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메모리, 낸드 시장 진출 추진…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도전

창신메모리 베이징에 낸드 연구개발 라인 추진
중국 최대 DRAM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가 낸드플래시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서버를 중심으로 글로벌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기존 주력 사업인 DRAM을 넘어 낸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로이터는 18일 관련 사정을 아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창신메모리가 베이징에 건설하는 신규 반도체 공장에 낸드플래시 연구개발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에는 별도의 연구소도 설립했으며 이곳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가운데 낸드 기술 개발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창신메모리는 중국 내 대표적인 DRAM 생산업체로 지금까지 낸드를 주력 사업으로 다루지 않았다. 계획대로 개발이 진행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낸드 업체뿐 아니라 중국 최대 낸드 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와도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들어가게 된다.
다만 현재 확인된 계획은 연구개발과 시험 생산을 위한 라인 구축 단계다. 연구개발 생산라인이 언제 가동될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향후 대규모 상업 생산으로 확대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창신메모리와 양쯔메모리, 삼성전자, 베이징시 정부는 관련 내용에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AI 서버 수요에 낸드 공급 부족 장기화
창신메모리의 낸드 진출 움직임은 글로벌 메모리 공급이 빠듯해진 상황과 맞물려 있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요 업체들이 DRAM과 고대역폭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에 투자를 집중했고, 상대적으로 낸드 신규 생산능력 확충은 제한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제조사들이 DRAM과 HBM에 자본지출을 우선 배정하면서 낸드 생산능력 증가가 제한됐고 이것이 낸드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낸드 수급이 의미 있게 완화되는 시점도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곽노정 최고경영자도 지난 7월 메모리 시장의 공급 측면에서 2027년이 가장 어려운 해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확대가 DRAM과 HBM뿐 아니라 대용량 저장장치에 사용되는 낸드 수요까지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DRAM이 프로세서가 연산 과정에서 사용하는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면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보존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스마트폰과 PC, 데이터센터의 SSD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AI 서버와 슈퍼컴퓨터의 규모가 커질수록 연산용 메모리와 함께 대용량 스토리지 수요도 늘어나는 구조다.
창신메모리는 이미 낸드 사업과 관련해 잠재 고객들과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새로 설립된 한 AI 스타트업이 AI 시스템과 슈퍼컴퓨터용 저장장치에 창신메모리의 낸드를 구매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해당 기업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29.3%로 낸드 시장 1위
현재 글로벌 낸드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기존 대형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매출 기준 삼성전자는 29.3%의 점유율로 세계 낸드 시장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가 2위에 올랐고 미국 마이크론이 그 뒤를 이었다.
창신메모리가 실제 양산까지 진입할 경우 이들 업체와 직접 경쟁하게 된다. 다만 낸드는 적층 단수를 높이면서 원가와 성능을 동시에 개선해야 하는 분야로 연구개발 라인을 구축한 뒤 실제 고객 인증과 대규모 양산까지 이어지는 데는 별도의 과정이 필요하다.
현재 단계에서는 창신메모리가 어떤 낸드 제품과 공정을 개발하고 있는지, 생산능력을 어느 정도까지 확대할 계획인지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단기간에 기존 글로벌 공급업체와 동일한 규모의 생산체제를 구축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창신메모리와 양쯔메모리 사업 영역 겹치기 시작
중국 메모리 산업에서는 창신메모리와 양쯔메모리가 각각 DRAM과 낸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중국에서는 두 회사를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이른바 쌍성으로 부르기도 한다.
창신메모리는 중국 내 DRAM 생산을 주도해왔고 양쯔메모리는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왔다. 그동안 두 회사가 주력하는 시장이 달랐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쟁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계가 빠르게 흐려지고 있다. 양쯔메모리는 올해 저전력 DRAM 시장 진출을 검토하면서 고객사에 제품 샘플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창신메모리가 낸드 개발에 들어가면서 양사가 상대방의 핵심 사업 영역으로 동시에 진입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아직 전체적인 기술력과 생산 규모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선두 기업에 뒤처져 있고 상대적으로 저가 제품에 대한 노출도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중국 내 일부 고객을 상대로 가격 협상력이 높아졌다. 일부 제품에서는 중국 업체가 해외 경쟁사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은 사례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반도체 자립 정책 속 생산능력 확대
창신메모리와 양쯔메모리는 중국 정부가 추진해온 반도체 자립 전략에서도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중국 국가 반도체 펀드와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생산능력과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왔다.
창신메모리는 안후이성 허페이시의 지원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양쯔메모리는 후베이성 우한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중국 지방정부들이 전략산업 유치를 위해 투자와 각종 지원책을 제공하면서 두 회사는 중국 메모리 산업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창신메모리는 올해 7월 기업공개를 통해 579억2천만위안, 약 86억달러를 조달했다. 올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IPO였다. 회사는 베이징에 두 번째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지방정부 지원을 받는 기술 제조 허브와 추가 자금 조달도 협의해왔다.
양쯔메모리의 모회사인 창장스토리지홀딩스도 상하이 증시 상장을 통해 약 330억위안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역시 중국의 자체 메모리 공급망 구축을 가속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양쯔메모리를 수출통제 대상인 엔티티 리스트에 올렸고 이후 중국이 AI 프로세서와 함께 사용하는 HBM을 확보할 수 있는 경로도 추가로 제한했다.
AI 서버 확대와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HBM 투자 집중으로 낸드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창신메모리가 낸드 연구개발 생산라인 구축에 나서면서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사업 영역도 빠르게 겹치고 있다. 다만 현재 계획은 연구개발과 시험생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창신메모리가 실제 대규모 낸드 양산에 진입할지와 구체적인 시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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