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4.8% 넘으면 “다른 자산까지 문제”

미 10년물 금리 4.8% 돌파 여부에 시장 긴장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025년 1월 고점인 4.8% 부근까지 다시 올라오면서 채권시장뿐 아니라 주식과 부동산 등 다른 자산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장기 금리에 구조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밀러 타박의 맷 말리 수석 시장 전략가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4.8%를 일시적으로 넘어서는 것보다 이 수준 위에서 지속적으로 거래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4.8%는 2025년 1월 기록했던 고점으로, 이 수준이 확실하게 뚫릴 경우 채권시장의 문제가 다른 자산군으로 번지기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말리는 최근 장기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배경으로 확대되는 재정적자와 막대한 국채 발행, 기업들의 높은 차입 수요를 함께 거론했다. 미 재무부가 시장에 장기금리 안정을 유도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원하는 수준의 금리 하락을 끌어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최근 4.8% 안팎까지 올라 2025년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다시 시험하고 있다. 올해 초 4% 부근이었던 금리가 수개월 사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채권 가격 하락과 함께 금융시장 전반의 할인율도 높아진 상태다.
성장주와 상업용 부동산 재평가 가능성
장기금리 상승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미 국채시장에만 영향이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노아 아크 홍콩의 마이클 첸 제너럴 매니저는 장기 국채 금리가 빠르고 무질서하게 상승할 경우 장기간에 걸쳐 발생할 미래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자산들의 재평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상에는 초장기 채권과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는 성장주, 상업용 부동산, 일부 비상장 자산이 포함된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미래에 발생할 이익과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되는 할인율이 상승하기 때문에 장기 성장 기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자산일수록 가격 부담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AI 투자 확대를 배경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성장주에도 국채금리 상승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AI 관련 기업들은 실적 성장 기대를 받고 있지만 데이터센터와 전력 설비, 반도체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위해 기업들의 차입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국채와 기업채가 동시에 투자자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역시 장기 차입금리 변화에 민감한 자산이다. 기존 대출의 차환 금리가 올라가고 자산 평가 과정에서 적용되는 요구수익률까지 높아질 경우 부동산 가격과 자금 조달 조건이 함께 조정될 수 있다.
첸은 재정 부담이 커질수록 장기 국채를 보유하는 투자자들이 더 높은 위험 보상을 요구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초장기 미국 국채에 대해서는 비중을 낮게 유지하고 있으며 금과 경화 자산, 우량 주식, 실물자산과 함께 전력망·에너지 저장·데이터센터 등 AI 관련 물리적 인프라에 대한 노출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40조 달러 넘은 국가부채와 대규모 차환 부담
최근 장기금리 상승의 중심에는 미국 정부의 재정 문제가 있다. 미국의 국가부채가 40조 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미 정부 증권 규모만 8조4,000억 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새 국채로 차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규 재정지출을 위한 추가 발행까지 겹치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의 채권 발행도 크게 늘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 투자 경쟁이 확대되면서 대형 기술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급증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전망을 2조3,000억 달러로 높였으며, 9월 역시 대규모 회사채 공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채와 회사채가 동시에 대량으로 시장에 공급되면 투자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는 압력이 생길 수 있다. 최근 장기 국채금리 상승이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미국의 재정적자와 채권 공급량, 민간 부문의 자금 조달까지 함께 거론되는 이유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재무부는 최근 장기 국채시장 안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재무부는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재정적자 축소 방침과 국채시장 운영 계획을 잇따라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말리는 재무부의 구두 개입만으로 장기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추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채권시장에 단기적인 반등이 발생해 금리가 내려갈 수는 있지만 재정 문제 자체에 변화가 없다면 장기간 이어지는 금리 부담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HSBC 10년물 연말 전망 4.65%로 상향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미국 장기금리가 과거보다 높은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을 반영해 전망치를 수정하고 있다. HSBC는 최근 2026년 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전망치를 기존 4.30%에서 4.65%로 35bp 상향 조정했다.
HSBC는 2027년 말 전망치도 4.75%로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연준의 정책 경로와 시장 포지션에 따라 장기금리가 하락할 수 있지만, 장기간 이어지는 대규모 재정적자로 인해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의 구조적인 하단 자체가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통화정책 전망 변화도 금리에 반영되고 있다. HSBC는 기본적으로 연준이 정책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9월 25bp 인상 가능성이 거의 절반 수준까지 높아졌다고 평가하면서 미국 국채 전 구간의 금리 전망을 상향했다. 2026년 말 2년물 국채 금리 전망도 기존 3.85%에서 4.20%로 올렸다.
최근 발표된 미국 8월 비농업 고용이 16만2,000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돈 뒤 연준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다시 높아졌다. 여기에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재정적자, 국채 공급 부담이 겹치면서 장기물 금리는 기준금리 전망보다 더 복합적인 압력을 받고 있다.
말리는 채권시장의 경계선이 한동안 4.4%, 4.5%, 4.6%, 4.7%로 계속 높아져 왔다며 이제 10년물 금리 4.8%가 새로운 시험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인 국채 가격 반등으로 금리가 다시 낮아질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2025년 1월 고점인 4.8%를 지속적으로 넘어설 경우 장기 국채에서 시작된 가격 조정이 고평가 성장주와 상업용 부동산 등 다른 자산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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