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9월 8일부터 미국산 제품에 200억달러 규모 맞불 관세

캐나다 9월 8일부터 미국산 제품에 맞불 관세
캐나다가 미국의 50% 관세에 맞서 오는 9월 8일부터 약 2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협상이 막판에 결렬된 지 하루 만에 구체적인 대응 일정까지 제시되면서 양국의 갈등은 협상 국면에서 본격적인 관세전으로 넘어가게 됐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2일 미국이 캐나다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와 동일한 규모로 맞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달러 대 달러 방식으로, 미국이 약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상품을 겨냥한 만큼 캐나다 역시 비슷한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보복 대상은 철강과 유제품, 가전제품, 농기계, 펄프·제지, 전자제품 등을 중심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세부 품목과 적용 세율 등 구체적인 내용은 캐나다 정부가 앞으로 며칠 안에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
카니는 이번 미국의 조치를 캐나다 근로자와 기업에 대한 경제적 공격으로 규정하며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의 협상을 계속 이어가기보다는 일단 관세에 상응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막판까지 이어졌던 협상은 결국 결렬
미국과 캐나다는 이번 주 초까지만 해도 관세를 피하기 위한 합의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 진전을 이유로 당초 예정됐던 50% 관세 시행을 사흘 연기했고 양국 협상단은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농업, 주류 등을 놓고 막판 조율을 이어갔다.
그러나 최종 단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미국은 캐나다가 앞서 논의했던 조건에서 후퇴하고 새로운 요구를 추가했다고 주장한 반면 캐나다는 미국이 마지막 순간에 기존 협상 내용보다 불리한 조건을 제시했다고 반박했다.
결국 미국은 캐나다산 합판과 주류, 전기장비, 하키용품 등 수백 개 품목에 50% 관세를 발효했다. 적용 대상은 약 200억달러 규모로, 캐나다의 대미 수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지만 세율이 매우 높고 향후 추가 품목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커졌다.
카니는 협상단을 철수시키고 추가 협상을 중단했다. 현재 새로운 공식 협상 일정도 잡혀 있지 않아 당분간 양국은 합의보다 실제 관세 시행과 보복 조치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철강과 농업을 중심으로 미국 정치권도 영향권
캐나다가 보복 품목으로 철강과 유제품, 농기계 등을 선택한 것은 단순히 수입 규모만을 기준으로 한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 미국의 제조업과 농업지역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제품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철강과 농기계는 미국 중서부 제조업 지역과 연결되고 유제품과 일부 농산물은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농업지역의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다. 캐나다가 세부 품목을 어떤 방식으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미국 내 기업과 농가의 압박이 워싱턴으로 전달될 수 있다.
캐나다는 과거 미국과 관세 갈등을 벌였을 때도 미국 정치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역의 제품을 선별하는 전략을 사용한 바 있다. 이번에도 단순히 관세 수입을 확보하는 것보다 미국이 협상에 다시 나서도록 압박하는 성격이 강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캐나다 내부에서도 비용은 발생한다. 미국산 가전과 농기계, 산업용 자재 등에 높은 관세가 붙으면 이를 사용하는 캐나다 소비자와 기업의 구매 비용도 올라갈 수 있다. 정부는 세부 품목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압박 효과와 자국 경제에 미치는 비용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미국도 추가 대응 가능성 경고
갈등이 여기서 멈출 가능성도 아직 크지 않다. 미국 정부는 캐나다가 보복 관세를 시행하면 대응 방안을 다시 검토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캐나다가 9월 8일 실제로 200억달러 규모의 맞불 관세를 시행하고 미국이 이를 이유로 다시 관세를 높이거나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 양국의 조치는 관세와 재보복이 반복되는 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
문제는 미국과 캐나다의 경제 관계가 특정 산업 몇 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국의 지난해 상품·서비스 교역 규모는 약 9,000억달러에 달하며 자동차와 에너지, 철강, 농산물, 기계, 전기장비를 중심으로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부품이 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여러 차례 오간 뒤 최종 제품으로 완성되는 경우가 많다. 관세 대상이 확대될수록 상대국 제품 가격뿐 아니라 자국 기업의 생산비까지 높이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USMCA 협상에도 새로운 부담
이번 충돌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의 향후 재검토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자동차와 농업, 원산지 규정, 시장 접근 문제를 다시 협상하고 있으며 이번 무역협상 역시 이러한 장기적인 북미 무역질서 재편 과정의 일부였다.
그동안 미국은 캐나다산 수입의 상당 부분이 USMCA 요건을 충족하면 무관세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왔지만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 일부 전략 품목에는 별도의 관세를 적용해왔다. 캐나다도 이에 대응해 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보복 관세를 유지해왔다.
이번에 새롭게 50% 관세와 200억달러 규모의 추가 보복 관세까지 더해지면 향후 USMCA 재협상 과정에서도 양국의 신뢰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
멕시코와 미국의 별도 협상도 진행되고 있어 캐나다와의 충돌이 북미 전체의 무역 조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봐야 한다. 미국이 캐나다에 적용한 조건을 멕시코에도 요구하거나 멕시코가 캐나다보다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경우 북미 3국의 공급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다음 확인 시점은 캐나다의 세부 품목 발표
현재 가장 가까운 변수는 캐나다 정부가 며칠 안에 내놓을 보복 관세의 세부 목록이다. 약 200억달러라는 전체 규모와 철강·유제품·가전·농기계·펄프·제지·전자제품이라는 주요 대상은 공개됐지만 개별 품목별 세율과 적용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어느 지역과 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지, 캐나다가 기존 보복 관세와 새로운 조치를 어떤 방식으로 조합하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미국 정부가 세부 목록 발표 직후 추가 관세를 예고할지도 관심사다.
9월 8일까지 약 2주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비공식 협상이 다시 시작될 여지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공식 협상 일정이 없고 양국 모두 결렬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있어 새로운 타협이 나오지 않는다면 캐나다의 보복 관세는 예정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50% 관세 시행을 연기하면서 막판 합의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상황은 빠르게 달라졌다. 미국의 관세 발효에 이어 캐나다가 정확한 시행 날짜와 동일 규모의 보복 원칙까지 제시하면서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갈등은 이제 협상 실패라는 단계에서 실제 관세 비용이 양국 경제에 반영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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