면 연기금과 보험사, 해외 중앙은행 등 전통적인 장기채 매수 주체의 수요는 과거만큼 강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무부는 최근 국채 발행과 관련해서도 장기물 공급을 반드시 계속 늘리는 방향만 고집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향후 조달 필요가 발생할 경우 단기 국채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장기 쿠폰채 공급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해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장기 국채를 바이백으로 거둬들이면서 필요한 자금을 단기 국채 발행으로 충당한다면 수익률 곡선에 미치는 효과만 놓고 볼 때 장기금리를 누르고 단기물 공급을 늘리는 방향이 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과거 연방준비제도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와 비슷한 효과를 거론한다.

다만 두 정책은 성격이 다르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연준이 통화정책 목적으로 보유자산의 만기를 바꿔 장기금리를 낮췄던 정책이고, 이번 바이백은 재무부가 자신의 부채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시행하는 조치다. 재무부 역시 특정 금리 수준을 목표로 삼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다.

엔화 매입까지 나선 베선트

최근 베선트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것은 국채시장뿐 아니라 외환시장에서도 이례적인 개입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달 초 일본과 함께 엔화를 매입해 급격한 엔화 약세를 막는 외환시장 개입에 참여했다. 미국 당국이 엔화 매수에 직접 나선 것은 수십 년 사이에도 보기 드문 조치였다. 40년 만의 약세 수준으로 밀린 엔화가 일본의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아시아 통화 전반의 변동성을 키우자 워싱턴까지 움직였다.

여기에는 미국 국채시장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다. 일본은 세계 최대 미국 국채 보유국 가운데 하나다. 엔화 방어에 필요한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일본이 보유 국채를 대규모로 매도하면 이미 공급 부담을 받고 있는 미국 장기채 시장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

결국 엔화 안정과 장기 국채 바이백은 서로 다른 시장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베선트가 우려하는 지점은 비슷하다. 환율이나 국채금리가 한 방향으로 너무 빠르게 움직여 미국의 금융여건과 실물경제를 흔드는 상황을 막겠다는 것이다.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발행 원칙 훼손 논란

문제는 재무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시장가격에 영향을 줘도 되느냐는 데 있다.

미국 재무부는 오랫동안 국채 발행에서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운영을 핵심 원칙으로 내세워왔다. 단기적인 금리 움직임에 맞춰 발행량을 수시로 변경하기보다 장기간 안정적인 일정에 따라 국채를 공급해야 투자자도 향후 물량을 예측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정부의 조달비용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베선트 역시 재무장관 취임 이후 이 원칙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장기금리가 급등한 직후 이미 발표한 바이백 계획을 불과 2주 만에 확대했고, 시장에서는 장기채 발행 축소 가능성까지 예상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 충격 당시처럼 국채시장의 거래가 사실상 마비된 상황도 아니다. 이 때문에 일부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재무부가 유동성 지원을 넘어 수익률 곡선 자체를 관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대로 재무부 입장에서는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해 주택과 기업투자, 정부 재정에 연쇄적인 충격을 주기 전에 대응하는 것이 정상적인 부채관리라는 논리도 가능하다. 이번 바이백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 재무부가 시장안정과 금리 개입의 경계를 어디에 둘 것인지와 연결된다.

40조달러 부채를 바이백으로 해결할 수는 없어

채권시장에서는 이번 조치의 단기 효과와 장기 효과를 구분해서 보고 있다. 재무부가 장기채의 주요 매수자로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국채 숏 포지션 일부가 청산되고 추가 매도를 억제하는 효과는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국채시장 전체와 비교하면 회당 수십억달러의 바이백은 제한적인 규모다. 더 중요한 것은 최근 장기금리를 밀어 올린 원인이 시장 유동성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총 공공부채는 최근 사상 처음 40조달러를 넘어섰다. 높은 금리가 신규 국채와 만기 도래 채권의 차환 비용에 반영되면서 정부의 이자지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재정적자가 줄지 않는다면 시장은 앞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국채를 계속 소화해야 한다.

여기에 중동 긴장으로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다시 커졌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리지 않더라도 장기 투자자가 재정과 물가 위험을 반영해 더 높은 기간 프리미엄을 요구하면 장기금리는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

바이백은 시장에 이미 풀린 일부 장기채를 거둬들일 수 있지만 그 자금을 다른 국채 발행으로 마련한다면 미국 정부의 전체 빚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장기채 대신 단기채 발행을 확대하면 당장은 장기금리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정부가 더 자주 차환에 나서야 한다는 부담도 생긴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장기금리 급등 속도를 늦추는 데는 효과를 보였지만 미국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과는 거리가 있다. 시장에서는 벌써 재무부의 추가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 30년물 금리가 다시 5.3% 부근으로 올라갈 때 바이백을 또 늘리는지, 다음 분기 국채 발행계획에서 실제 장기채 공급을 줄이는지가 베선트의 정책 방향을 확인할 다음 기준이 될 전망이다.

최근 엔화 개입과 장기채 바이백 확대가 연달아 나오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이른바 ‘베선트 풋’이라는 시각도 형성되기 시작했다. 자산가격이나 금리가 정책 당국이 불편해하는 수준까지 움직이면 재무부가 대응할 수 있다는 기대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이런 기대가 굳어질수록 재무부가 앞으로 개입하지 않는 선택을 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현재 시장의 관심은 바이백 자체보다 베선트가 어디까지 개입할 준비가 돼 있는지에 옮겨가고 있다. 이번 장기채 매입 확대가 일시적인 시장 안정 조치로 끝나는지, 아니면 미국 재무부의 부채관리 정책이 장기금리와 환율을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출발점이 되는지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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