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러 연준 이사 “9월 CPI가 3개월 근원 2.8%대로 내려오면 동결”

월러 9월 물가 둔화 확인되면 금리 동결 지지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가 최근 두 차례 물가 지표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이 나타난 점을 근거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추가로 올리기보다 현 수준에서 한 차례 더 지켜보는 쪽으로 입장이 기울었다고 밝혔다.
월러 이사는 앞으로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가 비교적 양호하게 나오면서 최근 3개월 기준 물가 상승률이 현재 3.03%에서 2.8% 수준까지 내려온다면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물가 지표가 다시 강하게 반등해 최근의 둔화 흐름이 일시적인 것으로 나타날 경우 금리 인상을 지지할 수 있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그는 25bp의 금리 인상을 한 차례 회의 뒤로 미루는 것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물가가 하락세로 전환되는 변곡점에 실제로 진입하고 있는데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경우 과거의 높은 물가 지표에 지나치게 의존해 뒤늦게 긴축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월러 이사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향후 통화정책 판단에서는 장기간의 물가 흐름뿐 아니라 최근 수개월 동안 나타난 변화에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포함하는 헤드라인 물가보다 근원 물가 흐름을 더 중요하게 살펴보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관세 효과 약화와 물가 변곡점 가능성 언급
월러 이사는 관세가 미국의 물가 수준을 한 차례 끌어올린 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올여름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앞으로 발표될 CPI와 PPI 역시 최근 흐름이 이어진다면 비교적 양호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봤다.
특히 최근 두 차례 지표에서 확인된 둔화가 단순한 월별 변동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방향이 바뀌는 신호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는 구간이라면 장기간 평균이나 12개월 누적 수치만으로 현재 인플레이션 압력을 판단하기보다 최근 데이터가 얼마나 빠르게 둔화하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와 관련해서는 산정 방식의 변화도 거론했다. 월러 이사는 PCE 산정 방식 변경과 최근의 물가 둔화를 함께 반영할 경우 근원 PCE가 현재 나타나는 수치보다 상당폭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한 상태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인 2% 방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확인할 시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향후 지표가 예상과 달리 다시 강해질 경우 정책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는 조건을 명확히 했다.
2% 넘는 성장도 생산성 높아지면 물가 자극 제한
미국 경제 성장률에 대해서는 2%를 웃도는 성장이 반드시 추가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생산성과 잠재성장률 자체가 함께 높아진다면 경제가 이전보다 빠르게 성장하더라도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성장 경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월러 이사는 인공지능 역시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릴 잠재력이 큰 기술로 평가했다. 다만 AI의 생산성 개선 효과가 기업의 이익과 실적에 이미 뚜렷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판단할 단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금융 여건에 대해서도 주식시장만으로 경제 전체의 긴축 정도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주가 상승으로 자산시장의 금융 여건은 상대적으로 느슨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가계와 기업이 접하는 차입 비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자동차 할부금리 등 실물경제에 직접 영향을 주는 금리가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경제 주체들이 체감하는 금융 여건은 여전히 빡빡하다고 분석했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통해 직접 달성하려는 목표 역시 특정 금융시장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물가 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구조적 재정적자 장기간 지속 어렵다
월러 이사는 미국의 재정 상황에 대해서도 현재와 같은 구조적 적자를 장기간 이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자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약 3%에 달하는 구조적 재정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은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자금 조달 수요는 장기 국채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확대되면서 정부와 민간 부문이 동시에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러 이사는 과거 미 국채 가격을 높이고 금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미국 국채의 안전자산 프리미엄 역시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재정 부담과 AI 기업들의 자금 수요, 안전자산 프리미엄 약화가 동시에 작용하면 장기 국채금리가 이전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수 있고 경제의 중립금리 역시 과거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책 반응함수 시장에 명확하게 전달해야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해서는 연준이 특정 금리 경로를 사전에 확정해 전달하는 것보다 경제지표 변화에 따라 어떻게 대응할지를 시장에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월러 이사는 물가와 성장률, 실업률 등 주요 경제지표가 달라질 때 자신의 정책 판단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정책 반응함수를 시장 참가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인플레이션 둔화가 이어질 경우 금리 동결을 지지하고, 반대로 물가가 다시 강하게 반등할 경우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조건부 판단을 제시한 셈이다.
그는 연준의 목표가 금융 여건 자체를 통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물가 안정과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데 있다며, 경제 상황이 바뀌었을 때 정책 결정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시장이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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