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은 핵무기 가질 수 없어”…김정은과의 소통 가능성 시사

트럼프 이란 핵무기 보유 불가 원칙 재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교착 상태에 빠진 이란과의 협상에서 핵무기 보유 불가를 최우선 조건으로 다시 내세웠다. 동시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대화 제안에 응답했다고 밝히면서 중동과 한반도에서 서로 다른 방식의 외교 전략을 동시에 펼치는 모습도 나타났다.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이란이 합의를 원하고는 있지만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수준의 합의를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 나선 이유는 하나라며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이 지난 6월 마련했던 임시 합의가 사실상 무너지고 최종 협상을 위해 설정했던 60일 기한까지 종료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트럼프는 기존 임시 합의를 다시 연장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향후 이란과 협상을 다시 시작하더라도 핵 프로그램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호르무즈 해협과 경제 제재, 동결 자산, 역내 군사 문제 등 여러 쟁점이 얽혀 있지만 트럼프는 협상의 최종적인 레드라인을 핵무기 문제로 압축하고 있다.
이란은 합의를 원하지만 조건에서 충돌
트럼프의 최근 발언을 보면 미국은 이란이 협상 자체를 완전히 거부하고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문제는 양측이 원하는 합의의 내용이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없는 구조를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임시 합의 당시에도 트럼프는 가장 중요한 목표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반면 이란은 자신들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평화적인 핵 프로그램과 우라늄 농축에 대한 권리를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와 동결 자산 문제, 호르무즈 해협 운영 방식 역시 협상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해왔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핵 문제만 합의한다고 전쟁을 끝내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다. 미국은 국제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을 요구하는 반면 이란은 자국이 해협 통행을 관리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이 동시에 협상 막아
현재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어려운 이유는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을 최종적인 안보 목표로 제시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전쟁 이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공급량의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를 통과했다. 이란이 해협 통행을 제한하고 상선 공격 위험까지 높이면서 실제 선박 이동량은 크게 줄었다.
이에 미국은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와 경제 제재를 유지하면서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 완화와 기존 합의 이행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결국 미국이 원하는 핵 합의와 이란이 원하는 경제적 보상, 해협 통제 문제가 한꺼번에 풀려야 최종적인 종전 협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김정은이 대화 제안에 응답했다고 주장
이란 문제와 동시에 트럼프는 북한과의 외교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했다.
백악관에서 한 기자가 김정은이 트럼프의 대화 요청에 응답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묻자 트럼프는 김정은이 응답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했다. 이후 실제로 김정은이 응답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연락이 오갔는지와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백악관에서도 추가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으며 북한 역시 트럼프의 발언을 확인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트럼프가 김정은 측으로부터 어떤 형태의 응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는 사실까지다. 정상 간 직접 통화가 있었는지, 서신이나 비공개 외교 채널을 이용했는지, 단순한 메시지가 전달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미 정상외교 재개 가능성 다시 부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트럼프의 발언은 북미 정상외교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을 키우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두 차례 정상회담을 열었고 2019년에는 판문점에서도 만났다. 그러나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대북 제재 해제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은 장기간 중단됐다.
그 사이 북한의 상황도 크게 달라졌다. 핵과 미사일 전력은 이전보다 확대됐고 러시아와 군사적 관계도 크게 강화됐다. 북한군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면서 북한이 외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도 과거보다 늘어났다.
트럼프가 개인적인 관계를 활용해 김정은과 다시 협상을 시작하더라도 2018년과 같은 조건에서 협상이 진행되는 것은 아닌 셈이다.
트럼프 김정은과의 개인적 관계 다시 강조
트럼프는 최근 김정은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다시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이 자신을 항상 존중해왔다며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북한에 대해서도 자신의 재임 기간에는 위협적이지 않고 미국을 존중해왔다고 평가했다.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을 계속하고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전통적인 대북 메시지와는 상당히 다른 접근이다.
트럼프의 대북 전략은 군사적 압박보다 정상 간 개인 관계를 이용해 협상의 돌파구를 만드는 방식에 다시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실제로 한미연합훈련 축소 결정에서도 김정은과의 관계가 직접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제시됐다.
한미연합훈련 축소도 북미 대화와 연결
트럼프는 국방부에 한국과 진행하는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대폭 줄이라고 지시했다. 현재 진행 중인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은 북한의 미사일과 사이버 공격, 드론 등 다양한 군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연합훈련이다.
트럼프는 이러한 훈련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뿐 아니라 북한에 불필요하게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 1기 당시의 접근과 유사하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트럼프는 한미연합훈련을 비용이 많이 들고 도발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일부 대규모 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이번에도 연합훈련 조정이 북한에 대화를 위한 신호를 보내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김정은이 실제로 트럼프 측에 어떤 형태로든 응답했다면 훈련 축소 결정과 북미 접촉이 서로 연결돼 있을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다.
다만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 두 사안 사이에 직접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한국의 이란 군사 지원 문제도 한미 관계 변수
트럼프가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언급하면서 이란 전쟁과 한국의 역할을 직접 연결한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란의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행동에 함께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지만 한국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오랫동안 한국 방어를 위해 막대한 비용과 군사력을 투입해온 만큼 동맹국 역시 미국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 정부의 설명에는 차이가 있다. 대통령실은 한반도의 군사 대비태세와 국내 법적 절차 등을 고려하면서 이란 사태와 관련해 가능한 군사적 기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의 모든 지원 요청을 완전히 거부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미국이 기대한 형태의 직접적인 참여에는 동의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지원 범위를 놓고 양측의 입장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트럼프 동맹을 비용과 상호 지원 관점에서 접근
이번 발언에는 트럼프가 한미동맹을 바라보는 방식도 다시 드러난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부터 주한미군 유지와 연합훈련에 들어가는 비용을 반복적으로 문제 삼았다.
현재 한국에는 약 2만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양국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방위비 분담 협정을 갖고 있다.
한국은 국방비를 확대하고 미국의 지역 전략에서 더 큰 역할을 맡겠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는 동맹국이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작전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거래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란 작전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한미연합훈련 비용과 연결한 것도 이러한 접근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는 복잡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이란 문제
한국 입장에서 이란 전쟁에 직접 참여하는 문제는 단순한 한미동맹 차원의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계속되고 있어 한국군이 자체적인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미군 역시 중동 상황 때문에 일부 전력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이동시키고 있다.
한국이 중동에 군사력을 추가로 투입할 경우 한반도 방위와의 균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국내법과 국회의 역할도 변수다. 군 병력의 해외 파견이나 작전 참여 수준에 따라 별도의 법적 절차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 간 요청만으로 모든 형태의 군사 지원을 즉시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연합훈련 축소는 한국 안보에도 직접 영향
한미연합훈련 규모를 줄이는 문제는 북미 외교와 별개로 한국의 군사 대비태세와 연결된다.
한미 양국 군은 북한의 재래식 공격뿐 아니라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사이버 공격, GPS 교란, 드론 등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훈련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경우 북한과의 긴장을 완화하는 외교적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 전시 상황에서 한미 지휘체계와 병력을 함께 운용하는 능력에는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연합훈련과 연합방위태세에 대해서는 미국과 계속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8월 17일 시작된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은 과거보다 강해진 협상력 보유
트럼프와 김정은의 새로운 접촉이 실제 협상으로 발전할 경우 핵 문제가 가장 어려운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이란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절대로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을 매우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반면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국가의 핵심적인 안보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8년 북미 협상 당시에도 비핵화의 범위와 제재 해제 순서를 놓고 양측의 해석 차이가 컸다. 이후 북한은 핵탄두와 미사일 전력을 추가로 확대했고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국제적인 지원 기반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북미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북한이 과거처럼 완전한 비핵화를 협상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외교의 두 가지 접근 동시에 등장
현재 트럼프의 이란과 북한 정책에서는 상반된 방식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란에 대해서는 핵무기 보유 불가라는 조건을 내걸고 해상 봉쇄와 경제 제재, 군사적 압박까지 활용하는 강경한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협상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기존 임시 합의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김정은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강조하고 연합훈련까지 축소하면서 대화 환경을 만드는 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두 정책의 공통점은 다자간 외교 체계보다 정상 간 직접적인 협상과 개인적인 관계를 활용하는 트럼프 특유의 외교 방식이다.
이란에서는 미국이 압박을 통해 상대방의 양보를 끌어내려 하고 있고 북한에서는 군사적 긴장을 일부 낮춰 정상 간 협상을 다시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김정은의 실제 반응이 다음 변수
북미 관계에서 앞으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북한의 공식 반응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자신의 제안에 응답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아직 이를 공개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김정은이 실제 정상회담이나 고위급 협상에 나설 의향을 전달했다면 2019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북미 정상외교가 다시 시작되는 중요한 변화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단순한 비공식 메시지 전달이나 의례적인 응답에 그친다면 즉각적인 협상 재개로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트럼프가 한미연합훈련 축소라는 실제 정책 조치까지 꺼낸 만큼 앞으로 북한이 미사일 시험과 군사적 압박을 줄이는지, 미국과의 비공개 접촉을 공식 협상으로 확대하는지가 북미 관계의 방향을 판단하는 핵심 신호가 될 전망이다.
동시에 이란과의 협상이 계속 교착될 경우 미국의 군사력과 외교 역량이 중동에 더 오래 묶일 수 있다. 이란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북한과의 새로운 접촉, 한미연합훈련과 동맹 역할 문제가 서로 다른 지역의 사안이면서도 미국의 군사력 배분과 트럼프의 외교 전략을 통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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