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대신 주식…월가의 ‘80/20’ 자산 배분 가속

채권 금리·유가 급등에도 증시는 최고치 근처
월가 투자자들이 채권 대신 주식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수십 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우려도 커졌다. 그런데도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 부근을 지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실적 기대와 견조한 경제가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채권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25일(현지시간) 한때 5.53%까지 올라 20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도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었다. 앞서 23일에는 예상보다 강한 경제지표에 연준 인사의 매파적 발언과 고유가가 겹쳤다. 이날 10년물 금리는 2025년 4월 7일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 폭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에 거는 베팅이 늘었다. 금리 상승은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1996년 8월 이후 최고치로 올랐고, 영국과 독일 국채 금리도 수년 만의 최고치를 새로 썼다.
유가는 채권시장의 부담을 더 키우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이 7개월째 이어지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있고, 연초보다 60% 넘게 올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자료에 따르면 최근 유가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의 상관관계는 35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반면 S&P500지수는 25일 기준으로 5주 전 세운 사상 최고치에서 1%도 채 밀리지 않았다.
장기채 떠난 돈, 배당·옵션 인컴 ETF로
이번 금리 급등의 직격탄은 장기채가 맞았다. 장기채는 만기가 길어 금리 변화에 대한 가격 민감도, 즉 듀레이션이 크다. 그만큼 금리가 오를 때 가격이 크게 떨어져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이런 듀레이션 위험을 피하면서도 수익은 챙기려 한다. 이에 따라 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와 옵션 전략으로 수익을 내는 인컴 ETF 등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만기가 짧은 단기채나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ETF 자산 기준으로는 이미 ’80/20′
주식이 채권을 압도한 성과까지 더해지면서 자산 배분 구도도 크게 달라졌다. 주식 60%, 채권 40%로 짜는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는 ETF 자산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주식 비중이 80%에 이르는 ’80/20′ 구조가 됐다.
블룸버그의 에릭 발추나스 ETF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현재 주식형 ETF는 전체 ETF 자산의 80%를 차지한다. 채권형 ETF 비중은 2020년 23%에서 16%로 줄었다. 발추나스는 줄어든 채권 몫을 버퍼 ETF와 커버드콜 ETF, 금·비트코인 상품 등이 메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이런 변화가 투자자들이 의도적으로 주식 비중을 크게 늘린 결과는 아니라고 짚었다. 주식 수익률이 채권을 크게 앞지른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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