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이퍼리퀴드 미국 진입 지원 시사

트럼프 하이퍼리퀴드 미국 시장 편입 직접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 플랫폼 하이퍼리퀴드의 미국 진입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미국 이용자의 접근을 제한해온 대표적인 온체인 파생상품 플랫폼을 규제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백악관의 의지가 확인되면서 가상자산 시장뿐 아니라 CME와 Cboe 등 기존 미국 거래소에도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트럼프는 19일 백악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업계 행사에서 마이클 셀리그 상품선물거래위원회 CFTC 위원장을 지목하며 하이퍼리퀴드를 미국에서 완전히 규정을 준수하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코인베이스와 크라켄, 로빈후드 등 가상자산 기업뿐 아니라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 등 전통 금융시장 관계자도 참석했다.
트럼프가 특정 탈중앙화 거래 플랫폼의 이름까지 직접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정부가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 우호적인 규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수준을 넘어 현재 미국 이용자를 받지 않는 대형 해외·온체인 플랫폼을 미국 규제권 안으로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발언 직후 하이퍼리퀴드 생태계의 HYPE 토큰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장중 상승폭은 집계 시점에 따라 10%대 후반까지 확대됐다. HYPE를 주요 자산으로 보유하는 미국 상장사 하이퍼리퀴드 스트래티지스도 장중 30% 안팎 급등했다.
반대편에서는 기존 파생상품 거래소가 압박을 받았다. 하이퍼리퀴드가 미국 고객을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될 경우 24시간 온체인 파생상품 거래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되면서 CME그룹과 Cboe 등 기존 거래소 운영사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핵심은 하이퍼리퀴드의 무기한 선물
이번 사안에서 시장의 관심이 큰 이유는 HYPE 토큰 자체보다 하이퍼리퀴드가 운영하는 무기한 선물 시장 때문이다.
하이퍼리퀴드는 자체 레이어1 블록체인 위에서 주문과 체결, 청산을 처리하는 온체인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중앙화 거래소와 비슷한 오더북 방식의 거래 환경을 제공하면서도 거래 내역과 포지션 처리가 블록체인에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핵심 상품인 무기한 선물은 일반 선물과 달리 만기가 없다. 투자자는 포지션을 계속 유지할 수 있고 현물시장과 가격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펀딩비가 주기적으로 교환된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이미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파생상품 가운데 하나지만 미국에서는 규제 문제 때문에 해외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형태의 무기한 선물에 개인 투자자가 자유롭게 접근하기 어렵다.
하이퍼리퀴드 역시 미국 고객을 공식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하고 프런트엔드 접근을 제한해왔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바로 이 상태를 바꾸기 위한 규제 경로를 CFTC가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제도 변화는 이미 일부 진행되고 있다. CFTC는 지난 5월 무기한 계약의 상장을 허용할 수 있다는 정책 방향을 내놨고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무기한 계약을 미국 규제 거래소에서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자산의 무기한 상품도 개별 심사를 거쳐 허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상태다.
HYPE와 관련해서도 미국 규제 시장이 완전히 비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들어 미국의 지정계약시장에서는 HYPE 가격을 기초로 한 선물 상품이 등록됐고 현물 HYPE에 투자하는 상장상품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는 하이퍼리퀴드 플랫폼 자체가 미국 고객에게 직접 무기한 선물 거래를 제공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플랫폼 자체가 들어오려면 규제 구조를 다시 맞춰야
트럼프의 발언이 미국 진출 승인 완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하이퍼리퀴드가 미국에서 직접 영업할 수 있도록 허가됐다는 공식 결정이나 구체적인 진입 시점은 발표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파생상품 거래를 제공하려면 CFTC 감독을 받는 지정계약시장과 청산 체계, 고객자산 관리, 거래 감시, 자금세탁방지 등 여러 규정을 충족해야 한다. 기존 거래소는 운영 주체와 청산기관, 중개회사가 명확하게 분리돼 있지만 하이퍼리퀴드는 상당 부분의 기능을 블록체인과 스마트계약을 통해 처리한다.
바로 이 부분이 미국 진입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다. 하이퍼리퀴드의 경쟁력은 중앙화된 중개구조를 최소화하고 이용자가 지갑을 통해 직접 거래하면서 주문과 청산을 온체인에서 처리한다는 데 있다. 미국 규제를 맞추기 위해 기존 선물거래소와 비슷한 구조를 지나치게 많이 추가하면 플랫폼의 장점을 희석할 수 있다.
반대로 탈중앙화라는 이유로 기존 파생상품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고객확인과 시장감시, 투자자 보호 규정을 대부분 면제한다면 CME와 Cboe 등 기존 사업자와의 규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CFTC가 앞으로 결정해야 할 핵심도 여기에 있다. 블록체인 기반 거래·청산 구조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기존 상품선물거래법상 요구사항을 어떻게 적용할지, 그리고 무기한 선물의 펀딩과 자동청산 체계를 미국 규정 안에서 어떤 형태로 허용할지가 미국 진입 여부를 가르게 된다.
CME와 Cboe 주가 하락은 경쟁구도 변화 우려 반영
하이퍼리퀴드 관련 발언이 전통 거래소 주가까지 움직였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시장에서는 Cboe가 장중 6% 안팎, CME그룹도 3% 이상 하락하는 등 기존 거래소 운영사에 매도세가 나타났다.
하이퍼리퀴드가 당장 CME의 금리·원자재·주가지수 선물 사업 전체와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상자산 파생상품은 기존 거래소들이 성장시장으로 보고 투자를 확대해온 분야다. 미국 투자자가 규제된 환경에서 하이퍼리퀴드의 무기한 선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 거래량을 확보하려는 경쟁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통 거래소에서는 선물 만기와 정해진 거래 규칙, 중개회사와 청산소를 중심으로 시장이 운영된다. 반면 가상자산 무기한 선물은 24시간 거래와 만기 없는 포지션, 자동화된 청산 구조가 특징이다. 해외 가상자산 투자자에게는 이미 익숙한 거래 방식이다.
미국 규제당국이 이런 상품을 본격적으로 허용하기 시작하면 CME 등이 기존의 전통 선물 구조만으로 가상자산 파생상품 시장을 장악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트럼프의 발언 하나에 기존 거래소 주가가 움직인 것은 미국 내 가상자산 규제 완화가 단순히 코인 기업만의 호재가 아니라 기존 금융시장 사업자의 경쟁 환경까지 바꿀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백악관의 목표는 해외 거래를 미국 규제권으로 끌어오는 것
하이퍼리퀴드 문제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가상자산 정책 방향과도 맞물린다. 백악관 행사에서 트럼프는 의회에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 법안의 처리를 다시 촉구했다. SEC와 CFTC도 의회 입법을 기다리는 동안 각각 가상자산 발행과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기존 규제가 지나치게 불명확해 가상자산 거래와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적인 인식이다. 규제를 없애기보다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고 그동안 역외에서 성장한 거래량을 미국 감독 아래로 다시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하이퍼리퀴드는 이런 전략을 시험하기에 상징성이 큰 플랫폼이다. 중앙화 거래소가 아닌 온체인 주문장과 자체 블록체인으로 대규모 파생상품 시장을 만든 플랫폼까지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면 규제 범위가 기존 코인베이스와 CME 같은 중앙화 사업자에서 탈중앙화 금융 인프라까지 확대되는 셈이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트럼프가 정책 방향을 공개했을 뿐 구체적인 허가 방식은 나오지 않았다. CFTC가 하이퍼리퀴드 자체에 어떤 등록 지위를 요구할지, 미국 이용자용 별도 플랫폼을 만들게 할지, 현재 온체인 구조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지 등이 확인돼야 한다.
마이클 셀리그 CFTC 위원장은 20일 열리는 CFTC 혁신자문위원회 회의에서도 가상자산과 새로운 시장구조에 대한 규제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이퍼리퀴드의 미국 편입이 단순한 대통령 발언을 넘어 실제 제도 설계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다음 확인 지점이다.
미국 진입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변화는 미국 투자자가 HYPE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미국 시장에는 HYPE 관련 선물과 상장상품이 존재한다. 진짜 변화는 지금까지 해외와 온체인 시장에서 성장해온 하이퍼리퀴드의 무기한 파생상품 거래 시스템 자체가 CFTC 감독 아래 미국 금융시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발언 직후 HYPE가 급등하고 기존 거래소 주가가 동시에 흔들린 것도 시장이 그 가능성에 반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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