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7일 뉴스 정리

미국 증시 중동 불안과 장기금리 급등에 하락
8월 17일 미국 증시는 중동 정세 악화와 장기 국채금리 상승 부담에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고유가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2% 하락한 7,745.06에 마감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0.51% 내린 53,459.78을 기록했다. 나스닥100 지수는 0.17% 하락한 29,995.38,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0.35% 내린 3,057.54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 전체는 약세였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업종별 차별화가 강하게 나타났다.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은 에너지 업종이 S&P500의 11개 주요 업종 가운데 유일하게 상승했고, AI와 메모리 수요에 대한 기대가 다시 강해지면서 일부 반도체 종목도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고금리에 민감한 업종과 소비 관련주에서는 매물이 나오면서 시장 전반의 상승을 제한했다. 최근 미국의 소비와 고용 관련 지표가 이전보다 약해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이번 주 발표되는 주요 유통업체 실적을 통해 미국 소비가 실제로 어느 정도 둔화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 60일 협상 기한 종료
이날 금융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 상황이었다. 양국이 지난 6월 17일 체결한 양해각서에서 설정한 60일간의 최종 합의 협상 기간이 8월 17일 종료됐지만 새로운 합의는 마련되지 않았다.
해당 MOU는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종료하고 60일 안에 이란 핵 프로그램과 미국의 경제 제재를 비롯한 쟁점에 대해 보다 포괄적인 합의를 마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합의는 체결 직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기존 임시 합의를 연장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명확하게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란이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내놨다.
이란 역시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사라질 경우 군사적으로 더욱 공세적인 태세로 전환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외교가 실패하면 호르무즈 해협과 주변 지역에서 긴장을 확대할 준비를 해야 하며 미국의 해상 봉쇄를 깨기 위한 군사행동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 최대 쟁점
미국과 이란이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는 핵심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전쟁 이전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했던 핵심 수송로로, 해협의 운영 방식에 따라 세계 에너지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란은 MOU 조항에 따라 자신들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관리할 권한을 갖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특정 국가의 허가 없이 국제 선박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기존 항행 질서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차이는 단순히 몇 척의 유조선을 통과시킬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해협의 최종 통제권을 누가 갖느냐를 둘러싼 문제인 만큼 정치적 타협이 쉽지 않은 구조다.
이란은 별도로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 방안을 협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오만과 이란의 별도 합의가 미국이 요구하는 자유로운 항행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 오만에도 강경 발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을 넘어 오만으로까지 확대됐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만이 미국의 계획을 방해할 경우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강경한 표현을 사용했다.
오만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온 국가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과 공유하고 있어 선박 통항 문제에서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미국이 오만을 상대로까지 강한 압박을 예고하면서 단기간 내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더욱 약해졌다. 종전 가능성보다 분쟁 장기화 가능성이 다시 부각됐고 가장 먼저 반응한 시장은 원유였다.
WTI 2% 넘게 뛰며 85달러 근접
미국과 이란의 외교적 해법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WTI는 전 거래일 82.40달러에서 84.95달러로 올라 배럴당 85달러에 근접했다. 하루 상승률은 약 2.6%에 달했다.
글로벌 원유가격의 기준인 브렌트유도 배럴당 91달러 안팎까지 상승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운송이 정상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다시 악화되면 중동산 원유 공급 차질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국제유가 상승은 에너지 기업에는 긍정적인 재료로 작용했다. 이날 S&P500 에너지 업종은 약 0.9% 상승하며 11개 주요 업종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 전체에는 부담이 더 컸다. 유가가 높은 수준을 장기간 유지하면 휘발유와 운송비를 거쳐 기업의 생산비와 소비자물가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 둔화에도 장기 국채금리는 다시 최고치
증시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한 것은 미국 장기 국채금리였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약 5bp 오른 5.31%까지 상승해 2007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4.73% 부근까지 올라섰다. 전일 같은 시간대 4.692%였던 수익률은 4.726%까지 상승했다. 반면 연방준비제도의 단기 기준금리 전망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4.171%에서 4.182%로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상승폭을 보였다.
최근 미국의 7월 CPI와 PPI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강하게 가속하고 있지 않다는 신호를 보냈다. 부진한 고용과 소비 지표까지 이어지면서 9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이전보다 낮아졌다.
그럼에도 장기금리는 반대로 올라가고 있다. 단기적인 연준 정책 전망과 장기 국채시장의 움직임이 분리되고 있는 셈이다.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이 장기금리 압박
장기금리가 쉽게 내려오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미국의 재정 문제다.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계속 확대되면서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실시된 10년물 국채 입찰에서는 낙찰금리가 4.683%를 기록해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고, 30년물 입찰에서도 미국 정부가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했다.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자체를 외면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문제는 장기간 돈을 빌려주기 위해 과거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채 공급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과거처럼 대규모 채권을 사들이지 않고 있다. 연기금과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민간 투자자가 더 많은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가격에 민감한 시장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AI 기업의 채권 발행도 장기채 수급에 영향
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과 동시에 민간에서는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대형 기술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해 수백억달러 규모의 장기 회사채를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장기 미국 국채뿐 아니라 신용도가 높은 대형 기술기업의 회사채라는 선택지가 함께 늘어난다. 회사채가 국채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 일부 장기 투자 자금이 기업채로 이동할 수 있다.
결국 미국 정부도 투자자의 자금을 확보하려면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최근 장기금리 상승에는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AI 관련 기업의 장기채 발행 증가가 동시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단기 금리 인상 기대는 오히려 낮아져
장기금리가 오르는 것과 달리 시장이 예상하는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최근 물가와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부드럽게 나타나면서 시장이 반영하는 9월 연준의 금리 조정 가능성은 약 35% 수준까지 낮아졌다.
일주일 전만 해도 약 55%가 반영됐던 것과 비교하면 연준이 다음 회의에서 즉시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히 줄어든 셈이다.
이런 차이는 현재 미국 채권시장의 특징을 보여준다. 2년물은 연준이 당장 금리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더 민감하지만 10년물과 30년물은 앞으로 수년간의 물가와 재정, 국채 공급, 정부 부채에 대한 위험까지 반영한다.
연준이 9월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미국의 재정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장기적인 자금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면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앤트로픽 성장 보도에 반도체주는 강세
시장 전체가 하락한 가운데 반도체 업종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약 1.6% 상승했고 마이크론은 4%,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5.5% 급등했다.
최근 앤트로픽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가 다시 강화됐다. 앤트로픽의 2분기 매출은 115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7월 말 기준 연환산 매출은 650억달러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약 90억달러였던 연환산 매출이 불과 몇 달 만에 650억달러를 넘어섰다는 점은 기업들의 생성형 AI 사용이 실제 매출로 빠르게 연결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AI 모델 업체의 매출이 늘어나면 이를 운영하기 위한 GPU와 메모리, 저장장치, 데이터센터 장비 수요도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AI 소프트웨어 기업의 실적이 반도체주에 직접적인 투자 재료로 연결되는 이유다.
D램 가격 상승도 메모리주 투자심리 자극
메모리 시장의 공급 부족 역시 반도체주의 강세를 뒷받침했다. D램 현물가격이 1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메모리 부족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다시 부각됐다.
AI 서버에는 일반적인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메모리가 사용된다. 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과 SSD까지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메모리 업체들이 한정된 생산능력을 데이터센터용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PC와 스마트폰 등 일반 소비자용 메모리 시장에서도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이크론은 AI용 메모리 수요 확대와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수혜주로 평가받고 있으며,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역시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설비 투자 확대가 반도체 장비 매출 증가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반도체 강세에도 기술주 전체는 약세
반도체주가 강했다고 해서 기술 업종 전체가 오른 것은 아니다. S&P500 정보기술 업종은 장중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 끝에 약 0.2% 내렸다.
특히 소프트웨어 업종의 약세가 반도체 상승을 상쇄했다. S&P500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지수는 약 2.8% 하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도 각각 3% 넘게 떨어지며 지수에 부담을 줬다.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와 메모리처럼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직접 매출 증가로 연결되는 분야에는 자금이 유입되는 반면, 막대한 AI 지출이 실제 수익으로 얼마나 빠르게 회수될 수 있는지 불확실한 기업에는 보다 엄격한 평가가 적용되고 있다.
거래량 줄며 투자자 관망세도 뚜렷
이날 미국 거래소 전체 거래량은 약 147억4,000만주로 최근 20거래일 평균인 169억5,000만주를 크게 밑돌았다.
통상 8월은 휴가철 영향으로 거래량이 감소하는 계절적 특성이 있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중동 정세와 장기금리, 소비 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적극적인 방향성 베팅을 피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오사익 웰스의 필 블랑카토는 최근 경제지표가 다소 약하게 나오면서 시장이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보이고 있고 소비 방향을 판단하기 위해 주요 유통업체들의 실적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7월 소매판매와 고용 관련 데이터가 부진하게 나타난 만큼 시장에서는 미국 소비가 높은 금리를 얼마나 견디고 있는지가 다음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홈디포 실적과 주택 지표가 다음 시험대
8월 18일에는 미국 경제와 소비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대거 발표된다. ADP 주간 고용변화 보고서를 시작으로 7월 수입물가지수와 주택착공건수, 산업생산, 잠정주택판매가 예정돼 있다.
최근 경제지표가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 만큼 산업생산과 주택 관련 지표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경제 둔화가 확인될 경우 연준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추가로 낮아질 수 있지만 경기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시장에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기업 실적에서는 홈디포가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주택 관련 소비와 가계의 내구재 지출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업인 만큼 실적과 향후 전망을 통해 미국 소비자의 실제 구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바이두와 클라르나도 장 시작 전 실적을 발표하고 장 마감 후에는 키사이트와 톨브라더스의 실적이 예정돼 있다. 스페이스X와 록히드마틴, 보잉, GE 등이 참여하는 투자자 컨퍼런스와 주요 기술기업이 참석하는 기술 컨퍼런스도 함께 열린다.
유가와 장기금리가 증시의 새로운 상단 제한 요인
현재 미국 증시는 기업 이익과 AI 투자라는 강한 상승 동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거시경제 환경에서는 새로운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7월 물가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고용과 소비가 둔화하면서 연준의 단기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과거라면 이런 흐름이 국채금리 하락과 기술주 상승으로 곧바로 연결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현재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대규모 국채 공급, AI 기업들의 장기 자금 조달이 장기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시키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협상 교착으로 국제유가까지 다시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재가속할 가능성도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반도체와 메모리 업종처럼 강한 실적과 공급 부족을 동시에 누리는 분야에서는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 전체가 다시 상승하기 위해서는 국제유가와 장기 국채금리 가운데 적어도 하나가 안정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다시 협상에 나설 수 있는지, 10년물 국채금리가 4.7%대에서 추가 상승하는지, 그리고 이번 주 유통업체 실적이 미국 소비 둔화 우려를 얼마나 확인하거나 완화하는지가 증시 방향을 가를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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