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키옥시아와 생산·R&D·공급망 협력 가능”

최태원 키옥시아와 공동 생산도 선택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와 일본 키옥시아홀딩스의 공동 생산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일본 내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키옥시아와 공동으로 공장을 짓는 방안도 선택지 가운데 하나이며, 생산뿐 아니라 연구개발과 공급망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2일 공개된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키옥시아를 여러 강점을 보유한 기업이라고 평가하고 양사가 공동 생산을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하나의 선택지”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검토하고 있는 일본 생산기지에 키옥시아가 파트너로 참여할 가능성도 직접 거론했다.
구체적인 협력 대상으로는 생산시설뿐 아니라 연구개발과 공급망 공유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가 NAND 플래시 시장에서는 경쟁하고 있지만 양사가 보유한 자원과 기술, 공급망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특히 키옥시아가 미국 샌디스크와 합작 구조를 통해 NAND 제품을 공동 생산하고 있는 방식을 사례로 들었다. 키옥시아의 향후 사업전략에 SK하이닉스가 포함될 수 있다면 언제든 파트너가 될 의향이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협력 확대 어렵다면 키옥시아 투자 종료 가능성도 언급
최 회장은 키옥시아와의 관계를 현재의 재무적 투자 상태로 계속 유지하는 것보다 실제 사업 협력으로 발전시키는 데 무게를 뒀다.
그는 향후 더 이상의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면 키옥시아에 대한 투자를 종료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반대로 키옥시아의 미래 전략에서 SK하이닉스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면 투자 관계를 생산과 연구개발, 공급망 협력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의 관계는 2018년 도시바메모리 인수 때부터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컨소시엄을 통해 키옥시아에 간접 투자했고 현재도 베인캐피털이 운용하는 특수목적회사를 통해 상당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NAND 시장에서는 직접 경쟁하는 관계다. 올해 2분기 출하량 기준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5%로 1위였고 SK하이닉스가 22%, 키옥시아가 14%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의 점유율을 합하면 36%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도 최근 미국 인디애나주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키옥시아 지분과 관련해 확정된 계획은 없지만 고객과 공급업체를 위해 NAND 시장을 함께 발전시킬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내 메모리 공장 건설도 계속 검토
최 회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의 일본 내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 검토도 재확인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센다이에서 열린 한일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를 계기로 일본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에는 키옥시아와 공동으로 시설을 건설하는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아직 투자 지역이나 공장 규모, 생산 제품, 합작 비율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 최 회장은 일본에서 안정적으로 전력과 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을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최 회장은 일본이 반도체 생산기지 후보로 갖는 강점으로 소재와 장비 산업 기반을 언급했다. 일본에는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소재를 공급하는 나믹스와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 등 다수의 공급업체가 있으며 소니와 닌텐도 같은 메모리 고객사도 있다. 미국 마이크론도 히로시마에서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일본이 제조업을 중시하는 산업문화와 공급망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후보지로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복수의 일본 지방자치단체가 SK하이닉스 공장 유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구체적인 투자 방침이 이르면 올해 안에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역시 자국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해외 기업에 대규모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대만 TSMC의 구마모토 공장을 비롯해 마이크론 등 해외 반도체 업체의 일본 내 투자에 정부 보조금이 투입돼 왔다.
AI 메모리 공급 부족이 해외 증설 논의 배경
SK하이닉스가 일본을 포함한 추가 생산기지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메모리 수요가 있다.
최 회장은 현재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수요보다 약 20%에서 30% 부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설비투자만으로는 앞으로 증가하는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제시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국내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용인 Y2와 청주 M17 공장 건설에 약 54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용인 Y2에는 약 35조2000억원을 투입해 HBM을 포함한 차세대 D램을 생산하고 청주 M17에는 약 19조1000억원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용 기업 SSD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NAND 생산기지를 구축한다.
미국에서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40억달러 이상을 투입해 차세대 HBM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8년 클린룸을 가동하고 2029년부터 현지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일본 NAND 업계도 AI 수요에 대응해 생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키옥시아와 샌디스크는 2032년까지 일본 내 플래시메모리 생산과 기술개발에 310억달러 이상을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신규 투자는 이와테현 기타카미 공장을 포함한 생산능력 확대와 차세대 NAND 기술 개발에 투입된다.
키옥시아도 SK하이닉스와 관계 유지 의사
키옥시아 측도 SK하이닉스와의 기존 협력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키옥시아는 최 회장의 인터뷰와 관련해 현재 SK하이닉스와 MRAM 연구개발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가 자사의 D램 공급업체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SK하이닉스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공개적으로 거론된 양사의 협력 범위는 NAND 공동 생산과 일본 내 합작공장, 연구개발, 공급망 공유 등이다. SK하이닉스의 일본 투자 자체도 아직 검토 단계이며 키옥시아와의 공동공장 건설이나 구체적인 투자금액, 생산 품목은 확정되지 않았다.
최 회장은 키옥시아의 미래 전략에 SK하이닉스가 포함된다면 파트너십을 확대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으며, 반대로 사업적 협력으로 발전할 수 없다면 현재의 투자 관계를 종료할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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